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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직장 내 괴롭힘'에 퇴사 내몰려도 실업급여는 미지급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2 15:58

수정 2019.10.02 15:58

[파이낸셜뉴스]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이후 두달간 총 900여건의 진정건수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내 막말·폭언·퇴사유도 등으로 사실상 강제퇴직에 내몰리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이같은 피해에도 자진퇴사로 간주돼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등 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도 법령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직장내 괴롭힘 진정접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직후인 지난 7월16일부터 9월16일까지 접수된 직장내 괴롭힘 진정사건은 총 883건으로 집계됐다.

피해유형별(복수응답)로 폭언이 395건(44.7%)로 전체 접수 건수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고, 기피지역 발령 등 부당인사도 242건(24.7%)이나 됐다. 이어 따돌림·험담 99건(11.2%), 업무미부여 30건(3.4%), 차별 21건(2.4%), 강요 25건(2.8%), 폭행 22건(2.5%), 감시 8건(0.9%), 사적용무지시 3건(0.3%), 기타 111건(12.6%) 등의 순이었다.


문제는 상당수 퇴직자들이 이같은 사내 부당노동 행위에 반강제적인 퇴사를 결정하고 있음에도 법적 근거가 미비한 탓에 자진퇴사로 분류, 실업급여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고용보험법 시행규칙에는 직장내 괴롭힘 관련 사항이 명시돼 있지 않아 '제도상 사각지대'로 남고 있다.

실제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 119’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A씨는 업무 외적인 부분까지 지적하는 사장의 막무가내 욕설과 폭언, 퇴사종용을 견디다 못해 퇴사했다.

그러자 회사는 A씨가 스스로 회사를 그만둔 것이라고 주장하며 실업급여 수급을 인정하지 않으며 서류 발급 등을 거부했다. A씨는 고용부 상담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았지만 회사에서 직접 해고한 것이 아니면 자진퇴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이에 고용부는 이직자가 관련 사실을 신고해 가해자가 직장내 괴롭힘으로 징계를 받거나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는 등 직장내 괴롭힘 존재여부가 객관적으로 증명될 시 구직급여 수혜자격이 제한되지 않는 정당한 이직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즉,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이직의 경우 피보험단위기간 등 다른 수급요건을 충족하면 구직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용부는 뒤늦게 고용보험 관계 법령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이직 사항을 명기할 수 있도록 고용보험법 시행규칙을 개정키로 했다.


설훈 의원은 "직장내 괴롭힘으로 불가피하게 퇴사했는데 실업급여를 못받는다면 이중불이익을 당하는 것"이라며 "고용보험 시행규칙을 하루빨리 개정해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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