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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동맹들 '무조건 지지' 철회...美 전쟁 '일시 중단' 요구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4 04:06

수정 2023.11.04 04:06

[파이낸셜뉴스]
앤터니 블링컨(가운데) 미국 국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블링컨은 이날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공습과 지상전을 '일시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로이터연합
앤터니 블링컨(가운데) 미국 국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블링컨은 이날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공습과 지상전을 '일시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로이터연합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습과 지상전을 강화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희생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 서방 동맹국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 지지' 입장에서 후퇴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휘관 1명을 잡겠다고 가자지구 최대 난민 캠프인 자발리아 난민캠프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난 뒤 이스라엘의 급발진에 우려하는 나라들이 많아졌다.


가자지구 인명 피해 급증에 태도 변화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앤터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3일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공격을 '일시 중단'하라며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면서 미국의 태도 변화는 이스라엘 동맹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이스라엘 건국과 관련된 나라들은 지난달 7일 가자지구를 장악한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침공해 1400명을 살해하자 이스라엘 무조건 지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스라엘이 이후 가자지구에 공습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자위권이라며 두둔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력, 수도, 연료 공급을 끊고 모든 통로를 봉쇄한 뒤 공습을 지속하면서 주민들의 희생이 커지자 입장을 바꾸고 있다.

지난 열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지상전 강화 속에 가자지구 주민 인명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참혹한 공습 현장 모습이 전세계에 알려지면서 따가워진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휴전을 요구하는 유엔 결의안에는 반대했지만 서서히 입장을 바꾸면서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격 '일시 중단' 요구


블링컨은 3일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뒤 이스라엘에 공격 일시 중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블링컨은 "팔레스타인 시민들을 더 많이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진행하면서도 시민들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에 관해 조언했다면서 "오직 최고의 친구들 만이 그런 충고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 희생은 정당화 안 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공격 일시 중단을 요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테러와 싸움이 시민들의 희생을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그는 프랑스가 다음주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을 위한 컨퍼런스를 주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옌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전날 회동에서 이스라엘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에 대해 우려했다.

아울러 수낵 총리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같은 날 "지금도, 또 앞으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시민 모두를 지지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압박


EU 정상들은 이집트를 설득해 가자지구 국경을 연 뒤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수용토록 하자는 네타냐후의 요청도 거부했다.

이스라엘이 공습과 지상전을 제한해 난민이 발생하는 것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주도해 최근 수일 구호물자를 실은 선박들이 이스라엘 해안까지 접근했다. 이들은 가자항에 구호물자를 하역할 수 있도록 접근을 허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 EU 외교관은 이스라엘에 우리가 자신들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서도 가자지구 주민들을 보호하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남미, 이스라엘 비판 고조


중남미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볼리비아가 지난달 30일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콜롬비아와 칠레는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들을 소환했다. 칠레는 팔레스타인 출신 주민 40만여명이 사는 곳으로, 중동 이외 지역에서는 팔레스타인 출신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중남미에서 가장 강력한 외교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브라질도 이스라엘을 단죄하고 나섰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현 상황을 '인종학살'이라고 비판하고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 멕시코 대통령도 휴전촉구 대열에 동참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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