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지상군 시리아 국경 넘어, 트럼프의 선택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0 15:51 수정 : 2019.10.10 15:51
시리아 북부 국경도시인 라스 알 아인에서 9일(현지시간) 터키군의 공격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남쪽으로 향하는 피난민들의 차량이 도로를 메우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터키가 쿠르드족을 공격하기 위해 시리아 침공을 단행한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터키와 이번 침공을 방조한 미국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쿠르드족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1년 만에 뒤엎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터키를 비난하면서도 쿠르드족과 관련해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지상군 투입, 인명피해 늘어날 듯
앞서 9일(현지시간) 시리아 내 쿠르드족 공격을 위한 '평화의 샘' 작전 개시를 알렸던 터키 국방부는 같은날 늦게 초기 공습 및 포격을 통해 시리아 북부의 "테러리스트 진지" 181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상군이 시리아 국경을 넘었다고 알렸다.
AP통신은 터키군이 약 300㎞ 길이의 국경지대에서 최소 6곳의 마을을 동시에 타격했다고 전했다. 시리아 북동부에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쿠르드족은 터키 침공에 맞서 총동원령을 내리고 전투에 들어갔으며 현지 인권단체들에 의하면 공습 등으로 최소 민간인 7명과 쿠르드 민병대원 3명이 사망했다.

쿠르드족은 터키와 시리아, 이라크 국경일대에 거주하는 세계 최대 소수민족으로 이라크전과 이슬람국가(IS) 격퇴전, 시리아 내전 등을 거치면서 세력을 모았다. 특히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는 시리아 북부에서 미군과 함께 IS와 싸우면서 막대한 전공을 세웠고 2011년 시리아 내전 이후 중앙정부의 통제가 약해지자 다른 민병대와 함께 터키 국경과 맞닿은 시리아 북동부을 점거하고 있다. 그러나 반세기 가까이 자국 내 쿠르드족 독립운동을 억제하고 있는 터키 정부는 YPG 등이 독립운동을 자극할까 노심초사하고 있으며 YPG를 테러 단체로 지정했다. 미국은 올해 IS 섬멸을 선언한 뒤 지난 8월에 시리아 북부에 안전지대를 설치해 공동 운영하기로 터키와 합의했으나 관리 주체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침공을 강행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9일 발표에서 이번 작전의 목표가 "터키 남쪽 국경의 테러 통로 형성 방지 및 지역 내 평화 정착"이라고 말했다. 그는 쿠르드 민병대들을 몰아 낸 뒤 국경을 따라 시리아 안쪽으로 30㎞ 너비의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터키에 유입된 360만명 규모의 시리아 난민들을 정착시킬 계획이다. 터키군은 2016년과 지난해에도 내전 때문에 정부가 유명무실한 시리아 국경을 무단으로 침범해 쿠르드 세력을 견제했으나 이번 같은 대규모 침공은 처음이다. 혼란이 커지면서 이날 IS 수도 였던 시리아 락까에서는 IS 잔당들이 쿠르드 민병대와 교전을 벌였으며 미군은 쿠르드 민병대가 관리하던 중요 IS 포로 2명을 이라크로 옮겼다. 쿠르드측이 관리중인 IS 포로는 약 1만1000명으로 추정되며 터키와 교전이 길어져 포로 관리가 어려워질 경우 지역 내에서 IS가 다시 활개칠 가능성이 크다.

■비난 들끓어, 말 바꾸는 트럼프
침공이 가능했던 이유는 미국이 해당 지역에서 쿠르드 민병대와 함께 주둔하고 있던 미군 병력을 빼내고 터키군을 막지 않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 정가는 지난 6일에 해당 결정이 나오자 여야를 가리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버렸다고 비난했다. 친트럼프 인사로 유명한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장(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폭스뉴스를 통해 "대통령이 지금 노선을 유지한다면 이는 그의 임기 중 최대 실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레이엄 위원장은 9일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의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메릴랜드주)과 터키에 대한 강력한 제재안 마련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해당 제재안에는 터키에 대한 미국 무기 판매 금지 및 에르도안 대통령과 터키 수뇌부의 미국 내 자산 동결 등이 들어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시종일관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7일 발표에서 터키가 "도 넘은 행위를 하면 경제를 망가뜨리겠다"고 경고했으나 침공 당일에는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이번 공격을 지지하지 않으며 터키에게 이번 작전이 나쁜 생각이라고 분명히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구역에 미군이 없다. 나는 정치를 시작하면서 이러한 끝없고 무분별한, 특히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쿠르드족은 자신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며 "그들은 제 2차 세계대전 때 우리를 돕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약 1년 전 뉴욕 기자회견에서 쿠르드족을 언급하며 "우리와 함께 싸우고 함께 죽었다"며 절대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 반응이 싸늘함을 의식해 이날 다시 말을 바꿔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르드족을 쓸어버릴 경우 나는 그의 경제를 모두 쓸어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비난은 미국 밖에서도 이어졌다. 시리아 외무부는 터키가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을 저질렀다고 비난했으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이 처음에는 쿠르드족의 "유사 국가"를 지원했다 이제 와서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매우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과 독일도 한 목소리로 터키를 비난했고 터키가 가입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직접 언급은 피하면서도 "해당 지역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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