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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군사 정면돌파전 위협… 트럼프는 '좋은 관계' 강조 달래기[북미관계 어디로]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1 17:33

수정 2020.01.01 17:33

北, 제재국면 장기화 기정사실화
'파렴치한 미국' 등 비난했지만
美 태도 따라 변화 여지는 남겨
폼페이오 "金, 옳은 결정하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월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7기 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월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7기 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관계에서 '정면돌파전'을 선언하며 한반도 정세는 차가운 냉전에 돌입하게 될 전망이다. 집권 후 처음으로 신년사까지 건너뛴 김 위원장은 제재국면 장기화를 기정사실화하며 경제부문에는 자력경제의 혁신을 주문하고, 군사적으로 새 전략무기 개발을 공식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상황 관리에 나섰다.

■'정면돌파전' 투쟁노선으로 제시

1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본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의 대화를 통한 제재완화 기대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전혀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그동안의 대화는 그저 '제재를 통해 북한의 힘을 소모 약화시키려는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파렴치한 미국' '정치군사적·경제적 흉계' '대화타령을 횡설수설'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제시한 투쟁노선이 '정면돌파전'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전진을 저애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자!' 이것이 오늘 전 당과 전체 인민이 들고 나가야 할 투쟁구호"라고 선언했다.

특히 경제분야를 정면돌파전의 기본전선으로 지목하며 자력갱생이 구호에 그치고, 실제로는 자립적 토대를 보강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부문을 '내각 사업이자 당중앙위원회 사업'으로 규정하며 당의 개입 확대를 시사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새로운 '정면돌파 노선'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포기, 북·미 대립상태와 대북제재 장기화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핵과 미사일 능력 및 자강력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전략무기 목격하게 될 것"

'정면돌파전'은 정치외교와 군사분야에도 등장했다. 지난 2년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지하고, 핵시험장을 폐기하는 중대조치를 취했지만 미국이 화답하기는커녕 군사·경제적 위협이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지켜주는 대방(상대방)도 없는 공약에 우리가 더 이상 일방적으로 매여있을 근거가 없어졌다"면서 "이제 세상은 멀지 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ICBM 발사와 핵시험을 재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끝까지 추구하면 한반도 비핵화는 영원이 없고, 전략무기 개발을 중단 없이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태도에 따라 북한의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아직은 대화의 창이 열려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완전히 대화를 단절하려면 확실히 끝이라고 할 텐데 아직은 여지를 남겨둔 것 같다"면서 "한 방향으로 가기엔 아직 부담스러운 상태이고, 최종 결정은 2~3월 돼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미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북한도 움직일 수 있다는 신호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장기전에 돌입한다, 버티기로 간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두 가지를 다 이야기하면서 미국 쪽에 공을 넘긴 셈"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김정은 약속 지키는 사람"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며 비핵화 약속 이행을 다시 한번 거론했다.

12월 3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연말 휴가를 보내고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싱가포르에서 비핵화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계약에 서명했고, 첫 문장이 비핵화였다"면서 "나는 그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예고했던 크리스마스 선물이 꽃병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전략무기를 언급한 가운데 나온 말이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북한의 기대감을 고조시켰던 '새로운 방법'류의 발언은 내놓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옳은 결정을 하길 바란다"면서 "그가 충돌과 전쟁 대신 평화와 번영을 선택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제시했던 지난해 연말 비핵화 협상시한을 별다른 성과 없이 넘긴 가운데 미국이 상황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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