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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희의 온스테이지]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웰메이드 코미디 뮤지컬"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2 12:48

수정 2023.05.22 12:48

[서울=뉴시스]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캐스트. (사진=주식회사 랑 제공) 2023.03.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캐스트. (사진=주식회사 랑 제공) 2023.03.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움베르크 에코의 명작 '장미의 이름'에서 중세의 수도사가 살인을 하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책은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비극의 정의를 다룬 책이기 때문에 제2권은 희극을 다룰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이 소설에서 ‘웃음’이 신앙에 위배된다고 믿은 수도사는 아무도 책을 못보게 하기 위해 책에 독극물을 묻혀서 연쇄 살인을 저지른다.

서두가 좀 거창하기는 했지만 이렇듯 비극과 희극은 공연예술에서 매우 중요한 형식이다. 현대에 있어서 희극은 금기가 아니라 일반 관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희극은 보기에는 쉽지만 만들기는 어렵다.
특히 뮤지컬 제작에 있어서 코미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다.

최근에 대학로에서 개막한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는 창작 뮤지컬로서 매우 높은 코미디 작품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어 매우 반갑다.

이 공연은 2018년 충무아트센터 ‘뮤지컬 하우스 블랙 앤 블루’에 선정되고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되어 개발된 창작 뮤지컬이다. 2021년 트라이아웃 공연, 2021년 재공연에 이어 올해 세 번째 공연이며,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 극본상, 음악상을 수상하여 완성도와 흥행성을 입증했다.

이야기는 일제 강점기 귀신의 집으로 알려진 쿠로이 저택을 리조트로 개발하려는 일본인들, 성불을 해야지만 이승을 떠날 수 있는 저택의 귀신들 그리고 억울한 죽음을 당한 지박령 옥희와 독립운동을 하다 죽은 형과 생김새가 너무나도 닮은 동생 박해웅의 이야기들이 저택을 중심으로 얽히고설키어 있다.

[서울=뉴시스]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포스터. (사진=주식회사 랑 제공) 2023.03.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포스터. (사진=주식회사 랑 제공) 2023.03.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공간을 중심으로 사건을 집중되어 있고, 각각 캐릭터의 미션이 뚜렷하며, 사건이 점점 더 복잡하게 꼬이다가 한꺼번에 오해와 갈등들이 해결되는 희극의 극작이 매우 선명하고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활용되는 음악적 구성도 코미디 뮤지컬로서의 장점을 충분히 드러낸다.

소실점을 활용한 반입체의 무대 디자인과 영상과 홀로그램의 활용도 매우 효과적이었다. 귀신들과 일본패거리 역할을 빠르게 오가며 코미디 연기의 맛을 진하게 보여준 배우들의 연기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구성을 아주 깔끔하고 맛깔나게 만들어낸 연출의 선택들이 아주 탁월했다. 극작, 작곡, 연출, 연기, 무대미술 전반에 걸쳐 흠잡을 데 없는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


일반적으로 우리 관객들이 코미디보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 공연이라면 누구든 만족스럽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기분전환하고 싶은 관객분들에게 추천해본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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