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옥상에선 욕먹지 않겠지?"..상하이 민심에 놀란 中 부총리의 '옥상 브리핑'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9 15:17

수정 2022.04.20 23:15

코로나 방역 담당 쑨춘란 부총리, 상하이 현장 시찰 중 고층빌딩서 '옥상 브리핑'
"장기간 도시 봉쇄로 들끓는 상하이 민심 때문" 해석도
'시진핑 측근' 리창 공산당 상하이 서기, 면전서 주민 항의 받는 모습 영상에 담겨
중국 정부 "제로 코로나 정책 유지한다"
중국 웨이보에 올라온 쑨춘란 국무원 부총리가 상하이 현지 시찰에서 '옥상 브리핑'을 받는 모습. 현재 해당 관련 사진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웨이보 갈무리
중국 웨이보에 올라온 쑨춘란 국무원 부총리가 상하이 현지 시찰에서 '옥상 브리핑'을 받는 모습. 현재 해당 관련 사진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웨이보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중국 상하이의 도시 봉쇄(封城) 조치의 장기화로 생필품 공급과 의료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주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리창 당서기가 현장 시찰 중 주민들의 항의를 받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이 SNS를 중심으로 퍼지는 등 중국 지도부에 대한 민심도 악화되고 있다. 이번엔 쑨춘란 부총리가 방역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상하이를 찾아 빌딩 옥상에서 브리핑을 받는 장면이 논란이다. 불만이 커진 상하이 주민들의 항의를 우려해 '옥상 브리핑'을 했기 때문이다.


대만 매체 자유시보는 18일 중국의 방역 업무를 담당하는 쑨춘란 국무원 부총리의 상하이 시찰 장소가 중국 내에서 논란이라고 보도했다. 쑨 총리는 지난 15~16일 상하이에서 여러 곳을 방문해 방역 업무를 현지 지도했다. 그런데 한 곳에서 쑨 총리가 브리핑받는 모습이 논란이 됐다. 방역 브리핑이 방역 현장이 아닌 높은 건물 옥상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쑨춘란(왼쪽 두 번째) 중국 부총리가 11일(현지시간)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우창구 난후 거리 검역소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후베이성에서 전염병 통제작업을 지도하는 중앙지도팀을 이끄는 쑨춘란 부총리는 의료 물자와 병원 시설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며 추가 지원책 등을 강구했다. 중국 지도부는 시진핑 국가 주석의 지휘 아래 신종 코로나를 이길 능력이 있다며 내부 동요를 차단하는 등 연일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2020.02.12. 사진=뉴시스화상
쑨춘란(왼쪽 두 번째) 중국 부총리가 11일(현지시간)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우창구 난후 거리 검역소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후베이성에서 전염병 통제작업을 지도하는 중앙지도팀을 이끄는 쑨춘란 부총리는 의료 물자와 병원 시설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며 추가 지원책 등을 강구했다. 중국 지도부는 시진핑 국가 주석의 지휘 아래 신종 코로나를 이길 능력이 있다며 내부 동요를 차단하는 등 연일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2020.02.12. 사진=뉴시스화상
이는 도시 봉쇄 조치로 들끓는 상하이 민심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11일 리창 중국 공산당 상하이 서기가 코로나19로 봉쇄된 주택 단지를 찾았다가 주민들로부터 거친 항의를 받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됐다. 리 서기는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봉쇄된 주택 단지를 찾았다가 주민들로부터 거친 항의를 받았고 관련 영상과 사진이 퍼졌다. 봉쇄된 아파트 정문 바깥에서 차단문 너머에 있는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던 리 서기에게 일부 주민들이 다가와 큰 목소리로 "200여 가구가 있는데 정부로부터 당근 2개와 감자 2개, 양파 2개를 받은 게 전부"라고 항의했고, 리 서기의 난감한 표정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쑨 부총리도 과거 2020년 코로나19가 발병한 우한을 찾았을 당시 봉쇄된 건물 안에 있던 주민들이 창문을 열고 "가짜다. 가짜. 모두 가짜다"라며 큰 소리로 항의하는 모습의 영상이 퍼지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상하이 시민들이 생필품이 부족하다며 리창 당서기에 항의 중인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 뉴스1 (온라인 캡처) /사진=뉴스1
상하이 시민들이 생필품이 부족하다며 리창 당서기에 항의 중인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 뉴스1 (온라인 캡처) /사진=뉴스1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시작해 격리 4주째를 맞은 상하이 주민들은 시민들을 격려하고 방역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방역 현지 시찰에 나선 지도부가 동떨어진 장소인 옥상에서 브리핑을 받는 것에 대해 중국 누리꾼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누리꾼들은 "옥상에서 시찰하면 욕먹을 일은 없겠다" "주민들의 피해를 줄이고, 내려다 보기 위한 것"이라는 등의 조롱섞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의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천순핑. 웨이보 갈무리
중국의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천순핑. 웨이보 갈무리
인구 2600만명의 중국 경제 심장인 상하이 봉쇄에 따른 혼란과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중국 상하이에서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천순핑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올해 71세인 그는 지난 13일 급성 췌장염으로 병원 두 곳을 찾았지만 모두 진료를 거절당했고, 유서를 남기고 건물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사진=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사진=뉴스1
들끓는 민심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13일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10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해남도 시찰에서 시 주석은 "인민지상·생명지상을 견지하고, 외부 유입 방지 및 내부 감염 재확산 방지를 견지해야 한다"며 "과학적인 정밀함과 동타이칭링(動態清零)을 견지하고, 방역의 각 조처를 세밀하고 견실하게 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동타이칭링은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로 변역되는 데 확진자가 발생하면 지역 봉쇄 등 고강도 방역 조치로 '감염자 0' 상태로 돌려놓는 것을 의미한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