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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카드 연체율 팬데믹 이전 보다 심해, 인플레-고금리에 '몸살'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3 01:00

수정 2024.01.13 01:00

美 신용카드 연체율, 지난해 3분기에 팬데믹 이전 수준 넘겨
고물가에 소비는 그대로, 고금리 여파로 연체 감당 어려워져
미국의 신용카드.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신용카드.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한국에서 신용카드 연체율이 가파르게 치솟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카드 연체율이 급등하여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전 수준을 뛰어 넘었다. 미국인들이 빚을 갚기 어려운 이유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물가와 금리가 함께 뛰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미 CNN은 11일(이하 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산하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이 집계한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대형은행들이 연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미국에서 아직 갚지 않은 신용카드 대금 가운데 30일 연체된 비율은 3.19%였다. 60일 이상 갚지 않은 비율과 90일 이상 갚지 않은 비율도 각각 2.21%, 1.52%였다. 30일, 60일 이상, 90일 이상 연체된 비율은 같은해 2·4분기에 각각 2.76%, 1.91%, 1.32%였으며 1개 분기 사이 모두 약 0.3%p씩 높아졌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은 해당 연체율이 팬데믹 이전이었던 2019년 4·4분기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체율이 해당 통계가 시작됐던 2012년 이후 최고치에 가까워졌다고 경고했다.

돈이 부족해 카드 대금의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다음달로 미루는 ‘리볼빙’도 급증했다. CNN은 지난해 3·4분기에 신용카드 대금을 전액 갚은 비율이 33.18%로 2020년 4·4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고 지적했다.

빚을 갚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약 3년 동안 지속된 가파른 물가 상승이다. CNN은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줄지 않아 가계 부채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미상환 신용카드 사용 대금은 역대 최초로 5조달러(약 6572조원)를 돌파했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의 진 황 이코노미스트와 애나 벡슬러 선임 분석가는 관련 보고서에서 최근 신용 악화를 지적했다. 이들은 “은행들이 지난 4개 분기에 걸쳐 대출 한도 확대 결정을 줄이고 대신 축소 결정을 늘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CNN은 약 23년 만에 최고 수준인 미국의 기준금리를 언급하고 연체 규모가 커질수록 채무자들의 고통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8일 한국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국 8개 신용카드 기업들의 카드 연체 총액은 지난해 3·4분기 기준 2조516억원이었다.
이는 한국에 8개 카드사 체제가 정착된 2014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 같은 기간 8개사의 연체율은 1.6%로 1년 전이었던 2022년 3·4분기 대비 0.62%p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국내 8개사의 카드 대금 리볼빙 금액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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