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반복되는 교도소 인권침해 논란… "수용자 권리구제 쉽지 않아"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19 17:09

수정 2021.12.19 17:09

직업교육 물품 빼돌리기 민원 넣자
독방 입감 등 불이익한 처우 받아
"법 절차 통한 구제, 힘든 측면 있어"
일부 ‘인권침해 주장 남용’ 우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지난 16일 경기도 화성시 화성직업훈련교도소를 방문, 미확진 수용자를 이송하는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지난 16일 경기도 화성시 화성직업훈련교도소를 방문, 미확진 수용자를 이송하는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법무부는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일어난 보호외국인 가혹행위 진상조사 결과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고 공식 인정했다. 시민단체와 인권단체 등이 30대 모로코 국적 남성이 화성외국인보호소 독방에 구금된 채 두 팔과 다리를 등 방향으로 묶는 일명 '새우꺾기' 자세로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의혹제기가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법무부는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과 관련 규정 개선, 인권위위원회 권고에 대한 점검 및 수용 프로세스 개선 등 방안을 조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징역형·금고형 또는 구류형 등 유죄를 선고 받고 수감생활을 하는 교도소 수용자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닫힌 사회의 특성상 수용자들의 인권침해와 부당한 환경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구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에 인권침해나 부조리 등이 발생하면 제도적인 구제 절차가 마련돼 있지만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교도소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나 괴롭힘, 부당행위를 당했을 경우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장 면담 △법무부장관·지방교정청장 청원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또 같은 법 118조 '불이익처우 금지' 규정에 따라 수용자가 청원, 진정, 소장과의 면담, 그 밖의 권리구제를 위한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감 중인 상태에서 위와 같은 구제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 사기혐의로 징역 4년8개월을 선고 받은 A씨는 경기도의 한 직업훈련 교도소에 들어갔다. 이발을 배우며 사회복귀를 위한 기술을 배우는 곳이었다. 하지만 약 2개월이 지나 담당 교수와 수용자인 조교수 등이 교육생에게 지급돼야 할 샴푸, 린스 등의 물품을 빼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A씨는 교도소 측에 진정을 넣었으나 교소도 측은 이를 무시했다. 또 관련 절차에 따라 해당 물품을 공급하는 업체의 상호, 전화번호, 위치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아내 B씨에게 알렸고 B씨는 지난 9월 국민신문고에 해당 내용의 조사를 촉구하는 민원을 작성했다. 하지만 다음날 교도소 측은 아내 B씨에게 "자세히 조사할테니 민원을 취하해달라"고 전화했고 B씨는 그 말을 믿고 민원을 취하했다. 하지만 민원을 취하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B씨는 A씨가 약 10일간 조사 수용실에 입감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조사수용이란 교소도 내 규율을 어긴 재소자를 조사하기 위해 단독수용(독방)하는 것이다.

B씨는 이후 10월 4일 교정청에 민원을 넣었으나 교정청은 열흘 뒤 A씨가 제기한 민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교도소 직원의 물품 횡령, 괴롭힘 등 증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11월 10일 B씨는 교도소 계장과 면담을 했는데 계장은 "(민원을)취하하지 않으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이달 초 인권위원회에 다시 민원을 제출했고 조사가 더뎌 전화를 했지만 "조만간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답변만 받았다. 법무부에도 민원을 넣었지만 "혐의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B씨는 사실상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해당 교도소는 "인권위원회나 국민권익위원회, 청와대에 사실이 아닌 건을 제보하는 경우도 있다"며 "제보가 있으면 내부 조사가 이뤄지게 된다"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 13장에 소장 면담, 청원, 정보공개청구 등 구제절차가 마련돼 있다"면서도 "하지만 실제로 형을 수감중인 수용자가 이 같은 절차를 통해 권리구제를 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수용자들의 과도한 '인권침해 주장 남용'은 우려도 있다.
연쇄살인으로 2009년 사형 선고를 받은 강호순은 올해 8월 교도소내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강호순은 당시 "교도관들이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다"며 "옆방에 수감 중인 (N번방 주범) 조주빈도 억지 누명을 씌워 강제 징벌 하는 걸 목격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법무부는 "강호순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한 바 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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