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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문가들 '北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관측'…억제 가능 여부엔 엇갈린 분석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23 11:09

수정 2023.02.23 11:47

北 대기권 재진입 실패시, 탄두 탄착 순간까지 신호 수신할 수 없다 주장
美 한국전서 3만6천명 희생, 2만8천명 미군 주둔, 확장억제 의지 확고
北 유사시 핵무기 사용 위험 커...재래식 전력으론 전술핵 방어 역부족 의견도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18일 오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훈련을 진행했다고 19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밝혔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18일 오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훈련을 진행했다고 19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밝혔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급에도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는 관측이 미국의 유력 미사일 전문가들 사이에서 확대되고 있다. 정상궤도 비행 대신 ‘고각 발사’로도 재진입 기술을 충분히 습득할 수 있으며 여러 시험을 통해 입증된 북한의 역량은 재진입체 제작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렸다.

북한은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이어 600mm 초대형방사포(SRBM) 2발을 연이어 시험 발사하고 전술핵 공격 수단이라며 한국의 작전비행장을 초토화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최대 사거리 1만3000천km의 화성-15형 ICBM을 고각으로 발사한 이번 시험이 제기하는 위협 수준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1일 미국의소리(VOA)방송에서 엇갈린 진단을 내놨다.


미국의 방위 공약과 한·미 연합 군사력은 여전히 '북한의 위협을 압도'한다는 해석과 동시에 고도화된 '북한의 전술핵무기 위협을 더 이상 막을 수 없게 됐다'는 비관적 분석도 나온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ICBM 도발에 대해 “확장억제를 약화시켜 한·미 관계에 균열이 가게 할 의도”라며 “김정은의 정치전 전략은 거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의지에 대한 한국의 확신을 떨어뜨려 한미동맹을 깨트리려는 시도라는 얘기다.

북한이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인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화성포-17형)' 10여기가 광장을 지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인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화성포-17형)' 10여기가 광장을 지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美 전문가 일각, 北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관측
북한은 공개 보도를 통해 화성-15형의 비행과 관련한 자세한 계측 정보를 발표하고,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이 실패했다면 탄착 순간까지 탄두의 신호자료를 수신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혀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했음을 시사했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대기권재진입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이번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서도 대기권재진입에 성공했을 것으로 진단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ICBM을 만든 나라 중 재진입체를 확보하지 못한 나라는 없고, 북한이 이미 2016년 재진입체 지상 시험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이 정상궤도 발사가 아닌 고각 발사를 했기 때문에 대기권 재진입 성공 여부를 확실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반박하면서 오히려 고각 발사에 성공했다면 정상궤도에서는 성공 확률이 더욱 크다고 진단했다.

루이스 소장은 또 북한이 스스로 완성했다고 주장한 최신 화성-17형 대신 화성-15형을 발사한 데 대해서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대응 성격인 만큼 안정적인 발사 성공에 주안점을 둔 포석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 부차관보도 미국 정보 당국과 자신을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을 견딜 수 있는 정도의 충분히 크고 튼튼한 탄두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이번에 액체연료 기반의 ICBM 발사를 하면서 발사 시간을 단축하는 ‘기습 발사’를 했다고 주장한 것에 주목하면서, 북한이 주변국의 기술적 도움을 받아 사전 연료 주입 체계(앰플 방식)를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 ICBM 맞대응 한미 연합공중훈련. 19일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 상공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응해 미국 전략자산을 동원한 연합공중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훈련은 한국 공군 F-35A와 F-15K 전투기 및 미 공군 F-16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으로 진입하는 미국 B-1B 전략폭격기를 호위하면서 연합 편대비행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 ICBM 맞대응 한미 연합공중훈련. 19일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 상공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응해 미국 전략자산을 동원한 연합공중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훈련은 한국 공군 F-35A와 F-15K 전투기 및 미 공군 F-16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으로 진입하는 미국 B-1B 전략폭격기를 호위하면서 연합 편대비행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美 한국戰서 3만6000여명 희생, 2만8000명 미군 주둔, 확장억제 의지 확고
맥스웰 연구원은 “김정은이 역량을 과시한다고 해서 이를 격퇴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미국과 한국의 미사일 방어망이 더 큰 신뢰를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600mm 초대형방사포에 재래식 무기를 탑재하든 핵무기를 탑재하든 방어 원리는 같다”는 전제하에 ‘한국형 3축 체계’가 작동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완벽한 방어는 없지만 “킬 체인(선제 타격),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한국형대량응징보복 체계가 방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한국이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과 미사일 방어 역량 등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있고, 한·미·일 미사일 방어망 통합 쪽으로 움직이는 것도 한국의 방어 역량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맥스웰 연구원은 분석했다.

