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킬러 뺐는데 만점 없는 불수능? 수험생 사교육 부담 지폈다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1 18:06

수정 2023.11.21 18:06

수학 22번 등 고난도 문제 혼란
수능 후 닷새째 만점자 무소식
"내년도 걱정" 입시설명회 바글
사교육 의존 가능성 더 높아져
킬러 뺐는데 만점 없는 불수능? 수험생 사교육 부담 지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불수능'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수능에선 13년만에 만점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문제의 난이도가 매우 높게 형성되면서 사실상의 '킬러문항' 논란도 점화된 상태다. 올해 수준의 수능 난이도가 유지된다면 사교육 부담도 줄일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킬러문항 뺐는데… 13년 만에 만점자도 없다?

21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올해 수능에선 만점자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6일 수능이 치러진 이후 닷새가 지났지만 이 무렵 학원가에서 들리는 만점자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올해 수능에서 만점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2011학년도 이후 13년만에 만점자가 없는 것이다. 최근 5년 수능 중에선 △2019학년도 9명 △2020학년도 15명 △2021학년도 6명 △2022학년도 1명 △2023학년도 3명의 만점자가 배출됐다.

EBS와 입시업체가 수능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추정한 올해 국어와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각각 146점, 147점이다. 이는 킬러문항이 배제되지 않은 지난해 수능 표준점수 최고점(국어 134점·수학 145점)보다 최대 10점 이상 높은 점수다. 또한 '불수능'으로 꼽히는 2022학년도 수능 표준점수 최고점(국어 149점·수학 147점)과 비슷한 수준이기도 하다.

일부 문항은 '킬러문항'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수학 영역 공통과목 22번은 정답률이 10%를 밑돌 것이라고 평가받을 정도다. 앞서 EBSi는 이 문항의 오답률을 98.5%로 예측했다. 종로학원이 추정한 정답률은 8.8%에 불과하다.

통상적으로 입시업계는 정답률이 30% 안팎이면 고난도 문제로 분류한다. 킬러문항이 배제되기 전인 지난 6월 모의평가의 경우 수학 공통과목 22번의 정답률이 2.6%였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수학 22번이 공교육 과정에서 벗어난 문제라고 하기는 힘들 수 있다"라며 "다만 수험생 입장에선 명백하게 너무 어렵다. 문제 해결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한 것도 킬러 아닌가. 이 문제는 최상위권조차 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장은 "수학 22번이 킬러문항으로 논란이 되고 있으나 수학 28번, 30번도 모두 공교육 수준에서 풀 수 없는 수준이라고 본다"라며 "수능 당일 EBS 강사는 제시한 조건이 하나밖에 없어서 22번은 킬러문항이 아니라고 했다. 이는 조건을 고려한 게 아니라 개수만 따지는 타당치 않은 설명"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수학 22번 문항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20일 열린 출입기자단 정례브리핑에서 "별도의 입장을 내거나 할 생각이 없다. 문제제기가 됐으니 살펴보겠지만 수능 당일 EBS 수학 대표 강사도 킬러문항이 아니라고 답한 바 있다"고 선을 그었다.

■불수능 공포에 학원 찾는 수험생 늘까

수능 난이도가 매우 높다보니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향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공교육 만으로는 예상 밖의 변수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인식 탓이다. 또한 고득점 획득에 실패한 수험생이 재수를 택하면서 입시와 관련한 사회 비용이 더욱 커질 우려도 적지 않다.

최 센터장은 "올해 수능 난이도라면 공교육 안에서 충분히 연습한다고 해도 대비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사교육을 줄이려면 실제로 학교 수업 범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점수에 만족하지 못한 수험생은 재수나 반수를 택하고 사교육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올해 수능이 치러진 이후 열린 입시 설명회의 반응은 예년보다 폭발적이었다고 전해진다. 내년에도 '불수능'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이 학부모의 불안감을 증폭시킨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킬러문항 진위 여부를 떠나 이러한 고난도 문제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수험생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라며 "내년에 고3 올라가는 학생 입장에선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이러한 경향은 현장에서도 체감되고 있다"라며 "금년도 입시 설명회는 예년보다 반응이 뜨겁다.
가채점 결과 설명회 같은 경우에도 지난해는 많이 봐야 4~5만뷰였는데 올해는 10만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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