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매달 77만명 찾는 '국민경관'… 청와대, 반세기 간극을 메우다 [2022 대한민국 국토대전 심사현장을 가다]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24 18:04

수정 2022.08.24 19:58

대통령상 서울 종로구 '청와대 주변 탐방로 개방 및 문화경관조성사업'
시간과 공간을 관통한 탐방로
청와대 경내까지 이어져
전망대에서 본 서울은 설렘 그자체
개방 결정부터 최적의 경관 발굴까지
성공적 첫발 내딛었단 평가
이제는 가치 드높이는 일 고민할때
'2022년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청와대 주변 탐방로 개방 및 문화경관 조성사업:54년만에 국민에게 돌아온 북악산, 비밀의 문이 열리다'는 3단계에 걸친 110만㎡, 6㎞ 탐방로를 반세기만에 국민 품으로 돌려준 유일무이한 사례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긴밀한 협업이 돋보인 유일무이한 문화경관 조성 작품이다. 청와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도심부 광화문 광장주변 모습.
'2022년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청와대 주변 탐방로 개방 및 문화경관 조성사업:54년만에 국민에게 돌아온 북악산, 비밀의 문이 열리다'는 3단계에 걸친 110만㎡, 6㎞ 탐방로를 반세기만에 국민 품으로 돌려준 유일무이한 사례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긴밀한 협업이 돋보인 유일무이한 문화경관 조성 작품이다. 청와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도심부 광화문 광장주변 모습.
'2022 대한민국 국토대전' 현장심사위원들이 청와대 정문 앞에서 문화재청·종로구 담당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 대한민국 국토대전' 현장심사위원들이 청와대 정문 앞에서 문화재청·종로구 담당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 대한민국 국토대전'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서울 종로구의 '청와대 주변 탐방로 개방 및 문화경관조성사업'은 대한민국 금단의 구역이던 곳을 개방해 국민에게 돌려준 유일무이한 사례다.

이 곳은 1968년 무장공비 김신조 침투사건 이후 반세기 동안 출입이 통제된 곳이다.


이런 이유로 대한민국 최고의 문화경관이 고스란히 남았지만,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만큼 공개될 경우 파괴와 훼손의 우려가 크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기민한 협업으로 진행된 이 사업은, 과감한 결단과 강한 추진력으로 국민관점에서 추진된 실행력이 돋보인다.

특히 최소한의 개입으로 단절 극복과 탐방로 개설 및 조망경관 발굴은 여태 가려진 우리 문화경관의 가치를 드높였다.

경계와 감시의 대상이던 곳이, 경관원형 보전과 함께 문화공간 기능이 부여돼 국민의 품으로 돌아옴으로써 국민들도 크게 환영하고 있다.

명실상부 국가 최고 입지와 경관을 자랑하며 대한민국 민주화 완성의 상징이 된 것이다.

54년 만에 국민 품으로 돌아온 문화경관을 효과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개방 초기의 희소가치를 넘어서 지속적인 국민 관심을 유지 및 상승시키는 것이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소명이다. 서울의 문화관광 거점뿐 아니라 해외에도 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한시적 공개가 아닌, 국민 품으로 영원히 돌려드리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긴밀한 협업은 절대적이다. 첫 개방까지 긴반한 시간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탐방로 조성, 최적의 조망경관 발굴 등을 위해 노력하고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시작한 만큼, 이젠 그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지역의 특수성과 경관의 독특함을 살려 국민 문화경관으로 향유되기 위해서는 세심한 경관자원조사와 경관디자인 등이 포함된 경관계획을 마련해 적극적인 경관 보전·조성·활용에 나서야 한다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렵다. 월 77만명 방문 핫플 명소 탄생은 왜일까? 누군가는 북악산 속살을 헤집고 몸부림쳐야 제대로 문화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7080의 민주화 열기'와 '2000년대 광화문 연가'가 바라보이는 청와대 전망대 조망경관을 만난 설렘은 아직도 생생하다.

■북악산 개방사업 '대통령상' 수상

'대한민국 국토대전'은 '품격있는 국토, 아름다운 경관'을 지향하는 권위 있는 행사다. 해를 거듭해 관심과 영향력이 커지는 열린 경연장으로서 그 발굴 현장은 언제나 뜨겁고 생생하다. 국토교통부와 국가 연구기관, 언론사 및 6개 학회가 참여하는 이 향연은 우리나라 국토 경관의 아름다움을 발굴해 전국으로 확산하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응모한 작품들은 각 분과의 엄격한 서류심사와 전체 선정회의를 통해 각각 3∼4개 작품이 현장에서 심사단의 평가를 맞게 됐다. 각 분과별 현장 실사는 엄정한 기준으로 선발된 심사위원이 동행해 촘촘히 시행됐다.

