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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금융홀대론과 금융소비자홀대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19 18:19

수정 2022.07.19 18:19

[서초포럼] 금융홀대론과 금융소비자홀대론
내정된 지 두 달 만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임명되었다. 급박히 돌아가는 금융환경 속에 임명이 지연되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가 들렸고, 심지어 새 정부가 금융을 홀대한다는 금융홀대론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새 정부 각료 후보자 자격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 상황에서 론스타 및 여신금융협회장 경력의 이해상충 문제 등도 제기되었기에 청문회를 거치는 게 나았을 뻔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4일 김 위원장은 원금의 최대 90%를 탕감한다는 파격적 채무조정을 담은 '금융부문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아울러 정부지원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주거래 금융기관 책임관리제'를 제안해 금융사 스스로의 역할을 주문했다. 그러나 그간 금융권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빅테크의 금융권 진입에 대응하기 위해 금산분리 규제완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금융홀대론'이 그것이다. 그간 금융권은 금융권 사정에 밝은 김 위원장 후보에게 금융산업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하소연하는 규제포획 작전을 펼쳤고, 실제로 구두약속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그래서 노파심에서 금융사에 대한 김 위원장의 주문이 금산분리 규제 관련 구두약속과는 무관하기를 바란다.

금융홀대론은 금융을 홀대한다는 금융권의 불만을 드러낸다. 금융을 실물경제 지원수단으로 인정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독립산업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과잉규제로 수익창출이 어렵다는 불만의 다른 표현인데, 그 배경에 빅테크의 금융권 진입 시 기존 금융권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 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그러나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시스템리스크와 금융소비자 피해를 부를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자칫 금융홀대론이 금융소비자 홀대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금산분리 규제완화는 단기적으로 높은 기대인플레이션과 금융시장 불안정의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국내금융이 금산분리 원칙을 고수해온 배경에는 재벌 문제가 있다. 금산분리가 완화되어 은행과 재벌기업이 손을 잡으면 실물에 대한 금융의 견제와 균형이 상실되어 경제의 부실화 가능성이 커질 수 있고, 대마불사라는 시스템리스크 생성이 우려되는 것이다. 대마는 부실화되어도 쉽게 정리하기 어려워 결국 경제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고, 따라서 규제완화 고려 시 이러한 위험을 세밀히 살펴 그 이득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규제완화 이득은 대체로 금융소비자보다 은행에 귀속되지만, 그 비용은 금융소비자 또는 국가가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규제완화가 대형위기로 이어진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국내에서는 2003년 카드 사태, 2012년 저축은행 사태, 2019년 사모펀드 사태 등이 모두 규제완화로 인해 발생했고 금융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끼쳤다.
금융소비자 홀대론이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금산분리 규제 검토에 앞서 시스템리스크 대응력, 감독역량 및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게 금융발전의 정도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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