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해외 석탄발전소에 돈 계속 넣는 韓기관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30 05:00

수정 2023.06.30 04:59

PF 약정 4.2兆 中 미인출 1.6兆
약정 집행 불가피 Vs 친환경 설비 추가 설치..손해감수 강경론도
대출·채권 등 화석연료 자산 120兆 육박
화석연료 투자 규모 재생에너지 3배 넘어

국내 기관의 해외 석탄발전소 신규 PF 현황
(억원, 2022년 6월 말 기준)
국가 약정액 미인출 참여 기관
인도네시아 6041 165 수은, 국민은행, 우리은행
11752 8269 수은, 산은, 하나은행
베트남 7724 873 수은 등
6421 5253 수은
기타 해외 10217 1596 8곳
합계 42155 16156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파이낸셜뉴스] 한국 기관들의 해외 석탄발전소에 대한 신규 자금 집행이 증가 추세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약정액이 상당액 인출돼 신규 집행 규모가 줄어드는 국내와 사뭇 다르다. 약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인출분이 집행돼야 한다는 한계 탓이다. 이에 대한 압박을 통해 해당 자산에 친환경 설비를 추가로 설치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 기관이 탈석탄을 선언했다면 손해를 감수하고 약정 이행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해외 석탄발전소 미인출 약정액 1.6兆

30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22년 6월 말 기준 해외 석탄발전소에 대한 한국 기관의 신규 PF 약정액은 4조2155억원이다.
이중 미인출 약정액은 1조6156억원으로 38.3%다.

미인출 약정액 중 한국수출입은행은 1조4000억원 규모다. 수출입은행은 해외 석탄 발전소 중 최근 건설됐거나 건설 중인 4개 발전소인 인도네시아 2개(Cirebon 2, Jawa 9&10), 베트남 2개(Nghi Son 2, Vung Ang 2) 건설에 참여했다.

산업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도 해외 석탄발전소 PF 대출에 참여한 바 있다.

베트남 붕앙2 석탄발전소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300㎞ 떨어진 하띤성에 600㎿(메가와트)급 2기 발전소 건설이다. 22억달러 규모 사업비를 사용한다. 한국전력과 일본 미쓰비시가 투자하고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이 설계·조달·시공(EPC)을 담당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금융 부문을 지원한다. 오는 2025년 3·4분기 상업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붕앙2 석탄발전소 건설 사업은 그린피스, 기후솔루션,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의 비난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중국 중화전력공사(CLP)가 투자를 철회했고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도 사업을 포기했다.

영국 최대 기업연금 운용사인 리걸앤드제너럴 그룹, 노르웨이 연금회사 KLP, 핀란드 노르디아은행 등 유럽계 기관투자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네덜란드공적연금은 한전의 탄소 배출 감축 노력 부족을 이유로 한전의 지분을 처분하기도 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관계자는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모두 참여한 인도네시아 Jawa 9&10 프로젝트의 경우,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와 2020년 재심의 모두 손실이 예상된다는 평가를 받았다"면서 "'베트남 붕앙2' 프로젝트 역시 예타에서 적자가 예상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두 프로젝트 모두 수익성 뿐만 아니라 공공성 등의 요소를 통합 반영한 종합 평점이 기준치를 넘어 사업추진이 승인됐다"면서 "국제 사회의 석탄발전 감축논의가 지속되며 경제성에 대한 우려가 그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석연료 금융자산 120兆 육박

국내 금융기관의 화석연료 금융 자산은 12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석연료금융 자산은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대출, 채권, 주식 투자를 합한 수치다.

국내 공적·민간 금융기관(은행, 보험사, 증권사)의 화석연료금융 잔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118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석탄금융 자산은 56조5000억원, 천연가스·석유 자산은 62조원이다.

반면 2012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재생에너지 관련 금융 총 자산은 37조2000억원에 불과했다. 화석연료 투자 규모가 재생에너지의 3배를 넘는 셈이다.

공적 금융기관이 보유한 화석연료 금융 자산은 61조8000억원이다. 전체 화석연료금융 잔액의 60.8%를 차지했다. 이 중 28조4000억원은 석탄금융으로 대부분은 KDB산업은행이 보유한 한국전력 지분(약 20조원)이다.

민간 금융 부문의 화석연료금융 자산은 39조9000억원이다. 업권별로 보면 손해보험(15.3%), 생명보험(14.7%), 은행(13.6%), 증권사(1.3%) 순이다. 보험사들은 한전 및 자회사에 대한 채권 투자와 발전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자산 규모가 많았다.

국내 석탄금융 상위 10개 금융기관의 석탄자산은 45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한전 지분이 대부분인 산은을 제외하면 자산 대비 석탄자산 비중이 가장 높은 금융기관은 롯데손해보험(5.06%)이다. 이어 DB손해보험(4.93%), 흥국생명(4.63%) 순이다.

지난해 상반기 신규 석탄금융 규모는 총 5조4000억원으로 2021년 1년간 규모(5조50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전채 투자가 46%(2조5000억원)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수준이다.

신규 석탄발전소 PF 대출의 미인출 약정액이 4조원가량 남아있는 데다 최근 한전채 인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기관의 석탄금융 규모는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은 “석탄뿐 아니라 석유, 천연가스 등 모든 화석연료 산업에 금융기관이 아낌없는 연료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이 수치로 밝혀졌다”며 “금융기관은 2050년 ‘넷제로(탄소배출량 0)’을 위해 장기적인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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