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이건 인터뷰인가, 코믹쇼인가" 무한재생유머감각 류승룡[인터뷰]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5 12:20

수정 2023.10.05 14:26

배우 류승룡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사진=뉴스1
배우 류승룡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1기 멤버로 세계 각국을 누비다 영화판으로 넘어왔을 당시, 류승룡은 요즘말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충만한 배우였다. 내게 류승룡의 첫인상은 그러했다.

어떻게 보면, 당시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등 대학로 출신의 ‘연기 잘하는 남자’ 배우가 충무로를 주름 잡을 때라 시쳇말로 외모가 밀리던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러 선 굵은 ‘조연’ 배우 중 한명에 불과했다.

장진 감독의 연극과 영화에서 두각을 드러내다 '최종병기 활'(2011)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으로 존재감을 과시한 그는 어느덧 네 편의 1000만 영화 필모그래피를 가진 충무로 대표배우가 됐다.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부터 ‘7번방의 선물’(2013) ‘명량’(2014) ‘극한직업’(2019)까지 서로 다른 장르의 영화에서 제각각 다른 매력을 뽐냈다.


최근에는 디즈니플러스 ‘무빙’에서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했다. ‘괴물’같은 초능력자였고, 젊고 잘생긴 선배를 모신 귀여운 후배였으며, 듬직하면서도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연인이자 남편이었고, 다정한 ‘딸바보’ 아빠였다.

반복하자면, 류승룡은 무한재생능력을 가진 장주원 역할로 ‘무빙’의 맨몸 액션신을 책임졌고, 조인성과 쿨하고 진한 브로맨스를 펼쳤다. 또 곽선영과 순박한 로맨스로 관객의 마음을 따스하게 물들였다 아내 잃은 슬픔을 상복 바지 갈아입다 넘어지는 장면으로 표현하며 “류승룡 연기 미쳤다”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도대체 치킨과 무슨 인연인지 ‘극한직업’에 이어 또 치킨집을 창업해 평범한 이웃 아저씨이자 ‘딸바보’ 아빠로 분해 멜로부터 액션, 스릴러 그리고 휴먼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를 한 작품에서 종횡무진 오갔다.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무빙’ 종영 후 만난 그는 계속 더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이유로 “내가 생각한 것보다 늘 그 이상의 캐릭터가 (내게)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무빙’처럼 웹툰이 영상화되는 등 마치 거미줄에서 줄이 나오듯 끊임없이 시청자가 놀라워하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 같다”며 “덕분에 내 생각 이상의 캐릭터를 제안받는다”고 부연했다.

"메소드 연기는 '7번방의 선물' 용구(6살 지능의 딸바보) 정도였고, 항상 나로부터 캐릭터를 구축합니다. 대본에 아이디어를 많이 쓰고 연구도 많이 하지만, 거기에 매이면 현장성이 떨어지니까 늘 열어놓고 그 반반을 섞어 연기합니다."

류승룡, 이제는 유머감각 무한재생능력자?!

배우 류승룡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사진=뉴스1
배우 류승룡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사진=뉴스1

그는 이날 ‘자유로운 영혼’ 이미지가 강한 류승범에 대해 여러 번 언급하며 자신의 20대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름이 비슷해 형제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으며 극중 ‘프랭크’ 역할의 류승범과 류승용의 대결신을 두고 ‘용호상박’이라고 표현한 네티즌도 있다.

류승룡은 “전 20대에 머리 기르고, 수염 기르고 다녔다”고 돌이켰다. 내면에서 샘솟는 어떤 자유로운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그렇게 발산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정상(?)으로 돌아왔냐‘는 물음에 그는 “설경구 선배가 배우는 자신을 도화지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서 개성을 빼라고 조언했다”고 답했다. “몹시 힘들었지만 털도 정리하고, 개량 한복을 벗고 청바지를 입었다”고 부연했다.

그옛날 ‘근자감’ 넘치던 류승룡은 그게 근자감이 아니라는 것을 필모그래피로 차곡차곡 증명했다. 그리고 이제는 '근자감'보다 우위에 있는 '무한재생 유머감각'으로 이날 취재진과 가진 자리를 인터뷰인지, 코믹쇼인지 모르게 만들었다.


내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게 있냐는 물음에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짧은 다리 물려줘봤지. 큰 머리도 이미 물려줬죠. 너무 속상해”라고 말해 웃음폭탄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의 연기에 늘 녹아있는 '휴머니즘'적 답변을 보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극복하고 잘 살아가는 모습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외모는 중요하지 않아요.”

배우 류승룡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사진=뉴스1
배우 류승룡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사진=뉴스1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