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문재인정부 정책에 '엇박자' 내는 여당 충북지사

뉴스1

입력 2019.10.14 07:50

수정 2019.10.14 11:08

2017년 2월 14일 국가균형발전선언 13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이시종 충북지사. 2017.2.1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2017년 2월 14일 국가균형발전선언 13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이시종 충북지사. 2017.2.1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지난 2월 7일 충북연구원에서 열린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의 지역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첫 TF팀 회의. 2019.2.7/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지난 2월 7일 충북연구원에서 열린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의 지역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첫 TF팀 회의. 2019.2.7/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청주=뉴스1) 송근섭 기자 = 3선 임기 중 처음으로 집권여당 소속이 된 더불어민주당 이시종 충북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정책 방향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의 교육정책과 정반대 방향으로 추진했던 명문고 설립은 또 한 번 고비를 맞은 분위기다.

이 지사는 충북형 명문고 육성을 올해 역점 시책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역인재 양성을 위한 명문고의 필요성을 역설하다 올해 충북도교육청과의 태스크포스(TF) 구성으로 관련 논의를 본격화했다.

이 지사와 충북도의 명문고 육성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충북에 Δ자율형사립고(자사고) 설립 Δ도내 고교의 전국단위 학생 모집 허용 Δ충북 이전 기관·기업 임직원 자녀의 도내 고교 입학 특례 부여 등이다.


이 중 자사고 설립을 1순위로 추진하려 했다.

자사고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폐지를 공약했던 사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소속 도지사가 새롭게 자사고를 설립하겠다고 나서자 도교육청과 학부모·시민단체가 크게 반발하는 등 지역사회에 잡음이 일었다.

결국 이 지사와 충북도는 한발 물러서 3번째 대안이던 이전 기관·기업 임직원 자녀의 도내 고교 입학 특례를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순위만 바뀌었을 뿐, 이 지사가 자사고 설립을 공식적으로 철회한 적은 없다.

그런데 최근 이 지사의 명문고 육성 구상에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고교 서열화와 대학입시의 공정성 등 기회의 공정성을 해치는 제도부터 다시 한번 살피겠다"며 교육분야 개혁을 지시했다.

이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자사고·외국어고 등의 일괄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충북도와 교육청이 어렵게 합의해 건의한 '고교 입학 특례' 제도 개선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마이웨이'를 고집하던 이 지사의 명문고 육성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는 셈이다.

충북도와 도교육청 실무진은 오는 23일쯤 회동을 갖고 명문고 추진상황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회동에서도 진전된 논의나 대안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 지사가 고교 서열화를 개선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교육정책과 대척점에 선 '명문고', '자사고', '입학 특례' 등의 구상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지역인재 양성을 위해 명문고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반대 목소리를 내거나, 엇박자를 내다가 뒤늦게 방향을 맞춘 것은 명문고 사례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초반부터 강력하게 추진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전국 꼴찌 수준의 추진율을 보여 노동계의 거센 비판을 받았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이 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올해 들어서야 충북도청 기간제와 파견·용역 근로자 554명 중 195명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의 핵심인 주 52시간 근로제 확대에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 지사는 지난 8월 주 52시간 근로제 최종 시행 시기를 2024년까지 연기해 달라고 대통령 비서실과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 등에 건의했다.

대통령 공약에 여당 지사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 전신인 민자당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이 지사의 성향이 대통령의 진보적인 정책과 충돌을 빚는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지역에서는 한때 이 지사가 국무총리 등 문재인 정부에서 중책을 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와 엇박자를 내는 일이 반복되면서 국정 후반기에 주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원래 이 지사 성향은 중도보수에 가깝다"면서 "이 정부와 마지막까지 임기를 같이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책적인 충돌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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