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보공개, 우리 관할이 아닙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0 16:46 수정 : 2019.10.10 16:46
'대전지청→국세청→대전지청→국세청→대전지청→국세청→대전지청'

아까운 지면을 할애해 가며 이처럼 동일한 단어들을 나열한 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가 혼자 알기 아까운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간혹 취재를 하다 보면 서로 '본인 업무가 아니다'라며 떠넘기는 경우가 있는데 한두 번 핑퐁이 오가면 정리가 된다. 이번엔 달랐다. 6번의 랠리가 오갔다.


지난 9월 6일 대전지방국세청에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의 초과 근무시간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대전지청은 사흘 후인 9일 국세청으로 청구건을 이송한다. 다시 이틀 후 11일 국세청은 오후 1시16분 청구건을 다시 대전지청에 이송한다. 이날에만 다섯 차례 핑퐁 랠리가 오갔다. 오후 4시31분 국세청이 '대전청 관할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청구 건을 이송했고, 대전지청이 오후 4시37분 이송 건을 접수하면서 공방이 마무리됐다.

이 모든 내용은 기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접수·이송 시 알려준다. 5번의 핑퐁이 오갔던 9월 11일에만 총 20여개의 휴대폰 문자와 전자메일이 이들의 '떠넘김'을 생중계했다. 알림문자에는 국민 세금이 쓰인다. 불필요한 세금이 낭비됐다.

핑퐁을 겪기 전에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난 8월 4일 국세청에 동일한 내용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국세청은 같은 달 15일이 돼서야 공개거부를 통지했다. "시간제 공무원은 본청에 없고 지방청에만 있어 정보부존재에 해당한다. 별도로 다시 청구를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다른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의 공개청구를 받은 때는 지체 없이 소관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돼 있다. 접수한 후 곧바로 이송했어야 하는데도 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결국 지방청에 별도로 청구를 했고, 앞서 설명한 6번의 핑퐁을 겪은 후 9월 25일이 돼서야 자료를 받아볼 수 있었다. 최초 청구한 날로부터 거의 두달이 걸렸다.

2010년 5월 도입된 정보공개법이 곧 10주년을 맞이한다. 투명한 정부 운영을 목적으로 도입한 정보공개법이 의미 있는 10주년을 맞이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co@fnnews.com 안태호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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