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리더 꿈꾸는 마크롱 "나토는 뇌사"..메르켈은 반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8 16:04 수정 : 2019.11.08 16:14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취임 이후 줄곧 통합을 외치며 유럽을 자주적인 열강으로 키우자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70년을 이어온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뇌사"에 빠졌다며 유럽이 따로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과 독일은 즉각 나토가 건재하다고 반박했고 민간 전문가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의 주도권을 잡으려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공개된 인터뷰에서 "우리는 현재 뇌사상태에 빠진 나토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달 21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이뤄졌으며 약 3주일 만에 발표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지역에서 병력을 빼내 터키의 침공을 방조한 점을 두고 "다른 나토 회원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다른 나토 회원국 간의 전략적 결정에서 어떠한 협조를 찾아볼 수 없다"며 "터키같은 나토 회원국이 우리의 이익이 걸린 문제에서 협조없이 공격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나토 차원의 계획이나 협조 같은 것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나토가 비록 군사영역에서는 잘 작동하고 있지만 "전략적으로,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한 뒤 "우리는 미국이 나토에 헌신하는 정도를 고려해 나토의 현실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원국의 집단방위를 규정한 나토 규약 5조의 실효성을 묻자 "모르겠다. 5조가 장래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존 나토 체제를 비판한 뒤 유럽이 보다 "전략적인 자주성"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지난해부터 유럽연합(EU) 차원의 공동 예산과 통합 군대를 만들자고 주장해 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러시아와 중국, 미국 사이에 끼어 몽유병자처럼 걷고 있다며 유럽의 국제적 위상이 갈라져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하며 유럽 통합을 함께 외쳤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번 인터뷰에 평소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했다. 메르켈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이 "극단적인 단어"를 사용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나는 비록 우리에게 함께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단정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나토는 여전히 우리의 안보에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독일을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인터뷰에서 "나는 나토가 여전히 중요하고 결정적이며 아마도 역사적으로 성문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십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민간 전문가들도 혹평을 쏟아냈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프랑수아 헤스부르 특별 고문은 마크롱 대통령이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고 있다며 그의 발언이 "괴상하고 위험하다"고 평했다. 미 싱크탱크 독일 마샬펀드의 울리히 스펙 선임 연구원은 "마크롱 대통령이 말하는 전략적 자주성은 나토 없는 유럽을 뜻한다"며 그가 유럽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존 종주국인 독일에게 직접적으로 도전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유럽 회원국들이 2014년 합의한 나토 방위비 분담금(각국 국내총생산의 2%)를 제대로 내지 않는다고 불평했지만, 나토에 투입하는 돈과 인력을 꾸준히 늘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크롱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의 지지율 하락과 영국의 EU 탈퇴 이후 텅 비어 버린 EU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이 7일 인터뷰에서 유럽 각국이 EU의 자주성을 높이기 위해 국방비를 더 써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프랑스가 올해 지출한 나토 방위금 분담금이 1.84%로 추정되어 2% 기준에 못 미친다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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