산업 산업일반

'전기차 보조금' 유불리 따져보니..국산차 '환영', 수입차 '부글부글'

최종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6 15:43

수정 2024.02.06 16:48

환경부,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 공개
국산차·국산배터리 전기차에 보조금 유리
현대차·기아, 예년과 비슷한 수준 받을 듯
LFP 배터리 쓴 중견 완성차는 일부 감액
테슬라 등 수입차는 타격 불가피
'8개 권역 AS망' 기준 등 기타 규제도 강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가 생산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가 생산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파이낸셜뉴스] 환경부가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방안을 6일 발표하면서 국내 완성차와 수입차 업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이 판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올해부터 산정 기준이 상당 부분 바뀌었기 때문이다. 개편안을 보면 국산 자동차와 국산 배터리를 넣은 전기차는 보조금 책정에 유리한 구조로, 상대적으로 수입차와 중국산 배터리를 넣은 전기차는 불리한 구조로 짜여 보조금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5500만원 미만 전기차에 국비 최대 650만원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와 수입차 업체들은 지난 2일 환경부에 전기차 배터리의 제원과 애프터서비스망 현황 등의 관련 자료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환경부는 오는 15일까지 자동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보조금 개편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환경부가 이날 공개한 전기차 보조금 개편방안을 보면 승용 전기차 기준으로 국비 보조금 지원 대상은 8500만원 미만으로 지난해와 동일하다. 다만 보조금을 100% 지급 받을 수 있는 기준은 작년 5700만원 미만에서 올해는 5500만원 미만으로 200만원 하향 조정됐다. 국비 보조금 최대치는 중대형 기준 650만원으로 전년 대비 30% 줄었다. 국비가 축소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도 전년 보다 소폭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의 가장 큰 특징은 고성능 전기차에 더 많은 보조금을 부여하고, 배터리 효율성과 재활용 여부를 보조금 지급의 주요 기준으로 삼도록 했다는 것이다.

가령 1회 충전 시 주행거리에 따라 500㎞가 넘지 않으면 성능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고, 특히 400㎞ 미만이면 보조금이 대폭 삭감된다. 특히 배터리환경성계수가 올해부터 도입돼 배터리가 폐배터리가 됐을 때 재활용 가치가 보조금에 반영되는데, 상대적으로 중국 업체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넣은 전기차는 보조금이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마다 광물 함량이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LFP 배터리의 경우 재활용할 유가금속이 적고, 반면 국내 업체들이 강점을 지닌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의 재활용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배터리효율계수가 전기 승용차로 확대돼 밀도가 낮은 LFP 배터리를 넣은 전기차는 NCM 배터리 전기차 보다 보조금 책정에 불리하다. 또 작년에는 제조사 직영 AS센터와 전산시스템이 모두 있으면 보조금이 감액되지 않았지만 올해는 전산시스템이 있다는 전제하에 8개 권역(서울·경기·인천·강원·충청·영남·호남·제주)에 모두 직영 AS센터가 있어야 보조금이 깎이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수입차에겐 불리한 구조다.

기아 전기차 EV6. 기아 제공
기아 전기차 EV6. 기아 제공

현대차는 예년과 비슷…'LFP' 중견 완성차는 타격
이 같은 보조금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셈법 계산에 분주한 모양새다. 각 업체별로 주력 전기차가 각기 달라 보조금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내수 판매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현대차·기아의 경우 예년과 유사한 수준의 보조금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의 차량 대부분은 NCM 배터리를 차용하고 있는데다 1회 충전 주행거리도 대부분 400㎞를 넘기 때문이다. 애프터서비스망의 경우도 국내 최대 수준이다. 기아 레이 EV와 연내 출시될 캐스퍼 일렉트릭의 경우에도 모두 LFP 배터리를 사용하지만 경차로 분류돼 보조금 감액분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00%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량 가격이 5700만원 미만에서 5500만원 미만으로 낮아졌지만, 현대차·기아는 가격 인하 등의 방식으로 판매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KG모빌리티 전기차 토레스 EVX. KG모빌리티 제공
KG모빌리티 전기차 토레스 EVX. KG모빌리티 제공

다만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나머지 중견 완성차 업체들은 일부 보조금 감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KG모빌리티의 경우 토레스EVX 등 주력 전기차가 모두 중국 업체의 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앞으로 내놓을 전기차도 LFP 배터리를 넣을 예정이다. 한 중견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외치면서 LFP 배터리 탑재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시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또 "LFP 배터리의 경우 추후 기술 발전에 따라 재활용 비중이 높아질 여지가 있는데, 현재 기준으로 보조금 기준을 만든 것은 아쉽다"고 했다.

수입차는 부글부글…셈범 계산 분주
수입차 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이는 곳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1만6461대를 팔아 수입차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지난 2021년(1만7828대)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연간 판매량이자 전년 대비 13%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실적은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한 중국산 모델Y 후륜구동(RWD) 차량이 주도했다. 모델Y RWD는 중국 CATL LFP 배터리를 넣어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해 가격을 대폭 낮췄는데, 이 같은 점이 판매 증가에 주효했다. 하지만 올해 보조금 개편안이 원안대로 시행되면 모델Y RWD에 지급되는 보조금이 작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환경부는 올해 배터리안전보조금을 신설해 '운행기록 자기진단장치'(OBD)를 단 차량에게 주도록 했는데, 여타 국산 및 수입 전기차와 달리 테슬라 전기차만 해당 장치가 장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테슬라는 지난달 16일 열린 환경부와 자동차업계 비공개 간담회에서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 모델Y RWD. 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테슬라 모델Y RWD. 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등 상대적으로 고가 차량이 많은 업체들은 타격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작년에는 100% 지급 구간인 5700만원 미만에 해당돼 보조금 혜택을 봤던 중저가 수입 전기차는 되려 실구매가가 상승하게 됐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들이 보조금 혜택을 위해 5500만원 미만으로 가격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는 통상 6개월 전에 수입 차량을 발주하는데, 매년 갑작스럽게 보조금 정책이 바뀌면서 수입차에겐 불리한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큰 틀에서는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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