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日, 반도체 때린 美와 손잡고 반도체 재건 '아이러니'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16 17:53

수정 2022.05.18 21:50

22~24일 바이든 방일 모멘텀 삼아
차세대반도체 동맹으로 韓·中견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1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가 평화 관료 기념식에 참석해 헌화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1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가 평화 관료 기념식에 참석해 헌화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최근 공격적으로 반도체 산업 재건에 나선 일본 정부가 이달 22~2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일을 기점으로 미국과 최첨단 반도체 분야 개발에 대한 협력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지난 1986년 미국의 압력 속에 체결된 미일 반도체 협정으로 쇠락길을 걸었던 일본 반도체 산업이 이번에 반대로, 미국의 손을 잡고 부활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 내에선 '기이한 운명'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16일 NHK 등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23일 개최될 정상회담을 통해 반도체 확보 및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에 대한 양국간 협력 강화 방침을 발표한다.
현재 미일 양국은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관련 문구를 포함시킬 지를 놓고, 막판 조율을 진행하고 있다.

양국이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분야에서 손을 잡기로 한 것은 단연 중국 견제 목적이 크다. 중국의 부상에 군사안보는 물론이고, 경제안보에서도 공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한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과 지나 러몬드 미국 상무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이미 차세대 반도체 개발 협력에 대한 큰 틀의 공감대는 형성된 상태다. 양측은 최첨단 반도체 미세공정인 2나노미터(㎚, 1nm는 10억분의 1m) 다음 세대의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의견을 나눴다. 미국이 반도체 설계 등 첨단 기술을, 일본은 반도체 소재 기술을 담당하면서, 공생 관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IBM은 2나노 반도체 기술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애플과 인텔도 2나노 기술 개발을 전개 중이다. 이 가운데 IBM은 일본 이바라키현 소재 산업기술종합연구소에서 도쿄 일렉트론, 캐논 등의 반도체 장치 제조사들과 함께 첨단 반도체 제조기술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일본이 반도체 산업에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2017년 키오시아(옛 도시바 반도체)지분 약 52%가 한국 SK하이닉스, 베인 캐피탈 등 한미일 컨소시엄에 매각된 이후다. 그 뒤로 2019년 아베 신조 2차 내각 말, 반도체 산업 재건 정책을 준비하기 시작했으며, 2년 뒤인 지난해 5월 반도체 산업 재건의 뼈대가 될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 발표에 이르렀다. 현재 집권 여당인 자민당 내에선 "반도체 산업을 국가전략으로 삼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구마모토현에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기업)인 대만 TSMC의 반도체 생산 건립이 첫 작품이다. 바로 반도체 재건의 1단계가 해외 기업, 외국과의 연계다. TSMC유치나 미국과의 첨단 반도체 기술 협력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과의 연계에 대해선 일본 내에선 '아이러니'라는 말이 나온다. 하기우다 경산상은 최근 "미국과 반도체 분야에서 손을 잡는 다는 것이 어쩐지 기이한 운명같이 느껴진다"고 했다. 1980년대 후반 미일간 반도체 마찰 격화로, 세계 1위 반도체의 위용을 자랑했던 일본 반도체 산업이 쇠퇴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번엔 미국의 지원으로 다시 일어서겠다는 현재의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현재 도시바가 약 40%의 지분을 보유한 키오시아의 이와테현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공장에도 대규모 지원금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공장은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에 대항할 목적으로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공장 면적은 약 3만1000㎡이며, 총사업비는 1조엔(약 10조원) 규모다. 키오시아는 내년 봄까지 공장 건설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반도체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6000억엔(약 6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할 예정이며, 키오시아의 이와테현 공장도 지원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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