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청년 작가전 '젊은 모색' 가보니..'독특 그 자체'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27 05:00

수정 2023.04.27 05:00

김경태 작가의 '일련의 기둥'/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김경태 작가의 '일련의 기둥'/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파이낸셜뉴스] 42주년을 맞이한 국내 대표 청년 작가전인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이 개최되면서 어떤 작품들이 주목 받는지 관심이 쏠린다.

청년 작가들이 기성 작가와는 다른 제작 방식과 유연한 협업을 통해 예술계에서 새로운 흐름을 제시한 만큼 대표 작품들을 소개한다.

27일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이번 젊은 모색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총 29점이며, 참여 작가는 13인(팀)이다. 오는 9월 1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을 위한 주석’이라는 부제가 붙어 미술관의 공간, 전시, 경험을 재맥락화 하고 사유하는 작업들로 구성된다. 작가들의 작품은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공간에 대한 해석을 확장한다.


우선, 김경태 작가의 '일련의 기둥' 촬영 대상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 2전시실에 놓인 기둥들이다. 한번에 많은 기둥을 볼 수 있는 넓은 단일 공간의 고유성에 기여하는 기둥의 비례와 배치에 주목했다.

전시실에는 격자 형태로 배열된 18개의 일정한 모양의 기둥이 시점과 원근에 따라 겹치거나 닿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둥의 형태 변화와 기둥이 교차하는 투시적 풍경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다미 작가는 '드랙 뮤지엄' 작품을 통해 뮤지엄 건축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 이 질문은 건축이 제도화 되지 못한 주변화 된 이야기를 담는 장소가 될 때 어떻게 건축이 소수자 정체성과 집단성을 시각적으로 품을 수 있을지로 나아간다.

이 작업은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예술 제도 공간인 국립현대미술관 과처관 공간의 새로운 틈새를 만들어 보려는 시도다.

김현종 작가의 '범위의 확장'/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김현종 작가의 '범위의 확장'/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김현종 작가의 '범위의 확장'도 과천관 1, 2전시실 기둥을 활용했다. '확장'은 구조 요소로만 머물지 않는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기둥을 표현했다.

'변화'는 천장을 곧게 떠받치고 있는 보편적인 기둥 형태를 유지하되, 새로운 자료를 입혀 호기심을 유발했다. '해체'는 기둥을 구성하는 일반적인 물성을 감추고 콘크리트 기둥 형태를 쉽게 알아채지 못하도록 연출한 것이다.

황동욱 작가는 '순간' '흔적' 등 작품으로 과천관 원형홀을 비추고 사라지는 자연광 현상에 영감을 받은 구조물 형태 등 결과물을 내놓았다.

자연과 인공의 만들어진 환경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물질적, 비물질적 요소를 기술적 시간을 통해 분석하고 새로운 공간적 상황을 만들었다.

씨오엠(김세중, 한주원 작가)의 '미술관 조각 모음'은 건축물을 가능한 작게 만들어 보려는 시도에서 시작됐다. 과천관 건물을 축소해서 가구와 조형물 사이 중간 규모의 스케일로 제작한 디오라마처럼 연출했다.

김동신 작가와 오혜진 작가는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으로, 그래픽 디자인을 이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김 작가의 '지도' '부조' '휴먼 스케일'은 전시장에서 작품과 함께 있던 물건의 흔적을 추적한다.

특히 과천관 전시실에서 개최한 과거 전시 도면 자료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오 작가는 '미술관 읽기'를 통해 전시장에 관습적으로 노출되는 전시의 시공간 정보들을 새로운 형식으로 재구성해 서사적 읽기를 권하고 있다.

정현 작가의 '명명된 시점들'에서는 과천관 전시 기록을 재해석해 이미지와 글로 재편집했다. 현재 열리고 있는 '젊은 모색 2023' 전시 도면을 비롯해 과거 전시 평면도와 투시도를 재제작해 액자에 담고, 허공에 매달아 설치했다.

진중한 과거의 건축과 가벼운 현재의 설치 사이에서 역설적이고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될 전망이다.

미술관 공간을 바라 보는 다양한 시점 중 가장 멀리서 보기를 제안하는 작가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백종관 작가는 '섬아연광'을 통해 현상으로서 장소-미술관을 탐색하고 있다.

미술관 공관과 작품들, 관객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미술관을 관객의 시선과 호흡에 따라 새롭게 살펴 보는 작업이다.

박희찬 작가의 '리추얼 머신'은 과천관이 가진 미술관의 의례적 특성들을 탐험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마블 머신의 원리를 활용했다,

나선 램프, 아트리움, 원형 정원 등 과천관의 주요 건축을 은유하는 기하학적 형태들을 가진다.

이밖에 추미림 작가는 '횃불과 경사' 등을 통해 위성으로 내려다본 과천의 지형, 지물, 과천관까지의 이동 경로와 풍경 등을 활용한 15점의 평면 작업과 영상을 보여준다.

조규엽 작가의 '바닥 부품'은 공간의 지형지물을 만드는 작업으로, 다양한 움직임과 방향, 속도를 발생시키고 공간의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뭎 팀의 '내 사랑, 난 당신이 죽은 줄 알았어, 당신은 그저 다른 삶으로 넘어간 거였는데'란 작품/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뭎 팀의 '내 사랑, 난 당신이 죽은 줄 알았어, 당신은 그저 다른 삶으로 넘어간 거였는데'란 작품/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뭎(조형준, 손민선 작가)은 '내 사랑, 난 당신이 죽은 줄 알았어, 당신은 그저 다른 삶으로 넘어간 거였는데'란 작품으로 과천관 중앙홀 입구에 서면 보이는 Y자형 계단에 초점을 맞춘다.

미술관의 척추와 같은 핵심적인 위치에 있으면서 1층에서 상부로 관객 동선을 순환시키는 역할을 부여 받았으나 그 기능을 상실한 계단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고자 시도했다.


특히 육면체 구조물과 영상 작업으로 이뤄진 '천왕문', 바닥에 레드카펫처럼 깔린 '용광로', Y자 계단 상부에 설치한 영상 작업 '제단' 등 3개 작업은 관객에게 미술관 경험의 새로운 진입 단계를 선사한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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