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행정·지자체

지방정부도 산하 기관장과 '불편한 동거' 수두룩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11 14:20

수정 2022.07.11 15:56

문정부 임명 산하 기관장과 거취 놓고 갈등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임기 보장 받아
법률 제정 등 구조적 변경 없이는 되풀이
경기도, 경북도, 부산시 등 일부 빼고는 골머리
현재로서는 임기 내 활용도 찾는 게 현실적

【파이낸셜뉴스 전국 종합】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6·1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정부의 권력교체 과정에서 산하 공공기관 수장을 물갈이 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민선 8기 출범 이후에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광역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하고는 6월 지방선거에서 새로 선출된 단체장과 전임 단체장 시절에 임명된 산하기관장들간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불편한 동거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불편한 동거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퇴는 없다"울산, 대전·충남
11일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 소속 시장으로 바뀐 울산시의 경우 전임 시장이 임명한 13명의 공공기관장이 임기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현 김두겸 울산시장이 임명할 수 있는 공공기관은 공기업 2곳과 출자·출연기관 11곳 등 모두 13곳이다. 이들 중 9곳의 기관장들은 1년 이상 임기가 남았다. 울산사회서비스원 김창선 초대원장은 2024년 12월까지, 울산시설공단 송규봉 이사장과 울산도시공사 한삼건 사장 임기는 같은 해 11월까지 임기가 남아 민선8기가 반환점을 도는 2년 이후로도 임기가 이어진다.


지난 달 울산시장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김두겸 당선인과 시정 철학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들 공공기관장 대신 선임 실장이 참석토록 했다. 이를 두고 정치적 철학이 맞지 않는 전임 단체장 시절 임명된 단체장들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해석됐지만 이들 중 사퇴의사를 밝힌 단체장은 지금까지 한명도 없는 실정이다.

다만 한 공공기관장은 “김두겸 시장과 아직 한 차례도 만나지 못하면서 심적으로 겪는 압박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역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계기로 특별한 일 생기지 않은 한 임기를 보장해 주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교체는 어렵다”며 “불편한 동거일지라도 괜한 힘겨루기로 허송세월을 보내기 보다는 보장된 임기 내 활용할 방안을 찾는 게 현명하다”고 지적했다.

단체장이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바뀐 대전과 충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임 단체장 시절 임명돼 현재 1년이상 임기가 남은 대전시와 충남도 공공기관장은 전체 공공기관장 중 60%에 달한다. 대전시 산하 공공기관은 공사·공단 4곳과 출자·출연 기관 13곳을 포함해 모두 17곳이다. 이 중 사표는 냈거나 사퇴 의사를 밝힌 3명을 빼곤 대부분은 거취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대전시설관리공단, 대전세종연구원, 대전신용보증재단 등 11개 기관장 임기는 1년 이상씩 남았다.

충남도 산하에는 공기업 1곳, 의료원 4곳, 출연기관은 16곳, 기타 사단법인 1곳, 체육단체 2곳까지 모두 24곳의 공공기관이 있다. 이들 중 내년 상반기까지 임기를 마치는 기관장은 8명, 내년 하반기에 임기가 끝나는 기관장은 6명이다. 2024년과 2025년에 임기가 끝나는 기관장이 각각 9명과 1명이지만 현재까지 사퇴 의사를 밝힌 기관장은 아직 없다.

■개혁에 힘 보태겠다..자진 사퇴도
대구시는 홍준표 시장이 공공기관 구조개혁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 기관장들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이다. 정명섭 대구도시공사 사장은 지난 6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대구문화재단 대표와 박인건 대구오페라하우스 대표, 박상철 대구관광재단 대표 등 3개 출연기관 대표도 이날 남은 임기와 무관하게 사퇴 의사를 밝혔다.

■큰 갈등은 없지만 불편... 제주, 전북, 광주
제주도내 공공기관은 모두 17곳으로, 지방공기업 3곳, 출자·출연기관 14곳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취임과 동시에 공석으로 남아 있던 8곳의 경우 임명 절차에 돌입했다. 다만 원희룡 전 지사가 임명한 제주도개발공사 사장, 제주관광공사 사장, 제주연구원장 등은 임기가 남은 상황이다.

전북도는 산하기관장들의 줄사퇴 움직임이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다만 김관영 신임 전북도지사가 취임한 만큼 전임 송하진 도지사 시절 임용된 기관장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재신임을 묻는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북도 산하기관은 전북개발공사와 경제통산징흥원 등 16곳이다. 이 중 전북개발공사와 문화관광재단은 기관장 임기가 만료돼 직무대리로 운영중이다.


광주시는 산하 공공기관 24곳 중 광주환경공단과 광주관광재단 등 공석 2곳과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4곳을 제외하면 전체 75%인 18곳의 기관장은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한 최소 내년 초까지 임기가 보장된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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