크로닌 석좌도 북한 ICBM의 미 본토 도달 역량에는 “한계가 있다”며 “미국은 김정은 정권에 실존적 위협을 가할 만한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확장억제는 다소 약화됐지만 여전히 신뢰할 만하다”며 “동맹은 공격에 대한 믿을 만한 위협을 계속 보유하기 위해 계속 방어력을 증진하고 확장억제를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확실히 한국에서는 확장억제의 실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이는 자체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한국민의 지지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라면서도 이에 대한 미국의 대답은 ‘철통같은 방위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은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고, 미국 대통령과 지도부가 조약상의 공약과 확장억제의 강력함을 확인했으며, 2만8천명의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한다”는 점을 미국의 굳건한 약속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클링너 연구원은 "한국전 미군 전사자가 3만6000명에 달하고 연합군사훈련과 전략자산의 순환배치를 복원한 것도 한반도 충돌 상황에서 동맹인 한국과 함께 하겠다는 미국의 확실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도 한국과 일본, 미국에 대한 최고의 방어는 ‘확장억제’라고 강조하고 “미국의 확장억제가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고 강력하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정권 종말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을 미국이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북한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인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하는 영상을 조선중앙TV가 9일 방송했다. 사진은 열병식에 등장한 '고체 ICBM' 추정 신형 미사일.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인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하는 영상을 조선중앙TV가 9일 방송했다. 사진은 열병식에 등장한 '고체 ICBM' 추정 신형 미사일.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반면 유사시 北핵무기 사용 위험 커...재래식 전력으론 전술핵 방어 역부족 의견도
반면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이틀 간격으로 이어진 북한의 최근 미사일 도발을 미국과 한국을 겨냥한 “핵전쟁 리허설”로 규정했다.

판다 연구원은 에 “북한은 실질적으로 핵전쟁을 연습하고 있다”며 “ICBM과 600mm 초대형방사포 사이에 가용한 전략적, 전술적 옵션이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단거리 무기의 경우 북한은 “스텔스기가 배치된 (한국의) 비행장에 선제적으로 사용할 것임을 이미 분명히 밝혔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역량에 대해 “미국을 효과적으로 억지할 만큼 충분히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미국 대통령이 북한 공격을 망설일 만큼 북한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성공적으로 타격할 확률이 상당할지가 북한의 억지력을 가늠하는 요소”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가능 여부는 부차적 문제"라며 "북한이 2017년 처음으로 ICBM 발사에 성공하며 입증한 역량과 이후 계속해서 보여준 기술 진전을 볼 때 북한은 미국에 대한 핵 억지력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판다 연구원은 "남북한이 재래식 전쟁에서 맞붙는 순간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위험이 상당해 미사일 방어망도 북한의 전술핵 공격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면서 한국의 도시나 인근에서 전술핵무기 단 1개만 폭발해도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북한의 맹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방법은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판다 연구원은 “북한과 협력해 ‘위험 감소’ 노력을 기울이는 게 상책이지만 남북한 간 적대적 관계 등 현재의 환경에서 이를 실천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도 "북한이 시험발사한 무기들의 실제 작동 여부와 관계 없이 이런 무기들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미국과 한국 일본에 보내는 것”이라며 “북한은 한·미·일과 실제로 충돌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역량을 과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북한은 한미 동맹에 대한 위협을 확대하고 싶어한다”며 “전략 무기로는 미국을 타격하고 전장용 핵무기로는 한국을 인질로 잡겠다는 의도를 부각함으로써” 그런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고도화 되는 전술핵 위협을 억지하고 실제 충돌이 일어날 경우 격퇴할 수 있을 지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서도 한국과 일본 공격에 특화된 북한의 무기 역량과 진화에 더 무게를 뒀다.

확장억제력, 핵우산의 발휘는 실제 동맹국이 핵공격을 받은 이후에 실행되는 것이지 동맹의 핵공격 징후에 대해 선제타격을 하는 조치는 아니라는 해석이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은 일본과 한국을 사정권에 두는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에 전술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10년 전부터 보유했고, 이제는 전장용 소형 핵무기 등 개량된 신세대 전술핵무기 개발에 나섰다”는 예를 들었다.

밴 디펜 전 부차관보는 ‘태평양을 얼마나 자주 시험장으로 삼을 것인지는 미국에 달려 있다’는 북한 노동당 부부장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의 발언을 언급하며, 북한이 향후 추가적인 ICBM 시험을 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군의 현무-2가 발사 장면. 북한이 지난해 5월 25일 동해상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미 군 당국이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대응에 나섰다. 주한미군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한미 연합군의 위기 대응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미군과 한국군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한국군의 현무-2가 발사 장면. 북한이 지난해 5월 25일 동해상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미 군 당국이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대응에 나섰다.
주한미군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한미 연합군의 위기 대응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미군과 한국군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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