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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日 사도광산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2 18:51

수정 2022.02.02 18:51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佐渡)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1일 정식 결정했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 광산 내 기타가와 선광장 터.사진=뉴스1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佐渡)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1일 정식 결정했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 광산 내 기타가와 선광장 터.사진=뉴스1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그곳은 설국이었다." 일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첫 구절이다. 소설의 배경인 혼슈 중북부의 니가타현은 눈도 많이 내리지만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관광지다. 일제 때 금은을 캐느라 징용된 조선인들의 눈물과 한숨으로 얼룩진 사도(佐渡)광산도 이곳에 있다.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1일 공식 결정했다. 2023년 세계유산 등록을 목표로 삼으면서다. 애초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한국 등의 반발을 감안해 추천을 보류하는 듯했다. 하지만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신조 전 총리 등 자민당 내 매파의 압박에 밀려 입장을 바꿨다는 후문이다. 그러니 마이니치신문이 '문화의 정치 이용을 위험스럽게 여긴다'는 제하의 1일자 사설에서 사도광산 추천을 "오히려 국익을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을 법하다.

물론 악행의 현장이라고 해서 후세들이 아예 찾지 말고 외면하라는 법은 없다. 독일 나치 정권이 수백만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아우슈비츠 수용소조차 오늘날도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의 명소가 아닌가. 다만 어두운 역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보존할 가치를 지니려면 역사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게 대전제다. 그러나 사도광산을 추천하면서 보인 일본 정부의 꼼수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1603~1867년)까지로 한정해 일제강점기 역사를 쏙 뺐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5년 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때도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강제노역의 역사를 알리고 희생자를 기리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다. 일본 정부가 2차대전 후 국제기구나 저개발국가에 막대한 기여금이나 공적개발원조(ODA)를 제공해온 건 사실이다.
전범국가의 이미지를 씻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사도광산을 억지로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기도는 이런 흐름과도 배치된다.
일본 정부가 역사의 진실을 왜곡해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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