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범죄의 재구성’ 도둑들이 한국은행을 턴 이유는?[영화로운 텅장탈출]

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23 06:00

수정 2023.09.23 06:00

영화 '범죄의 재구성' 티저영상 일부
영화 '범죄의 재구성' 티저영상 일부

영화 '범죄의 재구성' 티저영상 일부
영화 '범죄의 재구성' 티저영상 일부

영화 '범죄의 재구성' 티저영상 일부
영화 '범죄의 재구성' 티저영상 일부

[파이낸셜뉴스]
텅텅 빈 내 통장 ‘투자 수익’으로 채우고 싶은데, 낯선 경제용어들이 어렵습니다. 20년 전 영화에서 이문식 배우가 '상식'이라고 말한 지급준비율이란 무엇일까요? 중국이 지급준비율을 0.25%p 낮췄다는데 왜일까요? 텅장탈출을 위한 ‘경제뉴스의 행간 읽기’ 지금 시작합니다.

“장소를 안물어보시네, 한국은행인데”
- 영화 ‘범죄의 재구성’, 최창혁(박신양 분)

“모든 은행엔 ‘지급 준비율’이라는 게 있다. 뭔지 알겠어?”
-백선생(백윤식 분)
“상식이지 그런 건. 법으로 정해 놨어요. 고객이 돈을 인출해야 되는데, 은행이 돈이 떨어지면 되겠어? 그래서 은행은 전체 예금의 10~15%를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된다, 이거야”
-얼매(이문식 분)

영화 타짜, 전우치, 도둑들로 알려진 최동훈 감독의 출세작 ‘범죄의 재구성’의 대사들입니다. 2004년 개봉한 이 영화는 지금도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착착’ 감기는 대사를 티키타카 주고받는 장면을 보면, 20년 전 영화라는 게 신기할만큼 흥미롭습니다.
경찰에 쫒겨 도박장으로 쓰이던 비닐하우스를 탈출하는 장면과 사기칠 무대를 꾸미면서 ‘엑스트라’에게 타박하는 장면은 ‘타짜’를 즐겁게 본 이들에겐 익숙하게 다가올 겁니다.

영화에서 갓 출소한 최창혁은 백선생을 찾아가 50억원을 훔칠 시나리오를 들려주며 ‘함께하자’ 제안합니다. ‘사기업계’의 전설 백선생이 심드렁하자 마지막으로 두 마디 날립니다. “장소를 안물어보시네, 한국은행인데”. 백선생은 ‘청진기 대보니 딱 나온다’며 ‘선수’들을 모아 작업에 들어갑니다.

이들이 한국은행을 턴 이유는 무엇일까요. 20년전이나 지금이나 상식과 달리 보통 은행엔 ‘현금’이 별로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동네 시중은행에는 ‘시재금’이라고 불리는 현금이 2~3억원정도 준비되어있습니다. 예·적금을 맡긴 고객이 현금으로 찾아가겠다고 할 때 꺼내줄 돈입니다.

물론 고객들이 은행에 맡긴 돈은 훨씬 더 많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버스를 타는 사람의 99.6%가 카드를 사용하는 시대 은행에 현금을 들고와 맡기는 이도 없습니다. 다가올 추석 명절 손주, 손녀에게 줄 신권을 찾는 손님들의 현금은 어디서 받아올까요? 바로 한국은행입니다. 은행에게 돈을 빌려줄만큼 돈이 많은 은행, 돈을 찍어낼(발권) 권한을 독점한 은행이 한국은행입니다.

은행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중앙은행 △시중은행 △특수은행 △인터넷전문은행 △저축은행 △투자은행 등 각자의 역할이 다릅니다. 중앙은행은 물가·통화가치 안정부터 경제전망까지 수없이 많은 일을 합니다.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시중에 풀려있는 돈의 양(통화량)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해 통화가치를 관리합니다. 정통적인 방식 ‘지급준비제도’도 활용합니다.

지급준비제도란 은행 등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받은 예금 등 빚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돈을 의무적으로 준비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보통 한국은행에 예치하거나 시재금으로 직접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서 물가가 오를 것 같은면,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높입니다. 은행이 대출을 내어줄 수 있는 범위(신용창조능력)를 줄여 통화량을 줄입니다. 반대로 시중에 돈이 너무 없어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이라면 지급준비율을 낮춰 통화량을 늘립니다.

영화에서 얼매가 말한 지급준비금은 지급준비제도에 따라 은행이 시재금으로 준비해야하는 돈을 뜻합니다. 우리나라의 일반은행과 특수은행들은 모두 지급준비제도의 적용을 받습니다. 한국은행은 금종류에 따라 0 ~7%로 차등화된 지급준비율을 정해놓고 지급준비금을 마련해놨는지 매달 점검하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A은행이 2%의 지급준비율을 적용받는 정기예금을 1000억원 받아놓았다면, 기업과 개인 등 누군가 돈을 찾으로 올 경울 대비해 20억원은 필수로 보유하고 있어야합니다.

이제 다음의 기사를 읽어볼까요.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시중의 유동성 확대를 위해 15일자로 지급준비율 0.25%p 인하하기로 했다.
인민은행은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경제 회복 기반을 공고히 하고, 합리적이고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해 금융기구 지급준비율을 0.25%p 낮춘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현재의 중국 경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운영은 지속 회복되고 있고, 내생적 동력이 지속해서 강해지고 있으며, 사회적 기대 역시 계속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하 후 중국 금융권의 가중 평균 지준율은 약 7.4% 수준이 된다고 인민은행은 설명했다.

'中 지준율 0.25%p인하.. 15일 MLF 동결 가능성', 2023.09.14 파이낸셜뉴스, 정지우 기자

중국 인민은행이 시장에 필요한 자금유동성을 키우기 위해 지급준비율을 낮췄다는 행간 읽히셨나요? 중국의 경우처럼 지급준비율 인하는 직접적인 자본 이탈이 없고, 비용 부담이 적어 금융당국이 경기 안정화라는 정책 신호를 주고 싶을때도 사용된답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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