전체 회의에서 각분과별 현장 실사 결과가 보고됐으며, 그 중 상위권 작품에 대해 모든 분과가 참여해 토론했다. 그 과정은 높아진 관심과 열기에 걸맞게 진지하고 치열했다. 여러 차례 제안 설명과 무기명 투표 등을 거쳐 대통령상을 포함해 수상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올해 대통령상은 (사)한국경관학회가 맡은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문화경관' 분과에서 나왔다. 문화경관분과는 사전 응모서류 공유와 화상회의를 통해 실사 대상으로 4개 작품을 발굴했다.

현장실사 위원은 원래 세 분이었으나, 심사 직전 한 분이 코로나19에 감염됨에 따라 차질 없이 대체해 상의 권위에 걸맞게 진행했다. 7월 20~21일간 동행하면서 현장에서 작품을 꼼꼼히 살피고 응모자와의 솔직한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 후보지에서 맞은 각양각색의 감동

7월 20일 첫 번째로 만난 작품은 서울 관악구청의 '문화가 흐르는 별빛 내린천 특화사업'이다. 오랜 시간 관심 밖이었던 지천 전 구간(연장 11㎞)을 대상으로 십 여 년간 6개 부서의 협업으로 조성해 공감대와 시민체감도가 높다. 별빛 내린천 구비구비마다 스민 손길이 관심 밖 지천 도림천을 오늘의 문화경관으로 바꾼 원동력이다.

하천 경관 회복이 지역 생태, 문화, 사회경제적 재생으로 이어져 선형 재생의 한계를 극복을 시도한 작품으로 향후 주변지역 경관개선 노력으로 이어질 경우 더 큰 시너지가 기대 된다.

두 번째 찾은 현장은 서울 종로구청이 제출한 '청와대 주변 탐방로 개방 및 문화경관 조성사업'이다. 꽉 막힌 도로사정으로 조금 늦었다. 금단을 상징하던 낡은 철재 쪽문이 열리면서 우리의 탐방이 시작됐다. 반세기 금단의 장소에 첫 걸음을 디딘 것이다. 그동안 북악산 일대 지역은 느리게 개방해오다 새 정부 출범에 즈음해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훼손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도 떠올랐다.

현장을 지휘한 담당자들이 전하는 개방의 순간들과 그 때의 고민들을 전해 들으니, 이 특별한 문화경관은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은 거친 탐방로지만, 곳곳에 이들의 땀을 보았고 그 만큼 숨겨진 비경의 발굴도 체감했다. 새롭게 탄생한 청와대 전망대에 이르렀을 때 그 감동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어느 신문에 실린 화보처럼 멀리 서울 도심과 광화문이 부감되는 서울의 원형경관이 내 품에 안긴다.

청와대가 가까워질수록 곳곳에 경계와 보안을 위한 시설물들이 보인다. 그 단절의 경관을 뚫어 관통하는 탐방로는 청와대 경내까지 이어졌다. 54년만이다. 엄혹한 시절 누구도 열지 못한 이런 금단의 해제로 월 77만명이 방문한 국민 문화경관이다. 평일인데도 많은 국민들은 방금 열린 속살을 만끽하고 있다.

이튿날, 새벽 첫차를 타고 그 종착역에서 만난 곳이 세 번째 작품인 부산항만공사가 응모한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 친수공원 조성사업'이다.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에서 크게 기여한 항만시설이 새로운 시대적 소명으로 재탄생한 현장이다. 이제 막 조성공사를 마치고 해당 지역이 조성 중이라 친수공간으로 체감도가 높진 않지만 공원 조성 수준은 상당하다. 보다 체계적인 경관계획 등 관리를 통해 적극적인 임시 활용과 지구단위계획 지침 수정 등 완성도를 높인다면 차세대 문화경관으로 가능성이 높다.

이어서 우린 국토를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든 고속열차를 타고 마지막 대상지로 달렸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제출한 '지역의 균형과 화합, 내포신도시 홍예공원에서 피어나다(한국토지주택공사)'이다. 이 작품은 지역맞춤형 신도시 경관 조성이 돋보이는 사례다. 우린 현장을 걸으며 원경의 차경을 넘어 내·외부의 물과 바람, 지형이 한 몸으로 체감된다. 미리 찾은 미래의 저비용 기후변화 적응 신도시 모델로도 손색없어 보이다. 집짓기에만 바빴던 과거의 신도시가 아니라 그 곳에 사는 주민과 함께 호흡하고 자라는 경관특화 신도시로 가꾼 LH 도시경관단과 사업단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 국토대전, 내년이 더 기대된다

우리 분과 현장 대장정은 감동의 실타래다. 만나는 작품마다 모두 품격 있고 아름다운 국토 경관 조성에 크게 기여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분 한 분의 목소리에서 그들의 노력과 헌신을 느꼈고, 숨막히는 무더운 날씨로 등줄기에 흐르는 땀이 시원할 정도로 가슴 뭉클했다.


올해의 모든 작품이 최고의 상을 받기에 충분하다. 감명깊은 작품들을 만나게 해 준 담당자들의 숨은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내년에 어떤 작품을 만날지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고 기대된다.

글·사진=배웅규 한국경관학회 수석부회장·중앙대학교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도시시스템공학) 교수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