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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전기차 전환’ 대규모 감원 불가피… 딜레마에 빠진 노조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3 18:14

수정 2019.09.23 18:14

美 전기차 수요 증가세는 더딘 편
GM ‘내연車 없는 미래’는 불확실
2주일째 파업 속 협상 전략 ‘혼란’
사측 제안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햄트랙 공장 소속 근로자가 15일(현지시간) 본사가 위치한 디트로이트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뉴시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햄트랙 공장 소속 근로자가 15일(현지시간) 본사가 위치한 디트로이트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뉴시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노동조합이 파업에 나서기는 했지만 앞으로 어떤 협상전략을 짤지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GM을 비롯해 자동차 업체들이 휘발유·경유를 쓰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고,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적은 인력으로, 또 배터리 등은 외주를 통해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노조의 협상력이 그만큼 약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환경기준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면서 크게 완화하고 있고, 미 전기차 수요 증가세는 크게 더딘 터라 자칫 전기차 대량 판매가 GM 계획과 달리 먼 훗날의 일이 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전기차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염두에 둔 협상이 임금 하락·복지 축소와 대대적인 구조조정 멍석을 깔아줄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AP통신 등은 22일(현지시간) GM 노조원 4만9000여명이 2주일째 파업을 이어가는 한편 노조가 사측과 협상에 나서고는 있지만 모든게 불확실하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협상을 불확실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매리 바라 최고경영자(CEO)가 제시하고 있는 '완전한 전기차 미래'이다. 2023년까자 전기차 20종을 더 개발하고 미래에는 내연기관 자동차 없는 완전한 전기차로만 구성된 라인업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연구개발(R&D과 생산 전환에는 당연히 막대한 비용이 따르고, 이를 위해 임금동결이나 인하, 복지 축소 등을 포함하는 대규모 비용절감 계획 역시 함께 구상 중이다.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조립공장을 전기차 배터리 공장으로 전환한다는 GM이 현재 노조와 협상에서 제시한 방안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가 향후 노조와 노동자, GM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도 있게 됐다.

사측이 제시한 협상안은 GM이 이 공장에서 사실상 손을 떼는 것으로 노조에는 고통스러운 방안이다. 공장을 합작벤처나 배터리 업체가 운영하고, 직원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든다. 임금도 현재 자동차산별노조인 UAW 노조원들이 이 조립공장에서 받고 있는 시급 30달러에 못미치는 수준으로 책정된다.

노조는 갈림길에 섰다. 제안을 거부하면 공장이 폐쇄되고 수천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그렇지만 제안을 받아들이면 앞으로 새로운 기준이 되고, 그렇게 되면 GM의 10개 조립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1만500명 넘는 시급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 축소 길이 열리게 된다. 내비건트 리서치의 샘 아불사미드 애널리스트는 지난 30년간 고임금 일자리를 계속해서 빼앗긴 노조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지만 사측으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GM으로서는 배터리를 UAW의 임단협 임금보다 낮은 비노조 공장과 계약을 맺어 공급받게 될 다른 자동차 업체들과 비용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낮은 임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전기차 볼트 한 대를 팔 때마다 수천달러 손실을 기록하는 GM은 대량생산으로 전기차 생산비용 자체가 크게 낮아지기 전까지는 임금을 붙잡아둘 수밖에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GM이 노조에 제시한 공장전환에 따른 감원규모, 임금수준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규모 감원과 임금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미시간주 브라운스타운타운십의 배터리공장이 좋은 예다. UAW 노조원 100명 정도가 일하는 이 공장에서는 LG화학에서 만든 배터리들을 묶어 볼트에 배터리팩으로 공급하고 있다. 앞서 UAW는 볼트 생산 개시를 돕기 위해 2009년 이 공장의 임금수준을 시간당 15~17달러에서 낮추는데 합의한 바 있다.

UAW가 그러나 이번에도 이같은 전례를 따를지는 미지수다. 전기차의 미래가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노조가 지금 고통을 감수해서 미래에 보상을 받는다면 사측의 제안을 검토해볼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GM이 제시하는 마래가 지나치게 장밋빛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전기차 전환 흐름은 중국을 중심으로한 전세계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


시장조사업체 LMC 자동차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신차 가운데 약 1.5%가 전기차이고, 2030년이 돼도 그 비중은 7.5%로 늘어나는데 그칠 전망이다. LMC는 2049년 이후에나 전기차 신차 매출 비중이 50%를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라 GM CEO의 완전한 전기차로의 미래는 먼 훗날에나 가능한 얘기임을 시사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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