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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인도 양파 파동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2 17:33

수정 2019.12.02 17:33

농산물 가격은 작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흉작도 문제이지만 '풍년의 저주'란 말도 있다. 올여름 양파 집산지 중 한 곳인 경남 의령군은 풍작으로 지역경제가 홍역을 치렀다. 가격이 폭락하자 소비촉진운동까지 벌였지만 별무효과였다.

최근 인도가 겪고 있는 '양파 파동'의 심각성은 상상 이상이다. 올여름 주산지인 북부 지역의 폭우로 인한 흉작으로 인도 경제가 휘청거릴 정도다.
카레나 닭볶음 등 전통 요리엔 양파가 필수 식재료여서다. 인도뿐 아니라 파키스탄·부탄·방글라데시 등 범인도권에서도 양파는 '약방의 감초' 격으로 쓰인다. 전반적 소비위축에다 양파 가격마저 세 배 가까이 폭등하면서 인도의 지난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동기 대비 4.5%를 기록했다. 2013년 1·4분기(4.3%) 후 6년여 만의 최저치다.

이로 인해 집권 2기를 맞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정치적 입지도 좁아졌다. 그는 2014~2019년 집권 1기에 경제성장률이 중국을 앞지르면서 국민의 신망을 얻었다. 그러나 지난 5월 총선에서 압승 이후 경기가 하강하면서 민심이 동요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양파 가격이 폭등하면서 앙숙인 중국과의 외교전에서도 비상등이 켜졌다. 양파 수출을 중단하자 친인도 성향인 방글라데시 국민의 여론도 나빠지면서다. 틈새를 겨냥해 중국은 방글라데시에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를 손짓하고 있다.

이 같은 '양파의 저주'가 우리에게도 남의 일은 아닐 듯싶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신흥시장 인도는 우리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의 종착역 격이어서다. 양파 흉작으로 인해 모디 정부의 제조업 중심 수입대체산업 육성전략은 당분간 차질이 예상된다. 전체 인구의 55%를 점하는 농심을 달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업 인구가 많다는 것은 또 다른 역설을 낳게 마련이다. '모디노믹스'의 지향점이 장기적으로는 도시화나 4차 산업혁명 대응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이 유망한 한·인도 경제협력 업종으로 스마트시티 건설이나 디지털 생체인증 등 첨단분야를 꼽는 이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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