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살인·테러' 출동했지만 허위신고·장난글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10 18:13

수정 2022.08.10 18:13

경찰 접수 허위신고 4천건 넘어
68%가 벌금·구류·과태료 그쳐
행정적 손해배상 책임 강화 필요
#. 지난해 4월 청주시의 한 가정집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동생과 술을 마시던 A씨는 "내가 칼을 들었다. 동생을 죽이려고 한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출동 결과 허위 신고로 판명 났다. A씨는 법정에서도 "동생을 돌려보내고자 신고했다"고 변명했다. 청주지방법원은 지난 6월 A씨에게 벌금 15만원을 선고했다.

#. B씨는 지난 7일 오전 10시 19분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이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 전사'라며 잠실종합운동장에 당일 오전 중 폭탄을 세 차례 터뜨리겠다는 글을 올렸다.
당시 '서울페스타 2022' 개최 준비를 하던 작업자 1000여명과 운동장에서 연습 중이던 LG 트윈스 선수단 등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LG는 이날 예정됐던 팬 대상 '그라운드 투어'를 취소했다.

매년 4000건(112 기준)을 웃도는 허위 신고로 경찰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허위 신고로 출동이 잦아지면 경찰 입장에선 정작 중요한 상황을 놓칠 수도 있다. 허위신고자 10명 중 7명은 벌금형 등 경범 처벌에 그쳐 허위 신고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0일 경찰청이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허위신고는 4153건으로 2020년(4063건)보다 90건 증가했다. 연도별 허위신고 발생 건수는 △2017년 4641건 △2018년 4583건 △2019년 4531건으로 매년 4000건 이상 발생한다.

반면 처벌 수위는 갈수록 낮아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허위신고 4153건 가운데 67.6%(2807건)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벌금이나 구류, 과태료 등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지난해 경범처벌 비율은 2019년(64.3%), 2020년(63.4%)에 비해 급증했다. 경찰은 허위신고에 대해 사안이 무거운 경우에 한해 형사입건 하고 있으며 그 외에는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해 벌금형 등을 내리는 점을 고려하면 장난전화 등과 같은 가벼운 수위의 허위신고가 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엔 도 넘는 허위신고로 시민 피해도 발생했다. 지난달 16일 20대 남성 B씨는 서울 송파구 소재 '배달의민족' 사무실에 폭탄을 두고 왔다고 경찰에 두 차례 허위신고했다. 배달의민족 사무실이 속한 건물에 입주한 근무자들은 한때 긴급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사건을 담당한 인천 삼산경찰서는 해당 건물에서 폭발물이 발견되지 않자 B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112상황실장은 "해마다 20~24건 가량의 허위신고가 접수된다"며 "살인사건 발생, 자살 암시 등 그 내용도 다양하다. 살인 등 사안이 무거울 경우 순찰차 여러 대가 동원돼 인력 낭비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고가 허위로 의심되더라도 자칫 오판할 경우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우선 출동한 뒤 추후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상습 허위 신고에 대한 적극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명백한, 상습적 허위 신고에 대한 적극적인 제재가 시급하다"며 "경찰에 부여된 즉결심판 권한을 확대함으로써 시민들에게 허위신고를 할 경우 '반드시 처벌된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실장은 "경찰력 낭비나 시설 운영 방해 등 허위신고에 따른 피해에 대해 행정적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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