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깜깜이 회계·불법파업 엄정대응… 예외없이 '법치' 세운다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05 18:29

수정 2023.03.05 18:29

경제성장 마중물, 노동개혁 <상>
불법·부당행위 만연한 노동시장
尹정부 '노사 법치주의'에 방점
"비리척결에만 치우쳐" 반발도
사회적 공감대 없이 개혁 힘들어
"가장 먼저 노동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첫날부터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과제 중 노동을 1순위로 꼽으며 한 말이다. 이후 추진동력을 얻은 고용노동부가 '노조 회계투명성 강화' 등 각종 노동개혁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노동계와 부딪치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역대 정부 때마다 반발에 부딪혔던 노동개혁이 윤석열 정부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해결방안이 무엇인지 모색해 본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이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민주노총을 방문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이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민주노총을 방문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노동개혁의 출발점은 노사 법치주의입니다. 노사 법치주의야말로 불필요한 쟁의와 갈등을 예방하고, 진정으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할 수 있는 길입니다."(윤석열 대통령 신년사)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에 고강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부는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등 제도적 개혁은 국회 입법사항으로 난항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해 우선 노동조합의 비리 척결에 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 같은 노사 법치주의 확립이 자칫하면 노동개혁이 아닌 노조개혁으로 잘못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협의에 기반한 개혁의 방안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진정한 노동개혁이 완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 불법행위 처벌 법 개정"

정부가 노동개혁 과제 중 우선적으로 노사 법치주의 확립에 방점을 찍은 것은 고질적인 노동계의 부정·부패를 근절하지 않으면 개혁이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일 불합리한 노동관행 개선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제안된 노조 회계투명성 강화, 노조 불법·부당행위 금지 등을 중심으로 노조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노조 회계투명성을 위해 조합원 1000명 이상인 노조의 회계감사원 자격을 공인회계사 등으로 제한하는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달 중 마련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정부가 노조를 상대로 진행한 노조 회계 실태점검에서 촉발됐다. 지난달 진행된 실태점검에서 정부는 대상 노조 327곳에 재정에 관한 서류(장부)의 비치·보존 의무 이행 여부를 보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제대로 보고한 곳은 전체 대상 노조의 36.7%인 120곳뿐이다.

또 정부는 노조가 다른 노조나 사용자를 대상으로 벌이는 불법·부당행위에 대해 형사처벌할 수 있는 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고용부는 회계감사원 자격제한 등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한 사안은 이달 중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형사처벌 규정 등 법 개정은 당정협의를 거쳐 구체화할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법적 안정성과 신뢰가 없다면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이라며 "노조 활동을 위축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누가 봐도 부당한 부분을 규율하겠다"고 강조했다.

■노동개혁, 노·정 '동상이몽'

국민들도 노동개혁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는 인식이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사례에서 보듯 강성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높은 상황이다.

문제는 노조를 일방적으로 몰아쳐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지다.

정부의 노조 옥죄기는 대책 추진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 운영 결과를 보면 지난 1월 26일부터 한 달여간 접수된 301건 가운데 250건(83%)은 직장 내 괴롭힘, 근로계약서 미작성, 주 최대 52시간제 위반 등 대부분 사용자 쪽 불법·부당행위였다.

노조의 문제를 신고한 것으로 보이는 집단 노사관계 관련 신고건수는 51건(17%)뿐이다. 신고 내용 대부분이 개별 근로관계에 대한 것이지만 정부 대책은 노조개혁에만 쏠렸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번 개선방안은 복수노조 제도 도입 이후 불거진 노조 간 노동3권 침해행위, 폭력 등을 통한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 방해 등 노조에 의한 중대한 권리 침해행위를 특정해 규율함으로써 최근 산업현장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불합리한 노동관행을 개선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임금체불,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부당노동행위 등 사용자의 불법행위는 이미 현행 노동법에서 엄격하게 규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용자의 부조리보다는 노조 처벌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거나 전체 노동조합을 부패집단화한다고 볼 수 없다"며 "앞으로도 노사를 불문하고 불법·부조리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 공정과 상식이 바로 서는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규범의 현대화, 이중구조 개선 등 노동개혁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 같은 강경책은 양대 노총의 공감대를 얻지 못해 결국 개혁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양대 노총의 파업, 선거 때마다 영향력을 발휘하는 조직화된 표 등 압박을 넘지 못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오는 7월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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