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美-中 '표현의 자유' 전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1 17:31 수정 : 2019.11.01 18:15
미국과 중국이 협상을 통해 1단계 무역협정에 합의, 서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무역전쟁이 해소될 조짐이 조금 보이고 있다.

하지만 두 나라는 최근 또 다른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표현의 자유 문제다. 발단은 지난달 초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미국 프로농구리그 NBA팀인 휴스턴 로케츠의 대릴 모레이 단장이 홍콩의 민주화 시위에서 자주 사용되는 일곱개 단어로 된 구호를 트위터에 올리며 지지를 나타내면서 시작됐다.
중국 매체와 네티즌이 일제히 모레이의 트윗을 비난했고, CCTV는 경기 중계방송을 중단하고 11개 중국기업은 NBA와 스폰서 계약을 취소했다. 파문이 커지자 NBA는 모레이의 발언에 유감을 나타냈고, 일부 로케츠 선수들은 중국을 사랑한다며 사과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부인했지만 모레이 단장을 경질하라는 중국 측의 요구도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프로농구리그인 NBA는 거대한 기업이다. 이들은 중국 시장에서 보통 1년에 40억달러(약 4조6700억원)를 벌어들인다. 지난여름에는 중국 소셜미디어 기업 텐센트로부터 5년간 15억달러를 받고 중계방송을 독점 스트리밍하는 새로운 계약을 했다. 지난 시즌 중국인 5억명이 텐센트의 스트리밍을 통해 NBA 경기 중계방송을 시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전체 인구보다도 더 많은 중국인이 시청을 한 것이다. 이 같은 엄청난 시청자 규모를 감안할 때 NBA는 막대한 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에 중국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NBA처럼 중국의 눈치를 보는 다른 외국기업들의 사례는 많다. 애플은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의 배치 위치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라는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였고, 새 운영체제(OS)에서 대만 국기 이모지를 제외했다.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 마세라티는 오는 23일 거행되는 대만 금마장 영화상 시상식의 스폰서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시상식에서 대만의 한 영화감독이 수상 소감에서 자신의 소망은 대만의 독립이라고 발언한 것이 중국을 자극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NBA나 애플과 달리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소신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필리핀은 애니메이션 영화 '어바머너블'이 중국이 자기네 영토로 주장하는 남중국해의 '9단선'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 불쾌하다며 상영을 금지했다. 에미상을 다섯 차례 수상했으며 신랄한 풍자로 20년 넘게 오랜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애니메이션 시리즈 '사우스파크'는 한 에피소드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닮았다는 이유로 금기시되고 있는 캐릭터 '곰돌이 푸'가 투옥되는 것을 묘사하면서 중국 눈치를 보는 할리우드에 직격탄을 날렸다. 결국 사우스파크는 예상대로 중국의 소셜미디어에서 금지됐지만 제작자들은 '거짓' 사과성명을 내며 중국을 우롱하는 배짱을 보였다.

표현의 자유를 놓고 미국과 중국은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중국 CCTV가 모레이의 트윗에 자국의 주권과 사회안정을 위협하는 어떠한 발언도 표현의 자유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비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 기업의 직원이나 소비자들이 기본적 자유를 행사하는 것을 중국이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세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쉽게 공개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5개월 가까이 됐으나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와 이번 NBA 파동에 미국에서는 중국을 다시 보기 시작할 것이고, 더 많은 유명인사들의 소신 발언이 앞으로 더 나올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 표현의 자유 전쟁도 시작됐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글로벌콘텐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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