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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패배주의 끝났다···세제 개편도 병행돼야”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9 15:50

수정 2023.09.19 15:50

한투운용 ‘한국투자의 힘 투자세미나’ 개최
주주행동주의, 반도체 등 관련 질의응답
상속세·배당소득세 합리화 한 목소리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가 19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투자의 힘 투자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한국투자신탁용 제공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가 19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투자의 힘 투자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한국투자신탁용 제공
[파이낸셜뉴스] 주주환원 정책이 장기적으론 상장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이 국내 증시를 탄탄히 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세제 개편 등으로 일반주주와 대주주 간의 이해 불일치를 해소해야 이를 속도감 있게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거버넌스 변화가 핵심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1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투자의 힘 투자세미나’에서 “세계 최고 수준 상속세율 및 배당소득세율뿐 아니라 미국 등과 달리 국내 상법·판례가 이사의 수탁자 의무를 ‘주주’가 아닌 ‘회사’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어 결국 대주주 이익만을 위해 일하게 된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미국, 일본 등은 기업에 오너(소유자)가 없다.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조스가 테슬라나 아마존을 멋대로 부릴 수 없다는 뜻”이라며 “이사들에 부여된 법적 의무가 강하고,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침해할 경우 소송을 크게 당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은 이 같은 제도가 정착돼있지 않아 주주들이 소송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가 돈을 벌면 쌓아놓게 된다는 게 이 대표 인식이다. 자연히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저하되고 자본이 비효율적으로 쓰임에 따라 조달비용이 커지는 문제가 생긴다.

다만 그는 과거 대비 자본시장 개선이 이뤄졌고, 주주들 사이 ‘패배주의’도 상당 폭 극복됐다고 평가했다. 그 저변에 깔린 변화로는 △3%룰 등 이사 분리 선출 △소수주주권 행사요건 완화 △기관투자자·연기금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확대 △의무공개매수 제도 등 관련 법률 제정 및 개정 진행 등을 언급했다.

김기백 한투운용 주식운용3부장도 국내 증시 저평가 핵심 요인을 ‘거버넌스’로 지목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2~2021년 한국 상장사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2배로 선진국의 52%에 머물렀다. 대주주와 일반주주가 차별 없이 비례적으로 의결권과 수익배분이 보장되지도 않았다.

다만 김 부장은 “미국은 1980년대에 행동주의 펀드와 일반주주들 주주제안이 시작된 이후 1990년대 주주환원이 본격화됐고, 현재까지 기업 주가에 있어 핵심”이라며 “정부의 금융시장 선진화 정책 및 기업 세대교체 시점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해부터 행동주의가 본격 활성화됐고, 정부나 금융당국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산업적으론 기업 내부에서 세대 및 시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김 부장은 “지배구조 및 주주환원 기조 변화는 기업가치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하며 이 같은 흐름에 투자하려는 이들에게 ‘ACE 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권했다. ‘주주환원 변화’ 수혜를 볼 수 있도록 설계된 국내 유일 액티브 상품으로 크레버스, 세아제강지주, 영원무역홀딩스 등을 품고 있다.

■국내 주식 투자, 이제 해도 되는 이유
앞서 정산진 한투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한국 증시는 현재 장기 사이클상 저점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며 “특히 인공지능(AI)은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는 “올 상반기에는 AI와 메모리 사이클 바닥이 중첩되면서 반도체주가 급등했지만, 하반기엔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스마트폰과 PC, 일반 서버 수요가 회복되며 관련주 키 맞추기가 이뤄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이어 “한국은 무엇보다 변화 속도가 빠르고 주식시장도 새로운 트렌드 부상에 환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투자 관점에서는 침투율 10%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향후 IT산업은 ‘CNP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를 중심으로 발전할 것으로 봤다.

곽찬 한투운용 주식리서치부 수석은 “보조금 축소와 충전 인프라 문제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단기 위축 현상을 나타내며 국내 관련 기업의 단기 목표치는 하향된 반면, 국내 반도체 공급망 관리(SCM) 기업 가동률은 상승이 전망된다”며 “하반기 DDR5 생산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반도체 생산량 증가율) 충족을 위한 부품 구매가 지속될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이사는 인사말에서 “10여년 전 전세계 시가총액 상위 기업 10개 중 테크 기업은 2개뿐이었으나, 이제는 1개를 제외한 나머지 9개를 차지하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디지털 경제를 이끌 반도체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투자의 힘 투자세미나'에서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왼쪽)과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운용 대표가 질의응답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 사진=한국투자신탁용 제공
19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투자의 힘 투자세미나'에서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왼쪽)과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운용 대표가 질의응답하고 있다. / 사진=한국투자신탁용 제공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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