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문어 낚으려다 마약 주사기를 낚았다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8 19:12

수정 2023.11.08 19:48

마약 단속을 피하기 위해 여장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탄 남성 요식업자. 남해해경청 제공
마약 단속을 피하기 위해 여장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탄 남성 요식업자. 남해해경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해양경찰이 마약사범 20여명을 줄줄이 검거했다. 검거 배경에는 낚시꾼이 낚아올린 마약주사기가 있었다.

남해해경청 마약수사대는 올해 마약관리법위반 등 혐의로 마약사범 27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4명을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문어가 아니고 마약 주사기 60여개 낚여
경찰은 2021년 11월 부산 중구 부둣가에서 낚싯바늘에 걸려 올라온 마약 주사기를 실마리로 수사에 나섰다. 이 사건과 관련해 적발한 마약사범만 21명이었다.

당시 부산 앞바다에서 낚시꾼은 문어인 줄 알고 검은 봉지를 낚아 올렸지만 봉지 안에는 주사기 60여개가 들어있었다.


사건을 접수한 해경은 당시 주사기에 묻은 혈흔을 토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해 유전자 정보를 추적했다. 해경은 검사 결과를 토대로 50대 투약사범과 50대 조직폭력배를 용의자로 특정해 수사한 끝에 관련자들을 검거했다.

마약 단속 피하려고 '여장'한 요식업자
판매책에게 마약을 구입해 투약한 사람들도 무더기로 검거됐다.

이들의 직업은 요식업 종사자, 유흥업소 종사자, 대학생, 회사원, 부동산 중개업 종사자, 통신사 상담원, 건설노동자, 병원 상담원 등으로 다양했다. 한 남성 요식업자는 해경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여장을 하기도 했다.

해경은 1년간의 잠복 수사 끝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 수배한 40대 마약 유통 총책이자 폭력조직 조직원을 체포하기도 했다.

해경 관계자는 "총책이 대포폰을 사용하는 데다가 주거지를 3∼4일 만에 한 번씩 바꾸는 등 재빠르게 피해 다녔다"며 "검거 당시에도 주거지를 막 옮기려던 찰나 극적으로 붙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에는 동남아시아산 마약류를 밀반입해 선원 등 해상 종사자들에게 유통한 혐의로 판매책 40대 택시 기사와 50대 자영업자 등 3명과 알선책인 40대 선원 등 5명이 붙잡혔다.

이로써 해경이 올해 검거한 마약사범들로부터 압수한 마약은 모두 필로폰 52g과 대마 358g가량이다.

해경 관계자는 "올해 적발한 마약 대부분 태국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서 선박, 항공편을 이용해 국제 우편물로 국내 들여온 것"이라며 "유통 조직원들은 소셜미디어(SNS)를 이용해 정보를 주고받았고 판매책과는 주로 대면 거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남녀노소, 전 연령층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마약 유통이 확산하는 가운데 앞으로도 마약범 조직의 전모를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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