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

필리버스터에 막힌 정국, 여야는 네탓만..예산안이 변수되나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9 19:13

수정 2019.11.29 19:13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모아 놓고 3당 원내대표 회의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모아 놓고 3당 원내대표 회의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자유한국당이 29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을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 방식의 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카드, '필리버스터'를 꺼내들었다.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민식이법'을 비롯해 주요 민생법안들이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한국당의 필리버스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력반발 하면서 상황이 꼬였다.

한국당은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듯 주요 민생법안과 처리가 시급한 법안을 먼저 처리하자고 제안했으나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철회부터 요구하며 맞선 것이다. 원내 제1, 2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이 팽팽히 대립하면서 정국은 벼랑 끝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내달 2일 자동부의되는 내년도 예산안의 처리 과정에서 여야간 합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법안 볼모 논란, 여야 책임공방
민주당과 한국당 양측은 서로에게 책임을 넘기며 주요 민생법안 처리를 유예시켰다.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 유가족들이 간곡하게 호소해왔던 일명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본회의에 올랐지만 필리버스터 논란에 처리가 미뤄졌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필리버스터 요청을 알리며 "이 저항의 준엄한 대장정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불법 패스트트랙의 완전한 철회 선언과 친문게이트 국정조사 수용"이라고 요구했다.

이번 정기국회 기한인 내달 10일까지 한국당 의원들 전원이 나서 필리버스터에 나서 문희상 의장의 선거법 개정안 직권상정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희상 의장이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 직후 본회의를 거부하고,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한국당을 겨냥해 규탄대회까지 나서자 나 원내대표도 반박에 나섰다.

나 원내대표는 "급한 민생법안에 다 필리버스터를 적용할 필요가 없으니 민생법안부터 먼저 처리하고 그 다음에 필리버스터를 처리해달라고 했다"며 "그런데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으면 민생법안을 처리 못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필리버스터에 "민생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라며 "민생도 염치도 무시한 정치적 폭거"라고 맹비난했다.

유치원3법을 비롯해 데이터3법, 소재·부품·장비특별법 등이 필리버스터 대상이 된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으로, 한국당이 당리당략에만 매몰됐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처리에 합의했던 '데이터 3법' 중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이 해당 상임위는 통과했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멈춰서면서 법안 처리는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문 의장과 여야 3당 원내교섭단체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한국당도 문제지만 한국당을 반개혁세력으로 몰아넣은 민주당에도 책임이 있다"며 "3당으로서의 한계를 느낀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역부족으로 끝났다"고 양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민생파괴! 국회파괴! 자유한국당 규탄대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민생파괴! 국회파괴! 자유한국당 규탄대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예산안, 정국 변수될 듯
유치원 3법은 당초 한국당의 반대로 기존 안의 처리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비쟁점법안이던 주요 민생법안들은 이날 여야간 대립에 처리가 무산됐다.

문제는 내년도 513조원대 규모의 예산안이다. 여야간 예산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정안이 아닌 정부안이 내달 2일 자동부의 된다.

이 경우 지역구 관련 예산을 반영해야 하는 여야 의원들 모두 불안해할 것이란 점에서 일각에선 내달 2일에서 10일 사이에 여야간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지역구 예산을 챙기지 못한다면 의원들 입장에서 지역 민심을 잃을 수 있어 여야를 막론하고 합의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지역구 의원들이 내년도 예산이 정부안 대로 처리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문 의장도 예산안을 지렛대로 활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본회의를 다시 잡아 예전처럼 정부안을 본회의에 올리되 추후 수정안도 상정해, 수정안부터 먼저 처리하는 방향으로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 등 패스트트랙에 담긴 법안에 대한 합의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
내달 10일까지 처리되지 못할 경우 추가 임시국회를 소집해 처리하는 방향도 검토될 수 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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