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고장난 장난감서 고부가소재 캐내요"… 순환경제 모델 성공 [현장르포]

권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9 16:00

수정 2023.02.19 18:58

울산 '코끼리공장'
롯데케미칼 프로젝트 루프 성과
'폐장난감 재활용' 사회적기업
파쇄·원료화진출로 매출 1억 올려
코끼리공장 내 폐장난감 파쇄 및 분류기 앞에 선 이채진 코끼리공장 대표, 김도훈 우림 아이씨티(ICT) 대표, 최근영 롯데케미칼 CSV팀 대리. 사진=권준호 기자
코끼리공장 내 폐장난감 파쇄 및 분류기 앞에 선 이채진 코끼리공장 대표, 김도훈 우림 아이씨티(ICT) 대표, 최근영 롯데케미칼 CSV팀 대리. 사진=권준호 기자
코끼리공장 입구에 전시된 재활용 장난감. 사진=권준호 기자
코끼리공장 입구에 전시된 재활용 장난감. 사진=권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울산=권준호 기자】 지난 17일 방문한 울산 중구 '코끼리공장'. 입구부터 눈에 띈 것은 형형색색의 재활용 장난감이었다. 앵무새·코알라·공룡 등 각종 동물부터 지구본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전시된 장난감 앞에는 '지구환경과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기부, 나눔 히어로'라는 문구가 보였다. 옆에서 재활용이 왜 필요한지 교육하는 부모들도 있었다.

■폐장난감이 고부가 플라스틱으로

코끼리공장은 지난 2014년 8월 문을 연 '폐장난감 전문 순환기업'이다. 주로 전국에 있는 장난감을 울산 소재 공장에 옮겨 놓고 이를 소독해 아이들에게 나눠주거나, 손으로 분해·조립해 각 지역 아동기관들에 판매하는 일을 한다.
최근에는 롯데케미칼의 '프로젝트 루프(LOOP) 소셜벤처 1기'에 참여해 사업 영역을 장난감의 파쇄 및 원료화까지 확장했다. 폐장난감 파쇄·원료화 사업 구축은 세계 최초 비즈니스 모델이다.

프로젝트 루프는 롯데케미칼이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위해 202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모델이다. 현재는 자원선순환 분야의 소셜벤처를 발굴하는 '루프 소셜', 지자체 및 공공·민간시설과 리사이클 원료 소싱을 추진하는 '루프 클러스터', 롯데그룹 내 리사이클 문화를 확산하고 소재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루프 롯데', 업계 간 리사이클 생태계를 확산하기 위한 '루프 얼라이언스' 등을 운영 중이다.

■롯데켐, 폐장난감 파쇄·원료화 구축 지원

코끼리공장은 롯데케미칼이 1년여의 시범사업을 바탕으로 2021년 말부터 시작한 프로젝트 루프 소셜벤처 1기 출신이다. 롯데케미칼은 환경·자원선순환 분야 소셜벤처 발굴 공모전을 통해 코끼리공장을 포함해 총 5곳을 선발했다.

롯데케미칼은 약 1년 동안 지원금 전달, 전문가 상담, 기술 지원 등을 통해 코끼리공장이 △폐장난감 전용 선별기 개발 및 폐기물 종합 처리업 인허가 획득 △장난감 속 폴리프로필렌(PP) 및 고부가합성수지(ABS) 압출 테스트 진행 △재생소재 적용제품 개발 △폐장난감 수거확대·재생소재 생산공정 확보 등을 지원했다.

세계 최초 비즈니스 모델 폐장난감 파쇄·원료화 구축에는 롯데케미칼의 도움이 컸다. 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는 '우림 아이씨티(ICT, 프로젝트 루프 소셜벤처 1기)'와 협업을 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김도훈 우림 ICT 대표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저희 회사와 기술을 필요로 하는 코끼리공장 니즈가 서로 맞았다"며 "롯데케미칼의 추천이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코끼리공장의 지난해 폐장난감 파쇄·원료화 관련 매출은 약 1억원 넘게 발생했다. 이채진 코끼리공장 대표는 "화학연구원, 건설사 등 다양한 곳에서 소재를 사갔다"며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6~7% 규모"라고 전했다.

코끼리공장은 향후 롯데케미칼 프로젝트 루프 2기 '같다'와의 협업도 검토 중이다. 같다는 재활용 수거 플랫폼 '빼기'를 통해 폐플라스틱 처리프로세스를 개발한 회사다.
현재는 플랫폼을 통해 신청자를 대상으로 대형 폐기물을 대신 처리해주는 산업을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1월 같다를 포함해 총 3개사를 프로젝트 루프 소셜벤처 2기로 뽑았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프로젝트 루프 소셜벤처 1기의 성공적인 활동을 바탕으로 2기를 출범했다"며 "이를 통해 자원선순환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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