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브레이크 건 '타다'…우버·디디추싱·그랩은 어떻게 살아남았나

뉴스1 입력 :2019.11.04 06:00 수정 : 2019.11.04 09:26
지난 2012년 택시 예약 서비스로 출범해 승차공유 서비스로 발전한 중국 '디디추싱'. © News1

(서울=뉴스1) 박병진 기자 = 검찰이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를 '유사 택시'로 보고 운영사 VCNC 박재욱 대표와 모회사 쏘카 이재웅 대표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해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업계 간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해외 사례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택시 공급 부족했던 美, 갈등 딛고 모빌리티 서비스 '제도화'

우버는 지난 2010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상업 운행을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는 구릉으로 이루어진 도시지형과 높은 주차비용으로 거주가구 중 30%가 승용차를 소유하지 않은 데 반해 도시 내 대중교통은 공급이 부족해 우버가 출시됐을 때 폭발적인 반응을 낳았다.

반면 국내는 택시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개인·법인택시는 약 25만대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5163만명) 대비 현황은 207명당 1대꼴이다. 미국 뉴욕은 택시 한 대당 태울 수 있는 사람 수가 646명, 영국 런던은 440명, 프랑스 파리는 380명 수준이다.

타다가 지난해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서울 지역의 경우 총인구는 974만명, 운행 중인 택시 수는 총 7만대로 택시 한 대당 인구수는 139명이다. 일본 도쿄(202명당 1대)보다 택시공급이 과잉인 상황이다.

지난 2017년 6월 미국 48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는 우버 등 모빌리티 업체에 '운송네트워크사업자'(TNC)라는 지위를 부여하고 새로운 여객운수업으로 공인했다.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가 그동안 택시가 제공하지 못한 가치를 창출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택시업계의 반발로 지난 2013년 우버부터 2015년 콜버스, 2017년 풀러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 카풀, 올해 타다에 이르기까지 대립만 격화되는 모습이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경쟁 심화로 택시기사들이 생존권을 침해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미국도 '모빌리티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기준 뉴욕의 명물 '노란 택시'(옐로캡) 기사들은 수입은 9100달러(약 1063만원)로 지난 2013년 3월(1만4400달러) 대비 36% 감소했다. '메달리온'이라 불리는 옐로캡 면허권은 2014년 100만달러(약 12억원)에서 지난해 10월 18만6000달러(약 2억2000만원)로 가격이 폭락했다. 그 결과 지난 5월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년 반 동안 생활고를 비관한 8명의 택시기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에 지난해 8월 뉴욕시의회는 우버와 '리프트' 등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의 운행 대수 총량을 1년간 제한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미국 매사추세츠주는 모빌리티 업체가 택시발전기금을 내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우버 1회 이용 시마다 20센트의 세금을 부과해 그중 25%를 기존 택시업계 지원에 쓰도록 했다.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미국 네바다주는 공항, 호텔, 주요 관광지마다 우버 픽업존을 마련해 정해진 곳에서만 우버를 탈 수 있게 했다. 해결책은 각양각색이지만 모두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모빌리티 산업의 숨통은 열어놨다.

◇택시호출 앱으로 시작한 디디추싱-그랩, 승차공유 서비스로 발전

각각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디디추싱'과 '그랩'은 택시와 손을 잡고 시작했다는 데서 우버 및 타다와 출발점을 달리한다. 디디추싱의 전신인 '디디다처'는 지난 2012년 택시 예약 서비스로 출범했다. 국토교통부의 택시제도 개편방안에 따르면 '중개형'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의 '카카오 T', '티맵택시'와 유사한 형태다.

디디추싱은 플랫폼에 합류하는 택시 기사에게 무료 스마트폰 충전기와 데이터 통신비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수수료는 받지 않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텐센트·알리바바·애플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의 투자를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결과 현지 택시 140만여대를 디디추싱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결국 디디추싱은 지난 2016년 유일한 경쟁자였던 우버차이나를 인수하고 중국 모빌리티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기에 이른다.

그랩 또한 지난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마이택시(MyTeksi)라는 이름의 택시 호출 앱으로 시작했다. 도로시설이 열악해 교통이 혼잡하고 택시를 잡기 어려운 동남아 교통 시스템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2014년 우버와 유사한 승차공유 서비스 '그랩 카'(GrabCar)를 론칭한 그랩은 동남아 도로에 대한 높은 이해도에 바탕한 철저한 현지화로 시장에 안착한다. 교통 정체가 극심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는 오토바이를 호출할 수 있는 '그랩바이크'(GrabBike)를, 캄보디아나 미얀마에서는 툭툭(삼륜 오토바이)을 활용한 '그랩툭툭'(GrabTukTuk)'을 내놨다. 우버 등 글로벌 회사가 외면한 틈새시장을 발굴한 것이다. 자동차 합승을 연결하는 카풀 서비스 '그랩히치'(GrabHitch)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디디추싱과 그랩이 기업가치가 100억달러(약 12조원)를 넘는 데카콘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택시 등 기존 사업자의 불만에서 나오는 갈등을 봉합할 만한 효용을 확실한 혁신으로 제공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디디추싱은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핑안보험의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승객 살인과 성폭행 사건으로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는 등 부침도 겪었지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설립된 그랩은 싱가포르 정부의 지원으로 지난 2014년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했다. 앤서니 탄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17년 싱가포르 국적까지 취득했다.

반면 반드시 택시면허를 확보해야 모빌리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우리나라는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글로벌혁신전략연구본부 연구원은 "우버는 세계 83개국 674개 도시에 진출해 200만명의 운전자 풀을 확보했고 후발주자인 중국의 디디추싱도 중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동남아 시장은 그랩이 초기 네트워크를 확보했다"며 "한국은 후발주자로 진입해 글로벌 경쟁에서 소외될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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