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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밀란 팝니다"...중 기업들, 유럽 축구 발 뺀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8 02:50

수정 2022.10.18 10:32

[파이낸셜뉴스]
이탈리아 명문 프로축구단 인터밀란이 매물로 나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2일 열린 유럽챔피언스리그 C조 바르셀로나와 경기에서 인터밀란 감독 시모네 인자기가 아쉬움에 머리를 감싸 쥐고 있다. 로이터뉴스1
이탈리아 명문 프로축구단 인터밀란이 매물로 나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2일 열린 유럽챔피언스리그 C조 바르셀로나와 경기에서 인터밀란 감독 시모네 인자기가 아쉬움에 머리를 감싸 쥐고 있다. 로이터뉴스1

이탈리아 프로축구 명문구단인 인터밀란이 매물로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주간사 은행들이 인터밀란 매수 희망자들을 찾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영국 프로축구단 첼시가 경매에서 사상최대 금액인 25억파운드에 팔리도록 주선했던 미국 전문 은행 레인그룹과 전통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매각 주간사 은행을 맡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사면초가 중 구단주
인터밀란은 지난 2016년 중국 최대 전자제품 양판점 체인 가운데 한 곳인 수닝에 팔렸다.

수닝 창업자인 장진동의 아들 스티븐 장이 당시 2억7000만유로를 들여 과반지분을 확보하며 사장이 됐다.

당시는 중국 기업들의 유럽 프로축구단 투자가 봇물을 타던 시기였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둔화되기 시작하고, 유럽 구단 인수에 대한 정치적 지지도 감퇴하기 시작하면서 중국 구단주들이 이제 매각에 나서고 있다.

수닝 역시 소비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경영이 악화해 인터밀란 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막대한 단기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인터밀란 구단주인 수닝은 중국 정부가 신용을 옥죄기 시작하면서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인터밀란 매각
인터밀란은 이런 수닝에 더 큰 짐이 되고 있다.

수닝은 지난해 2월 부실채권 전문 인수 업체인 오크트리캐피털을 통해 2억7500만달러 급전을 당기기까지 했다. 팬데믹으로 수입이 급감한 인터밀란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한 것이었다.

수닝은 올 들어서는 아예 회사가 넘어갈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자금난에 시달려 7월 지방정부와 주주인 알리바바가 14억달러 구제금융을 지원해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이때문에 수닝이 인터밀란을 매각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었다.

인터밀란은 엄청난 적자다.

9월 발표한 2021~22 회계연도 매출이 4억4000만유로로 늘기는 했지만 손실 역시 1억4000만유로에 이르렀다.

수익성 낮은 이탈리아 구단들
이탈리아 프로축구단은 국제 투자자들이 단골로 군침을 흘리는 구단들이다.

로마, 아탈란타, 피오렌티나, 제노아 등의 구단은 현재 미국인들이 소유하고 있다.

올해에도 미 투자업체 레드버드캐피털이 인터밀란 경쟁구단인 AC밀란을 12억유로에 인수한 바 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EPA)를 제외하면 유럽 축구단 가운데 역대 최고금액에 팔렸다.

그러나 이탈리아 축구단은 투자자들에게 다른 유럽 구단들에 비해 수익성 낮은 구단이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인 세리에A의 방송 수입은 이른바 '빅5'라고 부르는 유럽 주요 리그 가운데 꼴찌에서 두번째다.

엔더스어낼리시스에 따르면 스페인 프로축구 국제 방송수입이 연간 8억유로인 반면 이탈리아 세리에A 국제 방송수입은 그 4분의1 수준인 2억3000만유로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탈리아 구단들 상당수는 홈구장이 낡아 경기장을 아예 새로 짓거나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하다.

인터밀란과 AC밀란은 함께 사용하는 산시로 구장을 대신해 관중석 6만5000 규모의 구장 신축 계획을 진행 중이다. 수년에 걸쳐 13억유로가 투입되는 대공사다.


막대한 금액이 투입되는 구장 신축 악재까지 겹친 터라 인터밀란이 새 구단주를 찾기가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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