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의대 정원 30% 이상 늘리나' …'파격 결과' 나올 수도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14 11:27

수정 2023.10.14 11:27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이 늘릴 듯…"대통령실 의지 확고, 충격적 수준일수도"
찬성 여론 '동력', 시민단체 요구했던 규모…의사단체 반발 '관건'
공공의대·지역의사는 포함 안 될 전망…확대 방식 놓고 野·시민사회 이견 예상
지난 5월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내주 발표할 예정인 의대 정원 확대 폭이 당초 예상됐던 것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확대 폭이 1000명을 훌쩍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확대 폭이 1000명 이상이면 기존보다 정원을 30% 이상 추가 모집하는 셈이다.

14일 정부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9일 의대 정원 확대 규모와 일정, 방식 등을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정원 확대가 시작되는 시점을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이 시험을 보는 2025년도 대학입시로 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19년 만에 의대 정원이 늘어나게 된다.

확대 폭을 놓고는 △당초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줄었던 351명(10%)만큼 다시 늘리거나 △정원이 적은 국립대를 중심으로 521명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실제 발표에서는 확대 폭이 1000명을 훌쩍 넘는 수준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확대 폭이 1000명 이상이면 기존보다 정원을 30% 이상 많이 모집하는 것이다. 의대 정원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한 의사단체의 요구로 10% 줄어든 뒤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확고하다. 정원 확대 폭이 1000명을 넘어 충격적이라고 할만한 수준일 수도 있다"며 "결국 의료계를 설득하는 게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000명 이상의 정원 확대 폭은 그동안 정원 확대에 목소리를 높여온 시민사회가 주장해온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장기적인 대책으로 의대 정원을 최소 1000명 증원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복지부가 연초 의사단체와 협의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대통령실로부터 정원 확대 폭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받았다"며 "이런 대통령실의 의지에 힘입어 정원 확대 폭을 크게 잡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례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발표하는 것도 확대 폭이 파격적일 것이라는 예상을 뒷받침한다.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여론이 거센 것 역시 정원 확대 폭을 키우는 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연초부터 14차례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진행하며 정원 문제를 논의해왔다. 지난 8월에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에 한국소비자연맹,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의사인력 전문위원회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의사인력 전문위원회를 꾸리며 참여 폭을 넓혀 의대 정원 확대 근거를 쌓아왔다.

2021년 우리나라 임상 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천 명당 2.6명으로, 전체 회원국 중 멕시코(2.5명) 다음으로 적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낸 '2023 대국민 의료현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대 정원을 얼마나 늘려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4.0%(241명)가 1000명 이상이라고 답했다.

문제는 의사들의 반발이다. 의협은 그동안 의대 정원 확대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의사의 수보다 배분"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의사 수를 성급히 늘린다고 해도 필수의료 분야를 꺼리는 분위기나 지역간 의사 수급 불균형은 여전할 것이 뻔하며 의대 교육만 부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매년 400명씩 10년간 의대 정원을 4천명 늘릴 계획을 공공의대 도입 등과 함께 발표했지만 의사들이 파업에 나서면서 추진을 중단한 바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큰 폭으로 확대하는 '결단'을 내리더라도 세부적인 방식을 놓고는 시민사회나 야권에서 반발할 수도 있다.

필수의료 의사 인력난이나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의대 설립이나 지역의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번 정부 발표에는 이런 내용은 빠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정원 확대 방안에 반드시 지역의대 신설 및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방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의사단체들의 반발 등을 우려하며 공공의대나 지역의사제 등의 도입 추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의협은 비용 효과성이 떨어지고 의학 교육이 부실화할 수 있으며, 직업선택의 자유, 거주 이전 자유 등의 인권을 침해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최근 국감에서 "공공의대 설립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의사제와 관련해서는 "검토를 심도 있게 하겠다"고만 말하면서 "지역의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 패키지도 (의대 정원과) 같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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