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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금리상승과 가계부채 관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9 18:03

수정 2022.04.19 18:03

[서초포럼] 금리상승과 가계부채 관리
수장 없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고물가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14일 금통위는 총재 공석임에도 기준금리를 1.50%로 0.25%p 전격 인상했다. 이를 계기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완화돼 연착륙 진입을 기대하면서 이번 조치를 환영한다. 한편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은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채무부담 완화대책 마련을 인수위에 요구했다.

한동안 약해지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대선 이후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지난달 31일 인수위의 국정과제 선정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완화 주문과 연관되는 듯한데, 인수위의 규제완화 논의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추길까 우려된다.


금리상승이 가계부채에 끼치는 영향은 기존의 가계부채와 미래 가계부채 간에 이질적으로 나타난다. 우선 미래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증가세 억제효과가 기대되는데, 가계부채의 중장기 연착륙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다.

한편 기존의 가계부채에 대해서 금리상승은 대출금리 인상을 통해 은행의 이자이익을 늘리고 그만큼 차주의 상환부담을 키워 신용위험을 확대한다. 이자이익이 늘어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국내 은행은 기업대출의 대부분이 금리연동형이고 주담대의 75%가 변동금리형이어서 금리상승 시 이자수익이 빠르게 증가한다. 다만 이자비용은 요구불예금처럼 금리가 고정되거나 부채의 실질만기가 길어 금리상승 반영이 늦고 따라서 이자비용의 증가도 늦다. 결국 양자의 차이인 이자이익은 금리상승 시 증가한다.

이어서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은 기존대출의 이자상환 부담을 키워 부도 가능성을 높이고 부도 발생 시 은행과 고객에게 부도비용을 발생시킨다. 이 비용은 기회비용, 법률비용 등으로 구성되는 매몰비용으로, 피하는 게 상책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은행이 대출금리 인상을 늦추거나 인상폭을 줄이면 고객의 신용위험이 줄고 거래 쌍방의 부도비용 부담이 절감된다는 점이다. 은행 입장에서 금리인상을 서두르는 게 최선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인수위는 금리상승에 따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상환부담 경감방안으로 배드뱅크 설립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배드뱅크를 설립, 은행들의 부실채권을 매입함으로써 보유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는 대출 제공자인 은행을 면책하는 것으로 도덕적 해이의 소지가 있다. 게다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대출에 배드뱅크 방식의 적용이 효율적인지도 의문이다. 배드뱅크가 업종, 지역, 규모, 부실사유 등에서 다양한 자영업자 사정을 일일이 파악하기 어려울뿐더러 관리절차 만들기도 쉬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개별은행이 자신의 고객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관계금융방식이 문제 해결의 상책이 아닌가 싶다.
은행이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활용해 고객과의 관계를 토대로 정보를 수집하고 해결책을 찾는 방식이다. 어차피 은행은 대출 제공자로서 책임이 있고 자영업자가 연착륙에 성공하면 은행의 미래고객으로 성장할 것이므로 은행은 이들을 보살필 유인을 지닌다.
이 경우 정부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직접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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