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소재 강국이 글로벌 산업 주도…장기 투자 필요"

뉴시스

입력 2019.10.14 15:35

수정 2019.10.14 17:52

'소재·부품·장비 분야 글로벌 경쟁력 강화 토론회'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패권 못잡는 국가 쇄퇴"
【서울=뉴시스】카이스트는 14일 국회의원회관 제 2세미나실에서 소재·부품·장비 분야 글로벌 경쟁력 강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기조발제 중인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사진/카이스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카이스트는 14일 국회의원회관 제 2세미나실에서 소재·부품·장비 분야 글로벌 경쟁력 강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기조발제 중인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사진/카이스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소재 강국이 글로벌 산업을 주도할 것이다. 소재 개발에는 긴 호흡의 장기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소재·부품·장비 분야 글로벌 경쟁력 강화 토론회'에서 '대한민국, 과학기술 기반 경제 강국 전략'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 동안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대다수 전략 품목 재료를 해외 수입에 의존해 왔지만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계기로 국가적 전략을 경제 안보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신 총장은 "소재·부품·장비의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한 것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첨단 완제품 산업에 비해 세계 시장규모가 1~10% 수준이고, 장기간 연구개발이 필요해 과학자들의 장인 정신이 필요한 데다 중소기업이 재정적으로 장기간 버티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품질·가격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과 국가가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4차 산업혁명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 쓰나미 파고의 실체는 기술 패권이다"며 "일본의 수출 규제, 미중 무역전쟁 등 결국 누가 기술 패권을 잡을 것이냐다. 기술 패권을 잡는 국가가 빅 게임의 승자가 되고, 쓰나미 파고를 견디지 못하는 국가와 조직 기업은 쇠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1974년 반도체 산업에 진출하겠다고 했을 때 세계에서 무시를 당했지만 30년 후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70% 이상을 점유하는 국가가 됐다"며 "세계 80개국 가운데 미래 생산 경쟁력에서 한국은 독일과 일본과 함께 가장 경쟁력 있는 나라로 자리매김했다. 한일 무역전쟁의 위기도 비전과 혁신, 열정이 있으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총장은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 기반의 경제 강국을 실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5가지 전략을 소개했다.

신 총장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비 투자 비중이 전세계에서 제일 높지만 연구개발비는 미국의 8분의 1, 중국의 4부의, 일본의 2분의 1 수준에 그친다"며 "정부 R&D 투자는 1조원 수준으로 1000개 소재부품·장비를 모두 커버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에 그는 정부가 '글로벌 경쟁력 계획 2030'을 세우고, 글로벌 시장 규모, 국내 R&D 수준, R&D 우수 전문인력 확보 등을 감안해 핵심 분야를 선정하고, 분야별 국가 지정 연구실을 운영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신 총장은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나카무라 슈지는 나고야 대학에서 30년 동안 연구한 결과가 니치아화학공업사에서 상용화됐고, OLED 역시 1987년 개발해 20년에 걸쳐서 2007년 상용화했다"며 "소재는 장기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재·부품·장비기술자문단' 운영도 대안으로 꼽힌다. 앞서 카이스트는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통한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현직 교수 100여 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꾸리고, 159개 핵심소재·부품·장비 중견·중소기업 대상 애로기술 개발 지원 및 자문에 나섰다.

추격형이 아닌 글로벌 선도형 연구개발을 통해 신지식 또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기술 기반의 강소기업 500개를 발굴해 육성하는 방안도 대안이다. 마지막으로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기초·응용연구를 진행하고, 중소·중견기업이 기술 사업화를, 대기업의 제품 구매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산·학·연 협업 상생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 총장은 "기술 기반의 경제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첨단 완제품의 제조 강국을 유지하고, 여기에 소재·부품·장비의 허리 산업을 육성하는게 중요하다"며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해 제품의 고부가 가치화를 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은 빠른 추격 전략을 통해서 반세기 만에 1인당 국민소득 3만불의 경제 성장을 이뤘다"며 "한국은 기적을 이룰거냐, 중진국 트랙에 빠져 있을거냐는 티핑 포인트에 있다. 정치인들의 국민을 향한 비전 제시, 정부의 혁신적인 전략, 과학자들과 산업계 인사들의 열정이 있으면 기적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1세기 무한경쟁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정치가 밀월관계에 있어야 한다. 과학계는 정치에 자문과 논리를 제공하고, 정치인들이 옳은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며 "한국이 발전하려면 과학과 정치, 정치와 과학이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소재 분과에서는 정연식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혁신소재: 인류사의 게임 체인저'를 주제로 인류사에서 소재의 의미와 발전사를 설명했다.
또 대학의 소재 연구 사례 및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소명을 언급하고 산·학·연 간 상생 방안 등 소재 분야 R&D 정책 방향을 제언했다.

부품 분과에서는 장재형 광주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가 '우리나라 부품산업 위기와 기회'를 주제로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과제와 부품사업 기술 경쟁력 확보 방안 및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 대학, 출연연, 대기업, 중소기업이 협력해 전략적인 R&D를 해야 한다"며 "국가전략기술보유기업과 소재부품장비 기업은 차별화된 육성 정책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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