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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전선' 확대…대중 갈등도 증폭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4 14:15

수정 2019.12.04 14:15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런던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윈필드 하우스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동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런던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윈필드 하우스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동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베이징 서울=조창원 특파원 송경재 기자】연내 기대됐던 미중 1단계 무역협상 타결이 물건너갈 조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행정국 돌파와 내년 대선 재선 필승 전략으로 강경한 대외 정책 행보에 나섰다. 미중 무역 1단계 합의가 내년 대선까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재개 및 프랑스의 '디지털세'에 대한 보복관세 등 거친 파열음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관세맨'(Tariff Man)을 자처한 셈이다.
이에 미중 무역갈등도 장기전 모드로 진입할 전망인 가운데 오는 15일 예고된 대중 추가 관세부과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관세맨'으로 되돌아온 트럼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합의는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가 될 수도 있다며 배수진을 쳤다.

1단계 무역협상 합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합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넓게 잡아 신경전을 예고했다. 특히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고 중국과 파열음을 일부러 조성하는 분위기다. 자신이 재선되지 않으면 미국이 유리한 조건으로 무역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다른 나라들에 미국 시장을 모두 내주게 될 것이라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강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내 정치권과 일반 여론도 중국과의 강대강 협상을 지지하는 분위기로 쏠리고 있다.

미국 일부 대중 수출입 업체와 소비자들의 불만이 있었지만 중국과 협상과정에서 확실한 협상 승리를 원하는 쪽으로 여론분위기가 쏠리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중국과 무역협상에서 적임자라는 입장과 일반 여론 사이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형국이다.

영국 BBC 방송은 중국의 스파이 행위나 지적 재산권 탈취 등 부적절한 관행에 대한 문제의식을 미국 정치권 전반이 공유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양보해야 할 정치적 동기가 없다며 장기전 가능성을 보도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도 "미중 합의를 2020년 대선 이후로 미루는 건 트럼프의 재선과 미국을 위해 좋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 연구진이 중국의 보복으로 중국 시장 진출이 막힌 옥수수·대두 농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0%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을 여전히 지지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인권법 서명에 이어 미국 하원이 중국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인 신장위구르 무슬림 인권탄압을 비난하는 '2019 위구르인권 정책법안(이하 위구르인권법)'을 통과시키는 등 대중 압박 수위도 전방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중국 역시 장기전을 대비한 각종 대안책을 마련중이다. 자국의 내수시장 확대를 위해 대규모 인프라 지원을 통한 재정확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대미 반격 카드도 검토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이기주의를 앞세워 미국 동맹에도 서슴없이 관세카드를 꺼내는 점을 감안해 대미 압박 연대도 모색하는 모습이다.이와 관련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미국의 관세 보복에 맞서 중국과 주요 서방국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EU 무역갈등 고조…무역전선 확대
세계 경기가 침체국면을 보이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전은 세계 경제회복에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당장, 미국 제조업 경기는 11월까지 4개월 연속 위축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부과한 관세 수입이 늘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관세부과는 수입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관세전선을 여러 국가로 펼치고 있는 점 역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JP모건 펀드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수세기 동안 많은 장군이 언급했듯 여러 전선에서 전쟁을 치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면서 "불확실성 증대는 경제 성장과 고용 둔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에서 "미국의 동맹들이 추가적인 무역전쟁 충격에 대비해야 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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