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들썩이는 국제유가에 ‘라스트 마일’ 길어지나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4 06:00

수정 2024.02.14 06:00

흔들리는 중동정세로 80달러대 올라선 유가에
이달 국내 소비자물가 3%대 재진입 가능성 제시
중동 분쟁 장기화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 지속
美 경제 지표 호조, 中 경기부양에 수요는 상승
지난달 24일 서울의 한 주유소. 뉴시스.
지난달 24일 서울의 한 주유소. 뉴시스.
[파이낸셜뉴스]한국은행이 안정적인 물가 안정기 진입을 위해 ‘라스트 마일(last mile)’ 리스크를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80달러대로 오르자 이달 소비자물가가 다시 3%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동 분쟁 장기화로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가운데 중국의 경기부양책 등으로 원유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라 올해 국내 물가는 지속적인 상승 압박에 놓이게 됐다.

■국제유가 상승에 2월 소비자 물가 다시 ‘3%대’ 진입할까
국제유가 추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제공.
국제유가 추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제공.
1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말 중동산 두바이(Dubai)유 가격은 배럴당 81.90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12월 말(배럴당 77.08달러)보다 6.25% 상승했다.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지난해 12월 중순에 배럴당 71.63까지 하락했으나 최근 다시 오름세를 보이며 지난달 29일 83.31까지 올랐다. 서부텍사스원유(WTI)도 지난달 말 77.82를 기록해 배럴당 71.65달러를 기록한 전월말보다 8.61% 상승했다.
브렌트유도 같은 기간 77.04에서 82.87달러로 7.57% 올랐다.

이같이 국제유가가 80달러대로 재상승한 이유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이 유조선을 공격하는 등 중동지역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예멘 후티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이 미국-영국 연합군의 공습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란 지원 무장세력의 요르단 주둔 미군 공격에 대한 미국의 보복 의지 천명 등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국제유가는 중동에서의 무력충돌 빈도가 증가하고 확전에 대한 우려도 증대됨에 따라 단기적으로 리스크 프리미엄의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달 6개월 만에 2%대로 떨어진 국내 소비자물가가 이달에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유가 상승폭이 통상 2~3주가량의 시차를 두고 국내 유가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할 때 1월 중순부터 오른 국제유가는 2월 국내 물가에 반영된다. 지난 2일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1월 소비자물가 공표 직후 유가 불안, 높은 생활물가 등을 언급하며 "당분간 물가 둔화 흐름이 주춤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동지역 분쟁 장기화에 국제유가 상승압력↑
유가 추이 및 전망. 현대경제연구원 제공.
유가 추이 및 전망. 현대경제연구원 제공.
더구나 중동지역 분쟁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올해 국제유가는 지속적으로 상승 압박을 받게 될 전망이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중동 분쟁 확산과 우리 경제에 대한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가자지구 해법에서 이스라엘과 미국 간 인식 차가 존재하는 등 이스라엘-하마스 영구 휴전 합의보다 역내 긴장 장기화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분석했다.

유광호 KIEP 전문연구원은 “중동지역 분쟁 확산으로 해운 운임 상승 및 운송 지연, 국제유가 상방 압력 확대, 분쟁 당사국 및 주변국 경기 위축 등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역내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 상승과 공급망 혼란에 따른 물류비용 증가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압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유 공급 불안이 커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수요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중국이 지급준비율을 50bp 인하하는 등 경기부양에 나서고 미국의 지난해 4·4분기 GDP 성장률이 3.3%로 시장예상치(2.0%)를 크게 웃돌자 올해 원유 수요가 예상보다 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올해 일일 원유 수요 전망치를 전월 전망치(106만배럴)보다 늘어난 124만배럴로 내다봤다.

이에 지난해 70달러 선을 유지했던 국제유가가 올해 80달러대 안팎의 고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지난해 배럴당 77.6달러를 기록한 WTI가 올해 배럴당 81.1달러에 달하고 브렌트유도 배럴당 84.8달러로 80달러 중반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발표한 2월 경제동향을 통해 "중동지역의 분쟁이 향후 국제유가 상승, 운송 차질 등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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