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

與강훈식, 심상정 작심비판 "조선일보와 닮아"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2 14:30

수정 2019.10.12 14:30

심 대표 경제 상황 인식에 개탄 작심 쓴소리
더불어민주당 강훈식(충남 아산시을) 8일 대전시청 대회의실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충남 아산시을) 8일 대전시청 대회의실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를 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문재인 대통령과 삼성그룹 총수와의 잦은 만남이 부적절하다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비판에 대해 "'삼성의 지은 죄' 때문에 산업 현장을 대통령이 기피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니냐"며 진보 세력을 대표한다는 정의당의 현재 경제 상황 인식이나 반기업 정서를 놓고 탄식하며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주52시간제가 조율되는 과정에서 노동계를 대변하는 심 대표님의 우려도 충분히 이해한다"라면서도 "국정농단 전력'이라는 낙인을 찍고 등을 지는 게 보호주의가 판치는 세계 경제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을 위해 선택할 길이냐"며 이같이 반문했다.

그러면서 "마침 같은 날 조선일보는 '여권은 삼성과 이 부회장을 적폐 청산과 재벌 개혁의 1순위로 꼽고도 9번이나 만났다. 정부와 삼성의 신밀월'이라고 썼다"며 "이 해석과 심 대표의 말씀이 이상할 정도로 닮은 것을 느끼는 건 저뿐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러면서 "최소한 대통령과 대한민국 대표기업 경영자와의 만남을 '밀월'로만 이해한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부연했다. 미래지향적 대안 제시 없이 비판만을 위한 비판을 하는 것은 언론이나 노조, 그리고 시민단체나 하는 일이지 정치권이 할 말은 아니라는 얘기인 셈이다.

앞서 심상정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아침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하고 이재용 부회장과 면담을 한 것에 대해 "취임 이후 3번째 삼성 공장 방문이고 이재용 부회장과는 9번째 만남"이라며 "희대의 국정농단 가담 혐의를 받아 재판 중인 기업 총수를 3년도 안 된 짧은 기간에 무려 9번이나 면담하는 것은 민심에도 벗어나고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맹비난했다. 강 의원의 발언은 심 대표의 발언에 대한 반격 차원으로 보이나 단순 반격이라기보다 친여권 정당 세력 내부의 국정 운영 방식 등에 대한 뚜렷한 인식 차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도 커 보인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회의실에서 열린 관세청·조달청·통계청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회의실에서 열린 관세청·조달청·통계청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강 의원은 이어 심상정 대표 등 정의당이 현재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인식 수준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심 대표는 문 대통령의 방문을 '친재벌 반노동' 행보라고 하면서 '총수요 확대에 도움이 되는 과감한 재정을 투입해 불리한 경제환경을 적극 돌파하라'고 하고 있다"며 "그런 심 대표도 '친기업=반노동' 이분법으로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지상과제에 다가설 수 없는 점을 잘 알고 계시리라 믿고 싶다"고 개탄했다.

그는 그러면서 "경제가 침체로 가는 국면에서 적극적 재정 투입도 필요하지만, 국민의 혈세는 가급적 성장동력 확보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신중히 써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최근 정부가 구체적인 경제 해법 제시보다 재정 확대 투입 목소리에만 집중하고 있는 점이 비판을 받는 상황과도 맥락이 닿는 지점이다.

강 의원은 삼성이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선 "삼성 그룹이 국정농단 사건의 중심에 있었고 그로 인해 이 부회장이 재판 중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마주침조차도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문 대통령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있겠느냐"며 "그런데도 삼성그룹의 수출액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5%,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전체의 15% 이상이다. 대한민국 대표 글로벌 기업이라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충청남도 아산시 탕정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열린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 참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충청남도 아산시 탕정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열린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 참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또 "그런 삼성그룹의 13조 투자로 8만여 개의 유관 일자리가 생긴다. 올해 들어 나온 단일 기업 국내 투자 계획으로는 가장 큰 규모로 경기 침체 징후가 뚜렷함에도 인위적 감원을 배제하고 중소기업과 상생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며 "적어도 이번 투자와 관련해 삼성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주력 산업인 디스플레이 시장에 대해서도 "LG와 삼성이 세계시장을 전체를 두고 경쟁해 온 디스플레이 산업은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먹거리 중 하나"라며 "그런데 중국은 정부가 사업비의 80%에 육박하는 보조금과 대출을 퍼부으며 우리 기업들과 격차를 급격히 좁히고 있다. 그럼 우리는 향후 수년간, 이 산업이 창출한 일자리를 굳건히 지켜낼 수 있을까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여건으로 정부와 기업의 협력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삼성 재판과 현재 대한민국 경제 주체 중 하나인 삼성의 역할은 이제는 구분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국정농단과 관련한 삼성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이제 오롯이 사법부의 일"이라며 "문 대통령의 경제 행보에는 우리의 사법부가 대통령의 발걸음에 영향을 받지 않고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깔려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심상정 대표가 언급한 이번 삼성과 문재인 대통의 면담 비판에 대해선 "구구절절 마뜩잖은 심 대표님의 글은 '대기업이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아래 노동권을 억압해 왔던 과거를 잊지말라'는 취지 정도로 새기겠다"고 덧붙였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