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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성폭행' 항소심서 대폭 감형 왜… 라이베리아 공무원들 판결 보니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8 06:00

수정 2023.09.08 06:00

항소심 "피해자와 합의"
1심 징역 9년→5년 선고
지난해 9월 부산에서 미성년자 2명을 호텔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라이베리아 국적 공무원 2명
지난해 9월 부산에서 미성년자 2명을 호텔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라이베리아 국적 공무원 2명

[파이낸셜뉴스] 부산에서 10대 여중생 2명을 호텔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라이베리아 공무원 2명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부산고법 형사1부(재판장 박준용 부장판사)는 7일 오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강간)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라이베리아 공무원 50대 A씨와 30대 B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각각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5년간 신상정보 공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교육 행사 참석차 국내로 입국한 뒤 만 14살에 불과한 피해자들을 유인해 호텔로 데려가 합동으로 강간하는 등 죄책이 매우 중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호텔로 유인하는 과정에서 강제력이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항소심에서 범행을 시인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1심보다 감경된 형을 선고한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22일 부산역을 지나던 여중생 2명에게 접근해 "술과 음식을 사주겠다"며 자신들의 호텔 숙소로 유인했다.


이어 휴대전화 번역기를 이용해 성관계 등을 요구했다. 피해자들이 거부하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객실 밖으로 나가자 다시 붙잡아와 성폭행했다.

이날 오후 10시 50분쯤 피해자들의 연락을 받고 찾아온 지인들이 문을 두드리자, A·B씨는 소리를 지르며 출입문을 막아 피해자들을 20분간 감금하기도 했다.

관련해 법정에서 A·B씨는 피해자들의 동의하에 성관계했으며, 낯선 사람들이 갑자기 문을 두드려 막은 것뿐이라는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라이베리아 국적 공무원인 A씨 등은 지난해 9월 해양수산부와 국제해사기구(IMO)가 공동 주최한 '한국해사주간'에 열린 교육 프로그램 참석을 위해 부산을 찾았다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범행 이후 경찰에 체포될 때 외교관 면책특권을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의 주장과 달리 국내 근무를 위해 부여받은 외교관 신분이 아니어서 면책특권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구속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 등에게 각각 징역 9년을 선고하면서 7년간 신상정보 공개, 7년간 아동 및 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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