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 기정사실화'에서→ '핵사용 기정사실화' 전략으로의 전환
북한 전략적 계산 변화 도모, 확장억제 실효성 높이는 조치 시급
[파이낸셜뉴스]
북한 전략적 계산 변화 도모, 확장억제 실효성 높이는 조치 시급
이번 열병식은 김정은 집권 이후 12번째다. 25일 오후 9시 식전행사를 시작으로 10시께부터 본행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군창설일에 열병식은 이번이 처음으로 새벽 0시가 아닌 저녁 시간에 개최했다.
이 북한 선전매체는 이날 김정은이 열병식 행사에서 "우리 국가가 보유한 핵 무력을 최대의 급속한 속도로 더욱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김정은은 "우리 핵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면서 "공화국의 핵 무력은 언제든지 자기의 책임적인 사명과 특유의 억제력을 가동할 수 있게 철저히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주장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또 "우린 격변하는 정치 군사 정세와 앞으로의 온갖 위기에 대비해 우리가 억척같이 걸어온 자위적이며 현대적인 무력 건설의 길로 더 빨리, 더 줄기차게 나갈 것"이라며 "특히 우리 국가가 보유한 핵무력을 최대의 급속한 속도로 더욱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어떤 세력이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의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그들은 소멸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정은은 또 "국력의 상징이자 우리 군사력의 기본을 이루는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해 임의의 전쟁 상황에서 각이한 작전의 목적과 임무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핵전투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반 센터장은 "이번의 야간 열병식은 시기적 측면에서 ‘파격’보다는 ‘파국’에 가깝다"면서 "최근 남북한 정상간 '친서정치'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열병식을 통해 무력시위에 나선 것은 '화전양면전술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ICBM 발사로 레드라인을 넘으며 강대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미국은 최근 4년 5개월 만에 동해 공해상에 링컨항모를 진입시키는 등 전략무기 전개로 북한에 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5월 21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방한을 사실상 확정하는 등 한·미동맹도 복원·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입지가 크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열병식을 통한 무력시위는 ‘파격’보다는 ‘파국’을 내포한다는 해석이다.
이어 반 센터장은 "화성-17형은 지난 시험발사 시 전력화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번 열병식에서 '화성포-17형'을 대표적 무기로 강조한 것으로 보아 이 이상의 새로운 무기공개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열병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기존 공개한 것 이상의 새로운 신형 전략무기 정도는 등장시켜야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데 공개된 전략무기 수준이 예전만 못해, 2만여명의 병력과 대규모 인력, 다수의 장비를 동원한 외형과는 달리 속내는 초라한 열병식으로 기록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번 열병식은 새로운 전략무기를 내놓지 못했지만 대신 그 빈자리를 ‘수사적 핵무기 위협’으로 채웠다.
무엇보다 이번 열병식은 김정은이 ‘파격’을 넘어 비핵화 ‘파국’을 조성하고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처럼 핵보유 기정사실화를 넘어 '핵사용 기정사실화'를 본격 추진하는 것은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만일 협상장에 나오더라도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핵군축에 대해서만 협의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이 핵사용 가능성을 천명'했다는 점은 한국이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조치'가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시급한 상황임을 의미한다.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가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는 점도 시사한다. 북한 비핵화 관련 국제공조와 한미동맹을 통한 억제력 강화가 가장 긴박한 외교안보전략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할 시점으로 읽힌다.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번 열병식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화성 17호"라며 "지난 3월 말 괴물 ICBM으로 알려진 화성-17호 시험 발사에 성공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한·미 당국은 화성-15호 개량형이었던 것으로 분석해 이번 열병식에서 화성 17호가 확실한 전력으로 가동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이번 김정은의 연설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북한이 핵심 이익이 위협을 받았다고 판단됐을 경우 '핵무기를 사용을 선언'한 것"이라며 "북한의 핵교리는 이전까지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핵선제불사용원칙(NFU: No First Use Principle)'을 담고 있었지만 '핵교리가 매우 공세적으로 변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김 교수는 "북한은 미국을 겨냥한 장거리탄도미사일 능력과 한국과 일본을 겨냥한 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전술핵 능력을 끌어올리는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며 "한국의 신정부는 미국과 일본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노출된 국가들과 힘을 합쳐 우선 방어 및 억지 능력을 끌어올리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이번 북한 열병식과 김정은의 핵사용 의지 천명을 계기로 미국의 확장억지능력도 제고하고. 한·미·일 3각 방어태세도 더 공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재국가들은 연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뒤를 봐주고 있고, 자유진영의 강대강 대립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안보리 결의안으로 새로운 제재 부과가 어려워 '방어와 억지능력을 제고'하여 '북한의 전략적 계산 변화'를 도모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