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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산불' 차 안에서 리트리버 꼭 껴안고 숨진 美남성..."이웃 먼저 대피시키고 남아"

임우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17 10:22

수정 2023.08.17 10:22

산불 사망자 106명.. 2명만 신원 공개
희생자 안타까운 사연 전해지며 '애도'
하와이 산불 희생자로 알려진 프랭클린 트레조스와 그의 반려견. 사진=연합뉴스
하와이 산불 희생자로 알려진 프랭클린 트레조스와 그의 반려견.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하와이의 마우이섬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최소 사망자 수가 100명을 넘긴 가운데, 숨진 희생자 중 반려견을 꼭 껴안고 눈을 감은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마을 사람 대피 도운 뒤, 반려견 구하려다 '그만'

15일(현지시간) 하와이 당국에 따르면 이날까지 파악한 사망자 수는 106명이다. 이중 신원이 공개돼 가족에게 통보된 인원은 2명으로, CNN 방송 및 지역 매체 하와이뉴스 나우 등은 16일 희생자들의 사연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극심한 산불 피해가 집중됐던 마우이섬 북서쪽 해안 도시 라하이나에서 반려견을 구하려다 숨진 60대 남성이 발견됐다. 그의 이름은 프랭클린 트레조스(68·남), 친구인 웨버 보가르의 남편인 제프 보가르와 함께 일 하며 이들 부부의 집에서 30년간 함께 살았다. 그는 특히 보가르 부부가 키우는 3살짜리 골든 리트리버종 반려견 '샘'을 아꼈다고 한다.


참사 당일 트레조스는 이웃들을 먼저 대피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웨버는 이미 마을 밖으로 대피한 상태였으며, 트레조스와 제프는 사람들의 대피를 도운 뒤 집을 지키기 위해 남아있었다.

하지만, 불길은 예상보다 빠르게 번졌고 두 사람은 도망가기 위해 각자 차로 뛰었다. 이때 제프는 자신의 차량에 시동이 걸리지 않자 창문을 깨고 밖으로 나와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그러나, 같은 시간 트레조스는 차량에서 대피하지 못해 결국 숨졌다. 다음날 트레조스는 차량에서 안타까운 주검으로 발견됐다.

특히 트레조스의 시신은 반려견 샘을 온몸으로 덮고 있었다고 한다. 불에 휩싸여 고통이 극심한데도 반려견을 구하고자 한 마음이 앞섰던 것이다. 제프는 당시를 회상하며 "샘(반려견)의 유해가 더 많이 남아있었다"라고 슬퍼했다.

웨버는 숨진 트레조스에 대해 두 자녀가 삼촌이라고 부르며 따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라며 눈물을 훔쳤다.

생일 앞두고 은퇴 준비하던 60대 여성도 숨져

이외에도 마우이섬에서 36년간 살던 캐럴 하틀리(60)도 생일을 앞두고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언니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쓴 글에 따르면, 산불 당시 하틀리와 함께 살던 남자친구는 불길을 피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검은 연기로 뒤덮인 상태에서 하틀리에게 대피하라고 외쳤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 이튿날부터 하틀리를 찾아나선 남자친구는 집 근처에서 하틀리의 유해와 손목시계 등을 발견했다.

하틀리의 언니는 "동생의 생일은 8월 28일이었다. 예전부터 한 살만 더 먹으면 은퇴할 거라고 말했다"라며 "밝은 성격과 미소, 모험심을 가진 동생을 모두가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택에서 하틀리의 추모식을 열 예정이다.

한편 마우티 카운티 당국은 지난 15일까지 집계된 사망자가 106명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수색 대상 지역에서 수색이 끝난 곳은 약 3분의 1에 불과한 만큼 사망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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