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前직장 업무·거래처 끌어다 경업한 간큰 30대 집행유예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3 09:00

수정 2019.12.13 08:59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10년간 일한 회사의 업무와 거래처를 가져다 경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이정민 부장판사)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38)에 대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씨에게 사회봉사 12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H사 직원으로서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7억50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H사에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판시 배임액은 피고인이 거래대금으로 받은 섬유대금 상당인 7억5000만원이나 섬유 생산업체에 지급한 섬유 제작비용을 공제하면 약 5200만원으로, 피고인의 실질적인 이득액이나 피해자 회사가 섬유를 판매하지 못해 입은 실질적인 손해액은 약 5200만원을 넘지 않아 판시 배임액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지난 2008년 1월 서울 마포구 소재 H사에 입사한 최씨는 2016년 11월 조직개편을 통해 해외영업팀에 소속된 이후 회사 분할로 2018년 6월1일부터 지난해 8월20일까지 H티앤씨 해외영업팀에서 해외거래처 관리와 물품의 발주, 수금 등 업무를 맡았다.


최씨는 H사가 지난해 4월 주주총회 승인을 통해 섬유 및 무역사업 부분 사업을 분할 운영하기로 결정되자 회사명 및 거래계좌 등이 변경될 것을 알고 같은 해 3월 19일 해외거래처인 A사 담당자에게 회사 분할 계획을 통지하면서 '4월경 은행 계좌가 변경되니 오더 선급금을 보류해달라'는 메일을 발송했다.

이후 최씨는 같은 해 4월 H사와 같은 업무를 목적으로 회사를 치린 뒤 H사 거래처였던 A사에 발주 오더와 선급금을 보내라고 한 뒤 같은 해 5월 10일부터 9월 10일까지 총 7차례에 걸쳐 H사와 동일 또는 유사한 제품을 거래해 약 7억5000만원을 거래대금 명목으로 송금받은 혐의를 받는다.

최씨는 H사 재직 중에 'H사에 재직하는 동안은 물론 퇴사한 날로부터 2년 동안 국내외를 불문하고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제품을 연구·개발·생산 또는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때문에 최씨의 근로계약과 서약서 내용에 따라 경업을 해서는 안 되는 업무상 임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H사에 근무하면서 신의에 반해 담당 업무와 같은 목적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H사가 계속적으로 거래하던 업체와 섬유 공급 거래를 했다"며 "이로 인해 피해자 회사는 작지 않은 규모의 거래처를 잃고 손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의 중국 지사 및 생산업체를 통해 섬유를 제작해 피해자 회사의 인적, 물적 자산을 이용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퇴사하면서 담당하던 기존 거래처를 끌어오는 일부 불법적인 관행에 편승한 면이 있고, 피해자 회사에서 피고인이 맡고 있던 직물사업부를 폐지하는 계획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위법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에서 10년 이상 일하면서 포상을 받기도 하는 등 피해자 회사의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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