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자력갱생' 노리는 中, 세계 핵심 광물 쓸어담고 수출 통제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1 16:03

수정 2023.08.01 16:03

中, 올해 광물 및 광산 투자액 역대 최대 규모 전망
남미, 아시아 등에 적극 투자해 니켈 등 친환경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
美 등 서방의 기술 제재 대비, 일대일로 사업도 자원 중심으로 조정
동시에 중국산 희토류 수출 통제 개시. 서방의 기술 제재 보복
지난 2월 10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모로시에서 촬영된 중국 니켈 업체 버추드래곤니켈인더스트리(VDNI)의 니켈 가공시설.AFP연합뉴스
지난 2월 10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모로시에서 촬영된 중국 니켈 업체 버추드래곤니켈인더스트리(VDNI)의 니켈 가공시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제재에 맞서 '자급자족' 경제를 추구하는 중국이 올해 배터리 재료 등 핵심 광물 확보에 역대 최대 규모의 돈을 쏟아 부을 전망이다. 중국은 동시에 중국산 핵심 광물 수출을 틀어막으면서 미국을 겨냥해 중국에 적대적인 국가의 기업들이 제일 먼저 피해를 받는다고 경고했다.

해외 광물 및 광산 투자 역대 최고 예상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교 녹색금융개발센터(GFDC)가 공개한 보고서를 인용해 기업 등 중국에서 올해 상반기 투자한 신규 광물 및 광산 계약 규모가 100억달러(약 12조8400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투자액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FT는 지금 추세라면 올해 투자액이 과거 최고 기록이었던 2018년 총액(170억달러)을 넘어선다고 예측했다.

중국이 투자하는 광물은 니켈과 리튬, 구리같은 배터리 재료뿐만 아니라 우라늄, 철강, 아연 등 다양하다.
해당 금속들은 장기적으로 친환경 산업 육성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며 중국 기업들 역시 해당 자원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FT는 주요 투자처가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에 집중되어 있다며 중국 정부가 미국의 제재에 맞서 자체적인 공급망 확보에 집중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계획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2013년 일대일로 사업을 발표하면서 유라시아 및 아프리카 국가들을 연결하는 사회간접자본 네트워크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참여국들의 파산 및 경제난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에 일대일로에 참여했던 중국 기업들은 정치 외교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사회간접자본보다 돈이 되는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푸단대학교 GFDC의 크리스토프 네도필 국장은 "중국의 일대일로 참여는 경제 및 산업 양측에서 전보다 더 전략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및 일대일로 참여 국가의 산업 발전과 관련하여 돈벌이가 되는 사업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푸단대 자료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일대일로 신규 사업 가운데 자원 개발 사업 비중은 61%에 달했다. 동시에 각종 건설 사업 비중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네도필 국장은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중국 투자자 및 중국 은행들이 투자 위험성 평가를 변경하면서 건설보다 자원과 관련된 수익 사업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중국산 자원은 틀어막아, 美에 경고
중국 정부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자원 수출 통제를 시작했다.

중국 상무부는 7월 3일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8월 1일부터 갈륨과 저마늄을 포함하여 관련 화합물 등 30개 품목을 해외에 수출하려면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갈륨과 저마늄은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 레이저, 야간투시경 등 다양한 제품에 쓰이는 희토류다. 중국은 2021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갈륨과 저마늄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5일 브리핑에서 갈륨과 저마늄 관련 품목이 명백하게 군용으로 쓰일 수 있으며, 수출 통제는 유럽연합(EU) 일부 회원국도 사용하는 국제적인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외교부는 수출 통제 과정에서 "특정 국가를 표적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방 언론들은 미국이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기업들이 첨단 반도체 및 반도체 생산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막거나 수출 면허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네덜란드와 일본 역시 제재에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중국의 조치가 제재에 대한 보복이라고 추정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7월 31일 보도에서 수출 통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매체는 중국 전문가를 인용해 "전면적 금지는 아니지만, 중국에 유사한 제한을 가해 핵심이익을 침해한 국가의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첫 번째 집단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오링윈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수출 통제 같은 수단은 유럽과 미국 등이 다른 국가를 탄압하기 위해 자주 활용했다"며 "중국 역시 자국의 이익에 기초해 권한을 쓸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공산당 이론지 추스는 수출 통제가 시작된 1일 발간한 최신호에서 시진핑이 지난 2월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제3차 집단학습에서 진행한 연설의 전문을 공개했다.

시진핑은 당시 연설에서 "기초연구를 강화하는 것은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실현하기 위한 시급한 요구로, 과학기술 강국을 건설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기술 자립을 강조했다.
그는 연설에서 "과학기술 경쟁에 대응하고 새로운 발전 구도를 구축하며 높은 수준의 발전을 실현하려면 기초연구를 강화하고 핵심기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