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중3 아들을 피범벅 제압한 경찰, 사과 한마디 없습니다"

박상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7 07:59

수정 2023.08.07 07:59

칼부림 오인해 중학생 제압한 '사복경찰'
중학생이라 외쳤지만 수갑 채워 연행
"피가 거꾸로 솟는다" 사연 올린 아버지
A씨가 공개한 아들의 상처.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A씨가 공개한 아들의 상처.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파이낸셜뉴스]
“아이는 지금 몸이 성한 곳 없이 다치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충격이 너무 심해 걱정입니다. 경찰 형사들 그 누구도 책임과 사과는 없습니다”

경기 의정부시 금오동에서 흉기 난동범으로 오해받은 10대 중학생이 사복 경찰들의 무리한 진압으로 전치 3주의 부상을 당하는 일이 발생한 가운데, 피해자의 부모가 상처를 입은 아들의 모습을 직접 공개하며 “아들을 위해서도 끝까지 책임을 묻고 사과를 받을 생각”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검정 후드티 입고 운동 나간 중학생.."수상하다" 신고

지난 6일 한 유명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오늘저녁 의정부시 금오동 칼부림 관련 오보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공개됐다.

자신을 사건 피해자의 아버지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제 16살 중학교 3학년 아들이 오늘 사건의 피해자”라고 밝혔다.

A씨는 “오늘 저녁 9시경 매일같이 저녁운동을 나간 아들은 아파트 옆 공원에서 축구하는 아이들을 구경하고 바로 부용천으로 런닝을 뛰러 갔다”며 “검정색 후드티를 입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축구하던 아이들이 칼을 들고 있는 사람이 뛰어갔다 신고를 했다고 한다”고 운을 뗐다.

A씨는 “운동하고 돌아오는 아들과 사복경찰 2명이 공원입구에서 마주쳤고, 영문도 모르던 아이에게 갑자기 사복경찰이 신분도 소속 공지도 없이 다짜고짜 ‘너 이리와’ 라며 아이를 붙잡으려고 했다”며 “아들은 칼부림 사건으로 어수선하다는 얘기를 듣고있던 터라 겁이나서 반대방향으로 뛰었고, 몇 발짝 뛰다 계단에 걸려 넘어져 영문도 모르는 어른 2명에게 강압적 제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신분도 고지 안한채 강제 제압후 연행

그는 “(사복경찰이) 자신들의 소속과 신분도 고지하지 않고, 미란다원칙 같은건 통보도 없었다고 한다”며 “아들은 이러다 죽을까 싶어서 살려달라고, 저는 그냥 중학생이라고 소리소리 질렀지만 강압적으로 수갑을 채워 지구대까지 연행했다”고 말했다.

A씨는 “영문도 모르고 지구대로 한숨에 달려가 보니 16살 중학교 3학년 우리 아들은 전신에 찰과상과 멍이 든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며 “강제로 제압한 사복 경찰 팀장이라는 분은 사과 한마디 없이 사건 내용을 들어보라고 자신들 핑계만 댄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이어 “아이에게 사과해달라고 했지만, 경찰들은 돌아가서 사건 확인이 먼저라는 핑계로 대답하지 않았다”면서 “응급실에서 치료받고 오니 온라인상에는 벌써 ‘의정부 금오동 칼부림 사건’이라는 자극적인 제목과 멀리서 찍힌 아들 사진이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아이는 지금 몸이 성한 곳 없이 다치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충격이 심해 걱정이다. 제가 내는 세금으로 일하는 형사들에게 16살 미성년자 아들이 육체와 정신이 제압당하고 수갑이 채워져 연행되었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이번 일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아들 온몸에 찰과상... 정신적 충격은 더 심해

실제 A씨가 올린 아들 사진에는 등, 손, 무릎, 허벅지, 정강이, 머리 안쪽까지 온 몸 곳곳에 붉은 찰과상 자국이 있다.

한편 경찰 측은 이번 일과 관련해 연합뉴스에 “당시 CCTV 영상을 확인하면 축구하던 아이들이 A군을 보고 달아났다는 등 어느 정도 수긍이 되는 상황에서 출동했다”며 “형사들이 검문을 위해 경찰 신분증을 꺼내려던 순간 A군이 도망을 가 넘어져 버렸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쪽은 제압하고 한쪽은 벗어나려는 그런 난감한 상황으로 벌어진 사고였다”며 “A군의 부모를 만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대화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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