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바이든-푸틴 첫 통화… 핵군축협정 연장 합의했지만 기싸움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27 17:53

수정 2021.01.27 18:24

나발니 구금·대선 개입·해킹 등
트럼프와 달리 우려 적극 드러내
추가제재 가능성까지 전달한 듯
문 대통령·스가 총리는 또 밀려
유럽국과 관계 복원에 더 집중
바이든 미국 대통령/로이터뉴스1
바이든 미국 대통령/로이터뉴스1
푸틴 러시아 대통령/AP뉴시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서울·도쿄=홍예지 기자 조은효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 동맹국에 이어 러시아 정상과 취임 이후 첫 전화통화를 연달아 갖고 외교전에 돌입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 정권 교체 이후 첫 정상 통화를 갖고 '뉴스타트 조약' 연장에 합의했다. 뉴스타트는 핵전력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이다.

뉴스타트는 지난 1991년 미국과 옛 소련이 맺은 전략무기감축협정(스타트·START)의 후신으로, 2010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서명했다. 양국의 핵탄두 배치를 1550개 수준으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오는 2월 5일 이 조약이 종료되면 양국 간 핵 군비 경쟁 제동 장치가 사라져 우려를 낳았다.


지금까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협정에 중국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중국이 이를 거부해 연장 여부가 불투명했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뉴스타트 연장 합의 외 △우크라이나 주권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미 연방기관 해킹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살해 사주 △지난해 대선 개입 등 러시아가 배후로 지목받는 각종 의혹에 관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사안들이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통화에서 러시아가 아무런 응징도 받지 않은 채 행동하진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추가 제재를 포함해 조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바이든 대통령은 첫 통화 때부터 푸틴 대통령에게 단순한 신경전을 벌인 것을 넘어 강한 경고의 목소리를 전달한 것이 된다. 미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자주 호의적 발언을 했던 것과는 크게 달랐지만 "외교적 공간을 보존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동맹국 정상들과 먼저 전화 회담을 가졌다. 통화에서 러시아, 중국에 대한 외교정책도 논의했다고 백악관이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외교 순번에서 한국과 일본은 이번에도 또 나란히 밀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한 지 1주일이 다 되도록 문재인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모두 첫 전화회담을 하지 못한 상태다.

통화 일정이 늘어지다보니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새해 첫 전화통화를 했다.

한·미, 미·일 정상간 통화 일정도 잡지 못한 상황에서 27일 오전 8시(한국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이어서 한국 강경화 외교장관과의 첫 통화가 이뤄졌으나, "한국보다 일본이 빨랐다"는 식의 주장 역시 큰 실익없는 비교가 아닐 수 없다.


AP통신에 따르면 이같은 순번은 바이든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11월 사실상 당선을 확정한 직후에도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 정상들과 축하 통화를 한 뒤 수화기를 일본, 한국으로 돌렸다.
일본 게이오대 니시노 준야 교수는 "중국 문제로 인해 미국이 결코 동북아 지역을 경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전통적인 외교관계인 유럽과의 관계 복원을 우선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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