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성범죄자 출소때마다 떠는 대한민국, 거주 제한하면 불안 줄까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17 05:00

수정 2022.11.17 05:00

연쇄 성폭행범 출소하자 주민 반발 커
주거지 제한 법안 우수수 발의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냐"
[파이낸셜뉴스] #.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는 지난 10월 31일 출소했다. 이후 그는 경기 화성시 봉담읍 대학가 원룸 밀집지역에 거주지를 마련해 살고 있다. 해당 거주지는 박병화의 모친이 임대차 계약을 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반발했다. 건물주도 "중범죄자인 줄 모르고 계약했다"며 건물인도 소송(퇴거 청구)까지 진행 중인 상황이다.
#. 연쇄 미성년자 성폭행범 김근식이 경기 의정부시의 갱생시설인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경기북부지부에 입소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이 반대 집회에 나섰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인근 도로를 폐쇄해 김근식이 들어오는 것을 막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근식의 다른 범행이 발각돼 재구속되면서 출소후 거주지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연쇄 성범죄자가 출소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해당 거주지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수원 발발이'로 알려진 연쇄성폭행범 박병화의 거주지인 경기도 화성시 한 원룸 앞에서 지난 1일 오전 정명근 화성시장과 학부모들이 강제 퇴거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씨는 지난 2002년 12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수원시 권선·영통구 일대의 빌라에 침입,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1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했다. /뉴시스
'수원 발발이'로 알려진 연쇄성폭행범 박병화의 거주지인 경기도 화성시 한 원룸 앞에서 지난 1일 오전 정명근 화성시장과 학부모들이 강제 퇴거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씨는 지난 2002년 12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수원시 권선·영통구 일대의 빌라에 침입,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1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했다. /뉴시스

연쇄 성폭행범의 출소 소식에 해당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강력 반발하는 등 지역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연쇄 성폭행범 출소 후 주거지 격리 관련 법안을 쏟아 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범죄자를 격리·감시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호수용소를 개선·확대해야 재범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제언이다.

주거지 제한 '한국형 제시카법' 잇단 발의

1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 4일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갱생보호 대상자가 아동성범죄자인 경우 갱생보호시설이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거리 이내에 위치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안이다.

해외에서도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법이 존재한다. 미국의 경우 '제시카법'이라고 불리는 성범죄자의 거주지 제한법이 있다. 학교·유치원·놀이터 등 아동이 밀집하는 모든 장소부터 일정 거리(약 600m) 밖으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대다수 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성폭력 범죄 전과가 있는 사람이 거주하거나 예정인 지역의 주민들을 중심으로 이같은 법의 필요성이 공감을 얻는 분위기다. 성폭력 범죄의 높은 재범 가능성을 고려하면 법적 조치는 불가피하다는게 중론이다.

검찰청의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전체 흉악 강력범죄(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의 재범 건수는 2546건이었다. 이 가운데 성폭력 범죄의 동종 범죄 재범 건수는 2145건으로 전체의 84.2%에 이른다.

"근본 해결책 안돼…보호시설 격리·치료를"

다만 전문가는 주거지 격리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현실적으로 수도권 과밀화 현상이 큰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고 감시와 격리가 재범 가능성 자체를 떨어뜨리는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2000만명이 수도권에 모여 살고 사교육열이 강해 유아가 어릴 때 선행 학습을 해서 곳곳에 어린이집, 학원 등이 많은데 격리법을 만들면 범죄자는 산속에 들어가 살아야 한다. 지나친 통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감시를 통한 통제가 아닌 근본적인 재범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며 일정 기간의 징역 이후에는 구체적인 기한을 정하지 않고 재범 위험성이 낮게 평가될 때까지 보호수용시설에서 지내며 치료받게 하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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