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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채에 1.6兆 투자한 운용사..'쏠림효과' 어쩌나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05 05:00

수정 2023.05.05 06:51



[파이낸셜뉴스] 한국전력 채권(한전채)에 22개 자산운용사들이 지난해까지 1조6000억원 넘게 투자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들어 한전채 신규 발행 규모가 9조5500억원에 달하는 만큼 투자 규모는 막대해질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채에 이른바 '쏠림효과'로 시장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것은 물론 다른 회사채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올 4개월 간 한전채 물량 9.5兆

5일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국내 22개 자산운용사는 지난해 말 액면가 기준 54개 펀드를 통해 1조6338억원 규모 한전채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5개 펀드를 통해 3615억원어치 한전채를 보유하고 있다. 한전채를 100억원 이상 보유한 펀드의 투자 규모 합산이다.


이어 자산운용사별 한전채 투자 규모는 미래에셋자산운용(3299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2597억원), 플러스자산운용(1100억원), 교보악사자산운용(1000억원), KB자산운용(935억원),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600억원), 한화자산운용(600억원), 신영자산운용(542억원), 우리자산운용(300억원), 흥국자산운용(300억원), 다올자산운용(250억원) 등 순이다.

문제는 한전채가 시장에 계속 증액, 풀리고 있다는 점이다. 올 1월부터 4개월여간 쏟아낸 한전채 물량은 9조55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발행된 공사공단채(35억9787억원)의 약 26%다. 한국전력의 2·4분기 회사채 만기 물량도 1조9000억원으로 1·4분기 9300억원의 두배다.

한국전력과 같은 신용등급 AAA에 해당하는 특수채들이 시중에 대거 나오면서 자금 수혈이 급한 기업들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4월 회사채 발행액은 전년동기(5조8290억원) 대비 약 7.6% 줄어든 5조3873억원에 불과했다.

KCC건설은 2년물 900억원 모집에 130억원만 몰렸다. 쌍용C&E는 1000억원 모집에 570억원만 몰렸다. 동화기업은 500억원 모집에 420억원 주문에 그쳤다.

이진선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한국전력 채권의 과도한 발행과 그에 따른 시장의 유동성 부족이 국내 우량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를 고려하면 한전채와 같은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보다는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에 투자하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전략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금융사는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성 확립을 통해 장기 수익성을 높이고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한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2의 레고랜드 막기 위해선 '시장교란' 막아야

한국전력은 운영자금 부족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며 연명 중이다. 한전채 규모는 2020년 4조1000억원, 2021년 12조2000억원에서 2022년에는 37조 2000억원에 육박했다.

금융투자업계는 국채와 비슷하게 여겨지는 한전채가 쏟아지면서 유동성을 흡수, 2022년 레고랜드 사태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채권시장 교란과 자금경색을 막기 위해서는 한전채의 절대적 발행 규모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강승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채권시장 자금경색을 초래했던 한전채 물량 부담이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며 “문제는 내년 총선을 감안할때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 폭의 제한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축소될 것으로 기대됐던 한전채의 발행 물량이 전년을 웃도는 현상이 이어지자 한전채발 수급부담에 따른 채권시장의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전의 올해 당기 순손실 규모에 따라 자본잠식 상태에 진입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자본잠식이란 자본 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로 회사가 적자를 지속하면서 잉여금이 바닥나 납입자본금을 까먹기 시작한 것을 말한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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