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공기업

공공기관장 코드인사 제동… 정권바뀐 지자체 ‘불편한 동거'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11 18:00

수정 2022.07.11 18:00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파장
공공기관장 물갈이 관행 막혀
민선8기 출범후 신구 권력 갈등
공공개혁 움직임에 자진사퇴도
【파이낸셜뉴스 전국 종합】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지방정권 교체 과정에서 산하 공공기관 수장을 물갈이 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민선 8기 출범 이후에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경북도 등 일부 지방 정부를 제외하면 불편한 동거는 현실이 됐다.

■"사퇴는 없다" 울산, 대전·충남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 소속 시장으로 바뀐 울산시 또한 전임 시장이 임명한 13명의 공공기관장이 임기를 채울 전망이다.

11일 울산시에 따르면 현 김두겸 울산시장이 임명할 수 있는 공공기관은 공기업 2곳과 출자·출연기관 11곳 등 모두 13곳이다. 이들 가운데 9곳의 기관장들은 1년 이상 임기가 남았다. 특히 울산사회서비스원 김창선 초대원장은 2024년 12월까지, 울산시설공단 송규봉 이사장과 울산도시공사 한삼건 사장의 임기는 같은 해 11월까지 임기가 남아 민선8기가 반환점을 도는 2년 이후로도 임기가 이어진다.


통상 울산지역 공공기관장 자리는 지방 선거 후 '보은 인사' 자리로 인식돼 왔다. 빈 자리가 나지 않으면서 새로운 지방 정부로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지난달 울산시장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김두겸 시장 당선인과 시정 철학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들 공공기관장 대신 선임실장이 참석하도록 했다. 사퇴 또는 용퇴 메시지로 풀이됐지만 말 그대로 해석에 그쳤다.

이달 초 민선8기 김두겸 울산시장이 취임하고 조직 개편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퇴 의사를 밝힌 공공기관장은 없다. 일각에서는 '집단 버티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다고 공공기관장들이 느끼는 압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공공기관장은 "김두겸 시장과 아직 한 차례도 만나지 못하면서 심적으로 겪는 압박이 적지 않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난감하기는 울산시도 마찬가지다. 민선 8기 처음 단행되는 조직개편과 인사가 '낙하산 인사' 또는 '밥그릇 싸움'으로 얼룩지는 것에 부담이 있다.

지역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계기로 특별한 일 생기지 않은 한 임기를 보장해 주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교체는 어렵다"며 "불편한 동거일지라도 괜한 힘겨루기로 허송세월을 보내기 보다는 보장된 임기 내 활용할 방안을 찾는 게 현명하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바뀐 대전과 충남도 비슷한 양상이다.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산하 공공기관장 자리를 놓고 신구 권력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민선 7기에 임명돼 1년이상 임기가 남은 대전시와 충남도의 공공기관장은, 이들 지방자치단체 산하 전체 공공기관장 자리의 60%이상이다.

대전시 산하 공공기관은 공사·공단 4곳과 출자·출연 기관 13곳을 포함, 모두 17곳이다. 이 가운데 3곳의 기관장은 이미 사표를 내고 떠났거나 조만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부분은 거취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대전시설관리공단, 대전세종연구원, 대전신용보증재단 등 11개 기관장 임기는 1년 이상씩 남았다.

충남도 산하에는 공기업 1곳, 의료원 4곳, 출연기관은 16곳, 기타 사단법인 1곳, 체육단체 2곳까지 모두 24곳의 공공기관이 있다. 이들 공공기관 가운데 내년 상반기까지 임기를 마치는 기관장은 8명, 내년 하반기에 임기가 끝나는 기관장은 6명이다. 2024년에 임기가 끝나는 기관장이 9명, 2025년에 임기가 끝나는 기관장도 1명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사퇴 의사를 밝힌 기관장은 아직 없다.

이와 관련, 새 단체장들은 "산하 공공 기관장들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상식이며,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개혁에 힘 보태겠다… 자진 사퇴도

대구시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공공기관 구조개혁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 기관장들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이다.

이날 대구도시공사에 따르면 정명섭 사장이 지난 6일 전격 사의를 표명하고 앞으로 50년, 대구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거리낌 없이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지난 4월 22일 사장에 취임했다. 더 큰 대구로의 변화를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추진하고 있는 민선 8기 공공기관 구조개혁을 보면서 비록 취임한 지 2달이 조금 지나 임기말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물결에 앞장서 새롭게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퇴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대구문화재단 대표와 박인건 대구오페라하우스 대표, 박상철 대구관광재단 대표 등 3개 출연기관 대표도 이날 남은 임기와 무관하게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민선 8기 시작과 함께 공공부문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운영의 효율성을 증진하기 위해 시민편익과 행복증진이라는 대원칙을 세우고 현재 18개인 공공기관을 10개로 줄이는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전북에서는 아직 산하기관장들의 줄사퇴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다만 김관영 신임 전북도지사가 취임한 만큼 전임 송하진 도지사 시절 임용된 기관장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재신임을 묻는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큰 갈등은 없지만 불편… 제주, 전북, 광주

제주도내 공공기관은 모두 17곳이다. 지방공기업이 3곳, 출자·출연기관이 14곳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취임과 동시에 공석으로 남아 있떤 8곳에서는 임명 절차에 돌입했다. 다만 원희룡 전 지사가 임명한 제주도개발공사 사장, 제주관광공사 사장, 제주연구원장 등은 임기가 남은 상황이다.

전북도 산하기관은 전북개발공사와 경제통산징흥원 등 16곳이다. 이 중 전북개발공사와 문화관광재단은 기관장 임기가 만료돼 직무대리로 운영 중이다.


나머지 14곳은 바이오융합산업진흥원 김동수 원장이 오는 11월17일 임기가 만료되는 것을 시작으로 사회서비스원 서양열 원장 2024년 10월17일까지 차례로 임기가 남았다.

결국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의중에 따라 기관장 물갈이 폭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시는 산하 공공기관 24곳 중 광주환경공단과 광주관광재단 등 공석 2곳과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4곳을 제외하면 전체 75%인 18곳의 기관장은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한 최소 내년 초까지 임기가 보장된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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